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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원 넘는 주식·펀드는 증여하라

10억원 넘는 주식·펀드는 증여하라



자산가인 김대식(72)씨는 8년 전 부인과 사별하고 혼자살고 있다. 김씨의 상속인은 외동딸인 민희(44)씨가 전부다. 김씨는 살고 있는 주택(15억원) 외에 180억원의 금융자산(주식 30억원, 펀드 20억원, 예금 30억원)을 갖고 있다. 언제든 재산을 딸에게 넘겨줄 생각이다.

문제는 세금이다. 5년 전부터 딸에게 30억원 넘게 증여해서 최고세율 50%로 증여세를 납부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 추가로 증여할지 아니면 상속할지가 고민이다. 추가로 증여한다면 어떤 재산을 먼저 증여하는 게 유리할까.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서는 상속이 개시되기 10년(상속인 외의 자는 5년) 전에 증여해야 한다. 증여 또한 동일인에게 증여 받은 재산은 10년이 지나야만 합산되지 않는다. 민희씨의 경우 현 시점에서 증여를 받든, 상속으로 재산을 물려받든 상속세와 증여세에는 차이가 없다.

증여를 받아도 과거 부친에게 증여 받은 재산과 합산하기 때문에 50%의 세율로 증여세를 내야 한다. 상속을 받는다 해도 50%의 상속세를 피할 수 없다. 단 증여시점의 재산평가를 낮출 수 있다면 상속재산에 다시 합산되더라도 증여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결국 증여재산의 평가금액을 낮출 수 있는지가 증여를 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금융상품에 대한 상속세나 증여세는 부동산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일반적으로 아파트를 제외한 부동산은 시가의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기준시가(공시가액)로 세금을 계산한다. 반면 금융재산은 기준시가가 존재하지 않고 시가 그대로 노출된다. 그래서 금융재산이 상속재산에 포함되면 평가금액의 20%(금융재산상속공제)를 과세표준에서 공제한다. 금융재산상속공제는 예금·적금·펀드는 물론이고, 주식·채권·보험금까지 대상이 된다.

공제 금액은 2억원을 초과할 수 없다. 김씨처럼 금융 자산이 10억원을 초과할 경우엔 금융재산상속공제를 받기 어렵다. 차라리 다른 형태의 재산으로 변경하거나 증여로 그 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다.실질 가치보다 낮게 평가되는 금융상품도 있다. 대표적인 게 연금보험 상품이다. 보험금을 연금 형식으로 받을 경우 세법에서는 연금(정기금)을 현재 가치로 할인해서 평가한다.

현재 가치로 평가할 때 사용하는 할인율은 세법상 6.5%다. 시장 이자율보다 높다. 할인율이 높으면 현재가치가 낮아져 일시에 수령하는 동일 조건의 다른 보험금보다 낮게 평가된다. 시장이자율과 세법상 할인율(6.5%)과의 차액만큼 평가금액이 낮아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10년 동안 매월 1000만원씩 받는 연금보험 상품을 증여하는 것으로 가정한다. 실제 수령하는 금액은 모두 12억원. 세법에서는 6.5%로 할인한 현재 가치의 합계로 평가하기 때문에 9억원 정도로 평가금액이 낮아진다. 일시에 목돈을 거치하고매월 연금형식으로 수령하는 보험상품을 증여할 경우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20%~30%의 평가금액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보험상품에 가입해서 상속세나 증여세 자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상속세나 증여세가 비과세 되는 상품은 거의 없다. 있더라도 수증자가 장애인일 경우로 한정한다. 장애인을 보험금 수령인으로 하는 보험은 연간 수령하는 보험금 4000만원까지 비과세 된다. 장애인이 가족에게 재산을 증여 받고 신탁상품으로 가입할 경우 5억원까지 증여세가 비과세된다. 다만 신탁기간은 그 장애인이 사망할 때까지다.

장애인 자녀의 생활비 지원 등을 목적으로 할 때가 적절할 것이다.금융상품을 활용해 향후 상속세의 재원을 만드는 것도 의미가 있다.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저축성 보험이 적절하다. 물론 저축성보험 상품은 상속세 계산대상에는 포함된다. 하지만 상속세의 재원을 만드는 과정에서 형성한 금융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내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만 하다. 우리 세법에서는 10년 이상 장기저축성보험에서 발생한 보험 차익에 대해서는 소득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증여 취소 활용해 저평가 시점 찾아라부동산과 동일하게 금융상품도 저평가됐을 때 증여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펀드나 주식 등을 증여할 때 어느 시점이 가장 저평가되었는지 확인하기란 어렵다.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에게도 가장 저평가될 때 투자하는 것이 유리한 것처럼 주식이나 펀드를 증여할 때도 낮게 평가될 때 증여하는 게 좋다. 투자할 때는 가장 저평가된 시점을 선택하는 게 어렵다.

증여는 ‘증여 취소 제도’를 활용하면 어느 정도 저평가된 시점을 찾을 수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증여받은 재산을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증여세 신고기한 이내(증여일로부터 3개월)에 반환하면 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본다. 증여 후 증여세 신고기한 이내에 증여재산가액이 하락한 경우 증여를 취소한 후 더 낮게 평가된 시점에 다시 증여를 할 수 있다.

재차 증여 후 다시 평가금액이 하락한다면 다시 증여 취소 후 증여함으로써 가장 낮은 시점을 찾아낼 수 있다.하지만 이 방법을 활용해서 가장 낮게 평가되는 시점을 찾을 때 조심할 게 있다. 증여를 취소해 반환하기 전에 세무서로부터 이미 과세표준과 세액 결정을 받은 경우 양쪽 모두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 또 현금은 증여 취소 대상이 아니다. 예금이나 적금도 금전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예금 등을 증여했다면 증여의 취소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상속세를 줄이기 위한 증여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가급적 10년 단위로 증여하고, 상속개시 10년(상속인 외의 자는 5년) 전에 증여해야 한다. 증여할 때는 손자와 손녀를 포함해 여러 가족으로 분산해서 해야 한다. 가급적 저평가돼 있고 향후 상승가치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재산을 먼저 증여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는 현금이나 금융자산보다 부동산이 증여 1순위였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다. 부동산 가치가 많이 하락했고, 조만간 상승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주식이나 펀드 등은 가치가 하락했지만 부동산보다는 상대적으로 상승 기대감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이유로 올해 이후에는 부동산보다는 주식이나 펀드 쪽으로 증여하는 것이 향후 상속세 절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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