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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헤맨만큼 내 땅이잖아요”...100배 성장하겠다는 이학준 플로우 대표의 포부 [이코노 인터뷰]

산업 일반

“AI(인공지능) 퍼스트 시대로의 전환. 플로어에겐 완전한 기회이죠. 이 황금시기를 놓치지 않고 앞으로 100배 더 성장할 것입니다.”국내 협업툴 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플로우' 운영사 마드라스체크 이학준 대표의 포부다. 지난 2015년 마드라스체크를 창업하고 10년간 사업을 키워온 이 대표는 창업 당시는 모바일 퍼스트 시대였고, 지금은 AI 퍼스트 시대로 변화하면서 다시 한번 더 사업의 확장성을 자신했다. 는 이 대표를 만나 그가 말하는 기회의 이유와 앞으로의 포부 등을 물었다. 이 대표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일명 '행동파' 사업가다. 마드라스체크의 첫 시작도 그랬다. 창업 전 국내 중견 소프트웨어(SW) 개발사인 웹케시에 근무하던 그는 사내벤처로 사업을 시작했고 당시 모바일 중심의 전환 기회를 엿봐 스핀오프 형태로 마드라스체크를 창업했다. 대학 시절 행정학과를 전공한 그가 IT 기업을 창업하니, 주변에서는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컸지만 그는 행동으로 자신만의 길을 나섰다. 또 창업 후, 2년간 무료 형태로 운영하던 플로우를 과감하게 유료 구독제로 바꾼 것 역시 성공적이었다. 2019년 세계적으로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하면서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기업들이 온라인, 모바일 중심의 협업툴 플로우를 앞다퉈 찾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굵직한 대기업과 공기업 등에서 플로우를 이용하기 시작했고, 이는 즉각적인 영업이익 상승세뿐 아니라 차후 영업 확장성을 도와주는 레퍼런스(참고 사례)도 됐다. 이 대표는 “새로운 툴이기 때문에 마케팅적으로 레퍼런스가 중요했는데, 코로나19때 엔터프라이즈급 기업들을 다수 유치하며 레퍼런스도 자연스럽게 생겨어요”라며 “사실 큰 기업, 공공기관일수록 같이 작업하기엔 어려운 것이 사실이긴 해요. 작업 프로세스도 복잡하고 구매 과정도 까다롭고 요청사항도 훨씬 많죠. 하지만 오히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서비스가 더 정교해지고 단단해졌죠”라고 말했다. 그 결과 현재 플로우 고객사로는 삼성 계열사, 현대차 계열사, 금융기관, 공공기관 등이 있다. 협업툴에 AI 기능 넣은 플로우 직원 복지 개선에도 적극적이었다. 모든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우수 직원과 신규 입사자 등의 차등은 있지만 모든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준다. 이 덕분에 퇴사율은 15%로, 동종업계에서 낮은 퇴사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는 직원의 복지이기도 하면서도 자신의 고민을 덜어주는 방법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창업 후 가장 어려웠던 점이 직원 관리였어요. 