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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주가는 당분간 1700~1900 사이에

[Stock] 주가는 당분간 1700~1900 사이에

▎그리스 사태는 국채 만기가 돌아오는 12월까지 잠복 상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

▎그리스 사태는 국채 만기가 돌아오는 12월까지 잠복 상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

만일 그리스가 부도 처리된다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다른 재정 취약국으로 사태가 확산될 공산이 크다. 그리스가 부도 처리되면 포르투갈이 안전할 수 없고, 포르투갈이 문제가 되면 아일랜드도 같이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방어벽이 뚫리면 이탈리아와 스페인 역시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채권은 신뢰를 바탕으로 존재하는데 이것이 깨질 경우 어느 나라도 안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금융권에 많은 부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유럽 은행들이 취약국의 국채 평가를 장부가에서 실거래가로 바꿀 경우 대규모 자기자본이 줄어든다. 이를 메우기 위해 정부가 은행의 자본 확충을 도와야 하는데, 정부 처지도 여의치 않은 만큼 자본 투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은행 부실은 실물경제와 금융 여건 모두를 하향 나선형 구조로 몰고 갈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가 당장 부도 처리되기 어렵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그리스를 유로존에 존속시키기로 합의했고, 5개국 중앙은행도 유럽에 달러화를 공급하기로 했다. 선진국 재무장관이 모여 그리스의 부도를 막는다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이를 통해 우선 급한 불을 껐다.



신용위기 발화점 그리스, 부도는 피할 듯그러나 사태가 마무리됐다고 믿는 투자자는 아무도 없다. 불안정한 상황이 뿌리 깊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채권 수익률을 보면 위기의 일단을 알 수 있다. 그리스의 1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00%를 넘었다. 국가가 발행한 채권 수익률이 이렇게 오른 건 1998년 러시아 디폴트 때를 제외하고 없었다. 시장에서는 상황 진전에 관계없이 그리스가 디폴트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믿고 있는 것이다. 전해지는 얘기도 흉흉하다. 독일 경제장관이 그리스의 ‘질서 있는 디폴트’를 가정해야 한다고 말했고, 유럽중앙은행 이사는 유로존 국채 매입에 반대해 사임했다.

정치적으로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독일 집권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해 독일 국민에게 그리스에 대한 재정 지원을 계속 요구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생겼고,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그리스를 유로존에 잔류시키자고 한 합의가 단순 선언 이상인지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이런 우려에도 그리스에 대한 9월 지원 계획은 차질 없이 집행될 전망이다. 따라서 만기가 돌아오는 12월까지 사안이 잠복 상태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 주식시장은 국가 부도의 영향으로 조금 나아지는 듯하다 다시 악화되는 과정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 악화로 유럽 은행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프랑스는 4대 은행이 60억 유로 이상의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스페인까지 포함하면 보유액이 400억 유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소시에테 제네랄 등 2개 은행의 신용등급 강등이 이루어졌고 CDS 프리미엄도 높아졌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와 현재를 사건 발발에 대한 예측성과 폭발력, 그리고 지속성 측면에서 비교할 필요가 있다. 예측성은 지금이 2008년보다 높다. 그리스 문제가 17개월 이상 계속되고 해결 방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도 있었다. 여기에 2008년 금융위기에 대한 경험도 있기 때문에 위기 대응력은 다른 어떤 때보다 높은 상태다. 순간 폭발력은 2008년이 더 크다. 사태가 갑자기 터졌고 발생한 지역이 미국이었으며, AIG 한 기관을 구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쏟아 부은 돈이 2000억 달러를 넘을 정도로 규모가 컸기 때문이다.

지속성은 이번이 더 강하다. 금융위기 때는 문제가 여러 금융회사에서 동시에 발생했지만 정부가 충분한 여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대량의 자금을 쏟아 붓는 정책을 펼 수 있었다. 반면 이번에는 사태 당사국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그리스에 부도가 난 후 포르투갈, 아일랜드가 같은 처지에 몰리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진다면 처음에는 ‘CNN 효과(CNN이 세계의 주요 사건·사고를 생생하게 현장 중계해 해당 국가의 정책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 것)’로 주가가 떨어지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안정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 디폴트가 문제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상당 기간 지지부진한 양상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8월 이후 시장이 박스권에 갇혀 있다. 종합지수는 1700~1900 사이에서 상당 기간 머물 전망이다. 현재 수준이 경제 펀더멘털로 평가할 때 우리 시장에 맞는 수준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은 악재가 시장에 난무했다. 그리스 문제가 가장 컸지만 미국의 재정 적자, 선진국 경기 둔화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래도 주식시장은 1700선에서 더 이상 하락하지 않았다. 그만큼 이 선은 강한 지지력을 가진다고 봐야 하는데 주가가 1700선을 뚫고 내려 가려면 경기가 한번 더 둔화하는 상황이 와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유동성이 유입되어 하락을 방어할 가능성이 있다.



선진국 경제 둔화 우려가 더 문제오르지 못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8월 주가 하락을 통해 유동성이 아무리 많아도 경기가 둔화되고 기업 이익이 줄어들면 주가가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하락기에 많이 나타났던 사례처럼 유동성을 이용해 일시적으로 저항선을 뚫고 나갈 수는 있지만 경제적 뒷받침이 없으면 다시 하락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당분간 시장은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박스권에 갇힐 가능성이 크다.

재료 면에서 유로존 각국 정부가 긴축 완화에 열을 내고 중앙은행도 공조에 나서는 데다 스페인을 필두로 각국 의회가 유럽금융안정기금(EFSF) 확충을 의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유럽 이슈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재료에 가려진 본질적인 부분을 보면 미국의 제조업 경기가 계속 나빠지고 있고, 소비 증가율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0%를 기록하는 등 시장이 여전히 취약한 기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까지 주가가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건 균형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의 하나다. ‘재료는 본질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처럼 유럽 사태가 잠잠해지면 투자자의 관심이 다시 선진국 경제로 돌아올 것이다. 아직 경제 상황이 불안정한 상태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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