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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유럽 선거 끝날 때까지 지지부진

[Stock] 유럽 선거 끝날 때까지 지지부진

국내 증시가 5월 들어 급락세다. 올 들어 글로벌 경기가 불안한 가운데서도 상승세를 이어온 모습과 딴판이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간판 기업을 빼곤 기업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그리스 악재가 다시 불거졌다. 미국의 경기지표가 엇갈리게 나오고 중국 경제도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코스피 지수는 2000선에 이어 1900선도 무너졌다. 코스피 지수는 5월17일 겨우 반등했지만 1845.24로 장을 마쳤다. 이날까지 외국인은 12거래일째 주식을 팔았다. 증시가 바닥에 이른 걸까, 아니면 더 떨어질까.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의 주요 원인을 유럽의 정치 이벤트에서 찾고 있다. 무엇보다 그리스가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탈퇴한다는 ‘그렉시트(Grexit)’ 가능성이 제기됐다. 6월17일 그리스 재총선에서 급진좌파연합이 승리할 전망이 우세하다. 급진좌파연합은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합의한 긴축안에 반대하고 있다. 새 그리스 정부가 구제금융 합의안을 파기하면 유럽은 구제금융 지원을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곧바로 그리스의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로 이어진다. 그리스 은행 역시 지속적인 뱅크런에 시달리고 있다.

유로존이 불안해지자 유럽계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 한국 증시가 급락한 직접적인 원인이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증시에 들어온 유럽계 자금이 대거 빠져 나와 미 국채나 달러를 비롯한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다”며 “6월의 그리스 2차 총선이 마무리될 때까지 이런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프랑스 대선 이후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그리스와 스페인 문제를 봉합하기 위해 긴축안을 완화하면 유럽 경기가 다소 살아날 기미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한국이나 중국 증시는 바닥을 통과했고 올라오는 속도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오성진 센터장은 “연초 15조원가량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면서 코스피 지수가 크게 올랐는데, 현재 그중 30% 정도가 빠져나갔다”며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기 전과 비교해 코스피 지수는 제자리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유럽 문제 간간히 충격 줄 듯양기인 센터장은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파국에 이르진 않을 것으로 봤다. 그렉시트는 그리스의 새 정부와 유로존 재무장관 사이의 힘겨루기에 불과하다는 해석이다. 프랑스의 올랑드 후보 역시 선거전에서 색깔을 선명히 내기 위해 유로존의 긴축안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관측이다.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인 롬니의 지지도 상승세 역시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 쪽에 힘을 실어준다고 봤다.

유럽 문제에 대해 김지환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연합의 대처가 잘못됐다”면서 “긴축안을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인데, 긴축으로 경기가 살지 않으면서 문제가 더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은 다양한 이해를 안고 있어 경제 문제를 깨끗하고 신속하게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에 대해선 “유럽연합이 원안을 일부 재협상해서 대출상환 스케줄을 완화해줄 수 있어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은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유럽 문제는 과다 채무로 빚어진 일이라 수년에 걸쳐서 지겹게 지속되면서 간간히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이 살아나면 한국 증시가 반등할 수 있을까. 유럽 이슈에서 벗어나도 제대로 반등하려면 미국과 중국의 경기부양책이란 호재가 절실하다. 세계 경제의 두 축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야 글로벌 경기 불안으로 위축된 한국 증시도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월 발표된 미국의 고용쇼크에서 글로벌 불안이 시작됐다”며 “미국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봤지만그러질 못했고, 중국의 성장률 둔화까지 겹쳐 글로벌 경기가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그리스 문제가 다시 떠올랐고, 이에 더해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까지 더해져 한국 증시가 급락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오성진 센터장은 “미국의 고용문제는 완만하지만 회복세로 가고, 2분기까지의 중국 경기급랭 문제는 지급준비율 추가 인하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현재 상황은 나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와 달리 유럽중앙은행(ECB)이 장기대출프로그램(LTRO)를 만들어 적어도 유럽 은행의 연쇄도산 우려는 막았기 때문이다. 또 유로안정화기구(ESM)를 출범하기로 합의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이 대출한도를 증액 하는 등 보호막이 두터워진 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봤다.

김지환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와 유럽 문제가 겹쳐 국내외 증시가 급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 경제가 조금씩 살아날 것으로 봤다. 미국 경제는 최근 주간실업수당청구건수, 소비자 신뢰지수 등이 조금씩 개선돼 하반기 경기가 둔화될 우려가 줄어들고 있다. 그는 이어 “중국 경제의 회복은 4월 산업생산동향이 나온 이후 시작된 지급준비율 인하와 더불어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에 나올지에 달려 있다”며 “중국 경제성장률이 2분기 7%대로 떨어지면 중국 정부가 내수 위주의 부양책을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기인 센터장은 중국의 경기 부양책 가능성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동시에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독자적으로 경기 부양책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과매도 상태증시 전문가들은 경기 변화에 따라 유럽계 자금을 대신할 외국인 자금 유입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현재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6배 수준이다. 2005년 이후 PER가 9배 이하로 떨어진 것은 금융위기, 그리스 재정위기,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 대형 글로벌 악재가 터졌을 때뿐이다. 당시 PER 평균은 8.5배였다.

오성진 센터장은 “9배 이하 수준의 한국 증시는 저평가된 것으로 과매도 상태”라며 “과거 3차례 사례를 살펴보면 모두 3개월 만에 PER가 정상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럽계 자본이 한국을 떠난 것은 자국의 은행자본확충 스케줄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며 “2분기에 최악의 상황을 지나고 나면 하반기 한국 증시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환 센터장은 “현재 상황은 6월에 도래할 유로존 불안을 5월에 선방영한 것”이라며 “유럽 각국 은행이 신흥시장에 투자한 자금을 현금화하기 위해 한국 주식을 서둘러 매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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