어떻게하면 젊은 직원들에게 동기 부여를 주고, 회사의 로열티를 갖고 장기간 함께 일할 수 있을까를 매일 고민했었어요. 고민 결과 내가 다니는 회사가 잘 되면, 나도 잘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하면 되겠더라구요. 그래서 스톡옵션을 모든 직원에게 주기로 했죠. 지분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상장을 하거나 기업 가치가 오르면 모든 직원들이 함께 재산이 늘 수 있는 거죠.”이제는 플로우에 AI 기능을 넣는 것으로 새 도약에 나섰다. 이 대표는 플로우만의 AI 기능인 ‘메이트X’를 소개했다. 주요 기능으로는 ▲AI 스마트 검색 ▲AI 인사이트 보고서 ▲AI 프로젝트 마법사 ▲AI 옴니 어시스턴트 ▲AI 리마인더 및 미팅 노트 등이다. 먼저 AI 스마트 검색은 사용자가 자연어로 질문하면 내부 데이터뿐 아니라 구글 워크스페이스 등 외부 서비스 데이터까지 통합 검색해주고, AI 인사이트 보고서는 사용자가 원하는 내용을 프롬프트(명령어)로 입력하면, 웹 형태의 자동 보고서를 생성해준다. AI 프로젝트 마법사는 사용자가 간단한 입력만 하면 기존 데이터를 분석해 프로젝트와 업무 목록을 자동 생성하고 AI 옴니 어시스턴트는 카카오톡, 이메일 대화 내용을 분석해 업무를 추출하고 플로우에 바로 등록해준다. 또 AI 리마인더 및 미팅 노트는 아침마다 일정과 지연 업무를 정리해주고, 회의 내용을 자동으로 녹음하고 정리, 요약해준다. 이 기능들은 7월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이 대표는 자신있게 말했다. “기술을 위한 기술은 없어요. 사람을 위한 기술만 존재하죠. 플로우의 이번 AI 기능 역시 철저히 사용자의 편리성을 위해 개발됐죠. 10년간 협업툴을 운영하며 쌓인 노하우에 최신식 기술인 AI 기능까지 더해지면서 어느 협업툴보다 편리한 사용성을 자신해요.” 역전 기회 노리는 야심찬 후발주자 AI 기능 개발과 함께 그가 행동에 나선 부분은 해외 사업이다. 지난 2년간 해외 진출을 준비했고 현재 미국, 영국, 일본 등에 법인을 운영 중이다. 그가 해외 사업에 가능성을 본 이유는 협업툴이 세계적으로 공통된다는 점을 깨닫고서다. 이 대표는 “HR(인적관리)이나 회계, 세무분야 같은 경우는 각 나라마다 기준과 운영 형식이 다르지만, 회의를 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협업툴은 세계적으로 공통되죠. 구글 메일, 구글 드라이브 등을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죠”라며 “기능적으로 뛰어난 협업툴은 이미 보유하고 있고 여기에 각 나라에 맞는 언어적 지원만 된다면 많은 해외 사용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100배 성장하겠다는 포부의 근거도 해외 사업 확장이다. “AI 전환의 시기. 지금처럼 전환의 시기가 바로 플로우와 같은 신규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역전할 수 있는 진입장벽이 가장 낮은 시기지요. 기존 글로벌 협업툴 강자들이 AI 기능을 이미 갖추고 운영하고 있었다면 대결하기 힘들었겠지만, 지금은 모두 출발선상에 있으니까요. AI를 잘 접목해서 역전의 승자로 나설 것입니다. 제가 요즘 제일 좋아하는 말이 있어요. 헤맨만큼 내 땅이다. 저는 10년간 그리고 지금도 신기술을 접하며 헤매고 있죠. 하지만 그만큼 저는 단단해졌어요. 모두 제 땅이예요.(웃음)”

