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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코스닥보다 건설·은행주에 관심을

[Stock] 코스닥보다 건설·은행주에 관심을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건설주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삼성물산이 올 하반기 준공 예정인 아부다비 알슈웨이핫 S2 민자 복합발전담수 프로젝트 전경.

지난 10년 동안 코스닥 시장은 골칫거리였다. 주가가 정말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2000년 3월 가장 높을 때 3000선에 육박했다가 금융위기 직후 245선까지 떨어졌다. 10년 사이에 지수가 90% 넘게 하락했다. 주가가 워낙 떨어지다 보니 다양한 일이 벌어졌다. 원래 1996년에 100으로 시작했던 지수를 하루 날을 정해 1000으로 고칠 정도였다. 원래 산정법대로라면 지금 지수가 50 정도에 지나지 않을 테니 2200선에 육박하고 있는 유가증권 시장과 비교해 면이 서지 않았을 것이다. 가까이 봐도 금융위기를 전후해 800대였던 주가가 250선까지 70% 가까이 떨어졌다. 주가가 사정없이 휘둘리기는 10년 전이나 3년 전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코스닥 강세는 단기 키 맞추기기업 내용에도 문제가 많았다. 시가총액 100위 안에 있는 기업조차 3년이 지나면 20% 정도가 시장에서 사라질 정도였다. 업황 변동이 워낙 심해서인지 작년 실적이 올해도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었다. 거기에다 이어지는 횡령과 부도 등으로 믿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인식이 컸다. 코스닥 시장을 처음 열 때 그나마 들어봤던 회사 중 지금 남아 있는 게 몇 개 안 된다. 당시 주류가 ‘삐삐’라 불렸던 이동통신 사업자, B2C를 주로 하는 전자 상거래 기업이었는데 생산하는 제품의 유행이 사라지면서 회사까지 명운이 다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 코스닥 시장이 6월 중순 이후 각광을 받고 있다. 저점 대비 이미 15%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 시장이 5% 정도 오른 것에 비하면 3배 넘는 상승이다. 코스닥이 오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주가가 낮다. 유가증권 시장은 금융위기 이전 고점을 넘어선 반면 코스닥 시장은 최근에 많이 올랐어도 고점까지 35%나 남아 있다. 3년 전부터 주가를 산정하면 크게 떨어지고 적게 올랐다. 시장에 큰 상승이 지나간 후 개별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매기 확산 과정이 나타나는 것도 코스닥 강세 요인이다. 이는 유가증권 시장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는데 건설과 음식료 업종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그 현상이다.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코스닥 시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 긍정적으로 해석해도 지금 코스닥의 상승은 공백기를 메우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시장이 다시 상승한다면 이런 흐름이 끊어질 수밖에 없고 그 경우 코스닥 시장이 다시 부진에 빠질 수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각종 테마가 어느 정도 현실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테마의 속성상 투자자의 각광을 받을 때는 주가가 오르지만 열기가 식으면 빠르게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매매를 단기화해 대응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대단히 힘든 과정이다.

시장을 압박하던 대외 악재가 해소되고 있다. 우선 그리스 문제는 지난주 유로 정상회의를 통해 추가 구제금융 1600억 유로를 지원하는 데 합의했고, 그리스에 ‘선택적 디폴트’를 사실상 허용하기로 하면서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만기일도 조정해 기존 7.5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하고 금리도 현행보다 2%포인트 정도 낮춰줬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 정부의 채무한도 증액 부분이다. 이 부분이 기한 내에 결론이 나지 않으면 미국 채권이 디폴트 상태에 빠지는 등 혼란은 거론하기 힘들 정도일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런 위험 때문에 결론에 도달하는 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된다. 능력이 고갈되어 사태를 막지 못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 합의를 이루지 못해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 과정에 참가했던 모든 집단은 존립 기반이 없어질 정도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간상의 문제일 뿐 미국의 부채한도 증액은 무난히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악재가 빠지고 나면 시장이 어떻게 될까? 우선 단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많이 올라간다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전진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주가가 계속 오르려면 가까이는 2분기 실적이 양호하게 나와야 하고, 좀 더 나아가서는 3분기 이후 실적 회복을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경기 상황이 좋아져야 한다.

지난 6월 이후 우리 기업의 2분기 실적 전망은 14% 하향 조정됐다. 실제 발표되는 수치를 보더라도 IT, 화학, 조선 등 업종 대표들의 부진으로 인해 56개 기업의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16% 줄어드는 등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높은 주가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는 상태에서 실적까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상승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나마 선진국의 실적은 양호한 상태다. 6월 이후 미국 기업의 실적 하향치는 2%에 지나지 않았고, 최근 발표된 실적도 예상치를 넘는 기업이 다수 출현하고 있는데 이 같은 실적 호전이 국내 시장의 실적 우려를 완화해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해외 기업 실적은 나쁘지 않아자동차, 화학의 선도력이 약해진 반면 건설, 보험, 은행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들의 상승도 코스닥과 똑같은 맥락에서 시작됐지만 유지 기간은 더 길 것으로 전망된다. 주가가 가장 강세를 보이는 때는 업종 경기가 최악에서 벗어나는 시기다. 건설은 그동안 미분양과 PF부실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이에 영향을 받아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부실 건설사를 가리는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돼 개별 기업별로 생겼던 여러 문제도 조금씩 해결되고 있는 상태다. 해외 건설이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커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매수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은행도 건설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은행은 그리스 사태 진정을 계기로 해외 은행의 주가 상승이 예상되어 외부적인 도움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어 유망해 보인다.

주식시장이 일시적으로 코스닥을 중심으로 움직였지만 이들이 대세는 아니다. 중간에 여러 기복을 거치지만 여전히 주류를 형성하는 것은 유가증권 시장이리라 판단된다. 올해 중에 기존의 자동차, 화학 같이 매기를 집중시킬 수 있는 주도주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시장 흐름은 여러 종목이 조금씩 올랐다 내렸다 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 주도주는 위력이 다해가고 있는데 특히 화학은 실적 부진으로 고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성장성과 관련한 부분은 기대가 주를 이루었던 만큼 당분간 힘을 쓰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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