2025.07.13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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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 스타트업이 투자유치에 성공하는 방법 [순화동필]

전문가 칼럼

영화를 보면 자주 등장하는 대사가 있다. ‘누구도 믿지 마라.’태국이 정치인의 통화 내역의 유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패통탄 친나왓(Paetongtan Shinawatra) 태국 총리가 자국 군 간부를 험담하는 통화 내용이 유출되면서 취임 10개월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이 통화 상대이면서 음성 파일 유출 당사자는 다름 아닌 38년간 캄보디아를 통치한 뒤 2023년 퇴임한 훈 센(73) 전 캄보디아 총리다.패통탄 총리는 6월 15일 통화에서 지난 5월 28일 발생한 태국-캄보디아 국경 분쟁과 관련하여 태국군 지휘관을 반대편이라고 지칭하면서 비판했다. 또한 그 사령관이 국경 문제에 대해 ‘반정부적 정서’를 조장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훈센 전 총리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만 해라. 내가 처리하겠다”라고도 한 내용의 전체 녹음파일을 훈센 전 총리가 6월 18일 자신의 공식 페이스북에 게시하면서 태국이 발칵 뒤집어졌다.그 이후 태국의 수도인 방콕에서는 대규모의 집회가 열렸다. 7월 1일 태국 헌법재판소는 패통탄 태국 총리에 대해 직무 정지 명령을 내렸다. 헌재의 결정 직전의 당일 아침, 태국 국왕이 새 내각 구성안을 승인했는데 여기에 패통탄 총리는 스스로 문화부 장관 겸직으로 이름을 올려 문화부 장관 자격으로 내각에 참가해 여전히 국정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 태국 총리로 인한 정치 불안, 경제성장률 2% 아래로 태국 연립정부 제2당이 상기 통화 유출 이후 연정 탈퇴를 발표했지만 간신히 과반수를 유지하고 있다. 패통탄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9%까지 떨어졌고, 군부의 쿠데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이러한 정치적 불확실로 인하여 태국은 주요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고, 최초 36%의 상호 관세를 통보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2024년 2.5%의 경제성장률로 동남아시아 주요국 중에서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태국은 올해에는 2% 이하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은 현재 폐쇄됐고, 이로 인해 두 나라 모두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태국에서 육로로 캄보디아를 거쳐 베트남까지 도로가 연결되어 있다. 이 도로를 통해 태국은 상대적으로 싼 원자재를 캄보디아와 베트남으로부터 가져오고 이를 가공해 제품으로 만들어 다시 캄보디아와 베트남에 수출하고 있는 것인데 이것이 막혀 버린 것이다. 만약 다시 국경이 열리지 않는다면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통화의 내용 중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패통탄 총리는 통화에서 훈센 전 총리를 ‘삼촌’이라고 부른다. 이것을 보면 공적 대화라기 보다는 사적 통화에 가까운 것이다. 패통탄의 아버지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군부 쿠데타로 실각했을 때 훈센은 2009년 탁신을 캄보디아 경제고문으로 임명하며 도피처를 제공하는 등 두 가문은 약 30년간 친하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훈센은 게다가 지난 6월 27일 TV 연설에서 ‘주변국, 특히 캄보디아와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새 총리가 태국에 나타나기 바란다’라고 말했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의 딸 때문에 탁신과의 30년 우정이 깨졌다’라는 글까지 남기며 사실상 두 가문이 결별했음을 시사했다. 인도네시아 전·현직 대통령의 갈등 불거져 두 가문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는 않다. 대부분 5월 28일 태국 북동부 국경지대에서 발생한 총격으로 인해 캄보디아 군인 1명이 사망한 것을 원인으로 삼고 있지만 하루아침에 이렇게 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측면이 많다. 탁신 가문을 계속 비판하고 있는 훈센과는 달리 패통탄 총리는 ‘훈센과의 통화는 사적 대화였으며, 공개 되어선 안 되는 내용’이라면서 ‘(훈센에게)충성을 맹세한 것이 아니라 협상을 위한 전략이었다’라고 해명했다. 패통탄의 말을 빌리자면 믿었던 삼촌에게 배신을 당한 것이다.지금 표면화되진 않고 있지만 인도네시아도 조용히 두 가문의 결별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80%의 지지율을 가지고 정치 왕조 구축을 꿈꾸던 조코위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정치적 경쟁자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현 대통령과 손잡고 2024년 대선에서 선거법까지 바꿔가며 큰아들인 기브란을 부통령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 6월 초 인도네시아 퇴역 장성들이 기브란 부통령의 탄핵을 요구했다. 탄핵 이유는 기브란 부통령이 후보가 되는 과정에서 헌법재판소 부정이 있었고, 과거 그가 소셜미디어에서 프라보워 대통령을 비하한 의혹이 있다는 점, 국정 운영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 등을 꼽았다. 이에 따라 전·현직 대통령 간 권력 다툼이 시작되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지난해 선거 당시 프라보워 대통령은 국방과 외교를 담당하고 나머지는 부통령이 관장할 것이라고 두 가문 간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대통령 당선부터 취임까지 실제 그러한 모습도 보였으나 대통령 취임 이후 부통령에 대한 소식은 거의 언론에 나오지 않고 있다. 아들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어 정치 왕조를 이어가려던 조코위 전 대통령의 꿈이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권력은 비정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정치에 있어서는 믿을 사람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사례로 충분할 듯하다.

2025.07.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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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무장한 삼성, 생활 설계한 LG…두 기업의 인도 접근법

IT 일반

인도에서 한국 가전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맞붙는다. 주인공은 삼성전자와 LG전자다. 이들은 인도라는 새로운 격전지에서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데, 전략은 서로 다르다. 삼성은 인공지능(AI)과 사용자 경험(UX)을 앞세운 반면, LG전자는 프리미엄과 현지화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같다. 바로 '인도 가정의 표준 브랜드'다.기술의 삼성인도는 삼성전자에게 전략적 비중이 높은 곳으로 통한다. 글로벌 생산거점이자 소비시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 노이다(Noida) 공장은 지난 2018년 현지에 개설된 후,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스마트폰 공장으로 자리잡았다. 초기 연 6700만대 생산 규모는 최근 1억2000만대로 확장됐다.또 삼성전자는 인도 정부의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과 연계해 인도에서 설계·회로기판 어셈블리(PCBA·회로 기판에 부품을 장착하고 납땜하는 과정)·조립·완제품 생산을 모두 수행하고 있다. 실제 삼성 인도 법인은 노이다 공장이 전 세계 삼성 스마트폰 생산의 25%를 담당한다는 점을 근거로 12억4500만 루피(약 1900억원) 규모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글로벌 수출 거점을 넘어 삼성전자는 AI를 통해 인도 내부를 공략 중이다. 스마트폰부터 TV, 오디오 기기까지 전 라인업에 AI 기능을 탑재하며 현지 소비자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다양한 제품군이 스마트싱스(Smart things) 생태계와 연동된다. 삼성전자의 AI와 연결성이라는 키워드가 맞물려 ‘AI의 대중화’라는 톱니바퀴가 작동하는 셈이다.대표 주자는 갤럭시 S25 시리즈다. 플래그십 모델인 S25 울트라(Ultra)를 비롯해 전 라인업에 탑재된 ‘갤럭시 AI’는 단순 번역이나 검색을 넘어, AI 기반 이미지 처리 엔진(ProVisual)기반의 카메라 최적화, 문맥 인식 기반의 요약 기능, 이미지 생성을 포함한 생성형 AI 편집 도구 등으로 무장했다. 이와 함께 출시된 갤럭시 M36 5G 역시 보급형임에도 핵심 기능을 일부 이식받아, 중가 시장에서도 제 역할을 수행 중이다.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현지 IT 전문지 인디아 투데이(India Today)는 최근 리뷰에서 “S25는 단순히 좋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AI를 일상 속으로 끌어들인 전환점”이라며 “카메라, 디스플레이, 성능 모든 면에서 견고하며, AI 기능은 시간이 지날수록 진가를 발휘한다”고 호평했다.중가 시장에 새롭게 투입된 갤럭시 M36 5G 역시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고 있다. 현지 테크 전문 미디어 플랫폼 Gadgets360은 “AI 기능이 이 가격대에 처음 들어왔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준을 바꿨다”며 “제미나이 라이브(Gemini Live), AI 기반 편집툴, 오브젝트 이레이저(Object Eraser) 등은 단순한 ‘보급형’의 정의를 새롭게 쓰고 있다”고 평가했다.TV 부문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은 올해 인도에 ‘비전 AI’ 기반 TV 라인업을 대거 투입했다. Neo QLED 8K·4K, OLED, QLED, 더 프레임 등 주요 시리즈는 AI 기반 화질 엔진이 콘텐츠의 종류와 주변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명암비와 선명도를 조정한다. 여기에 사용자 시청 패턴을 분석해 개인화된 콘텐츠를 추천하고, 실시간 에너지 소비량을 조절하는 AI 에너지 세이빙 기능도 내장했다. 비플레시 당(Viplesh Dang) 삼성 인디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현지 인터뷰에서 “TV는 이제 더 이상 검은 화면이 아니라, 집 안 전체를 연결하는 지능형 허브”라며 “이 기술은 사람들의 일상 속 TV 사용 방식에 직접 연결되며, 보편적 가격대로 제공돼 접근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섬세함의 LGLG전자는 ‘현지 맞춤 프리미엄’을 앞세워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곰팡이 방지 TV, 모기 퇴치 기능이 들어간 에어컨 등 고온 다습한 인도 기후에 최적화된 제품들은 전략의 산물로 통한다. LG전자가 인도 시장에서 내세운 핵심 무기는 ‘현지 맞춤형 기술’이다.현지에 맞춰진 기술은 대체로 섬세하다. 냉장고는 인도 가정의 채소 소비 패턴에 맞춰 ‘무균 야채 보관 칸’을 채택했고, 세탁기는 사리(인도 전통의상)도 직접 세탁할 수 있는 ‘6모션 DD 세탁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여기에 전기 공급이 불안정한 농촌 지역까지 염두에 둔 저전력 가전 제품군도 확대하고 있다. 가전 제품군에는 항곰팡이·항균 등의 소재 기술도 적용된다. LG전자는 고온·다습 환경에서도 곰팡이가 쉽게 자라지 않도록, 인도 지역에서 항곰팡이·항균 소재를 가전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이 소재는 유리 분말 형태로 플라스틱·페인트에 적용되는데, 내부 플랫폼과 부품에 곰팡이가 번식하는 것을 사전에 억제하도록 설계됐다.특히 TV의 경우, ‘모이스쳐 프로텍션’(Moisture Protection) 기능이 적용된 모델들이 현지에 본격 출시됐다. 모이스처 프로텍션기능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TV 내부의 곰팡이·세균 번식을 억제하는 첨단 기술이다. LG전자의 이같은 기술력은 생활 맞춤형 프리미엄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이 같은 노력 덕분에 LG전자는 인도 시장에서 이미 ‘국민 가전’에 가까운 위상을 굳혔다. 각종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LG는 인도 세탁기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점유하며 1위(33.5%)를 차지했고, 냉장고 부문에서도 28.7%로 선두를 유지했다. 특히 에너지 효율이 중요한 인도 여름철 소비 특성을 반영한 인버터 에어컨 시장에서는 19.4%의 점유율로 경쟁사들을 따돌렸다. 지난 2023년 기준 OLED TV 부문 점유율이 무려 90%에 달하는 등 사실상 ‘안착기’에 들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LG전자는 인도 시장에서 안착기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지만, 이 자리는 언제든 빼앗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 된다”며 “인도처럼 거대한 시장을 노리는 기업들은 다수기 때문에 방심하면 순식간에 넘어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이어 “현재 글로벌 기업들은 모두 ‘이중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LG전자 역시 어떤 제품이든 프리미엄, 중저가, 보급형까지 세분화된 차별화 전략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 어느 하나에만 집중해서는 인도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2025.07.13 10:00

4분 소요
블록체인 게임 확장에 나선 게임사들…국내 서비스는 언제쯤?

IT 일반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게임 사업 확장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법적으로 블록체인 게임을 통한 환전 행위가 불법으로 규정돼 서비스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무조건 틀어막기보다는 정부가 규제 완화에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블록체인 게임은 근본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 블록체인 게임이 기존 게임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대체불가토큰(NFT) 등을 활용해 게임 내 자산을 유저가 통제하고 소유한다는 점이다. 기존 게임에서는 이용 약관을 근거로 게임 내 최종적인 자산을 게임 개발사가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A게임 자산을 B게임으로 이동시키는 것도 불가능했다.게임 내 자산을 유저가 통제하고 소유할 수 있어 반면 블록체인 게임 내 자산은 이용자 것이다. 개인 간 거래도 자유롭다. 아울러 A게임 자산을 같은 블록체인 기반의 B게임으로 이동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기존에 통용되던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블록체인 게임의 경우, 게임 내 자산을 암호화폐로 바꿔 실물경제에도 사용할 수 있다. 게임을 통해 실제 돈을 버는 것이 가능한 셈이다. 국내 게임 중에는 위메이드가 서비스했던 ‘미르4’ 글로벌 버전이 대표적인 블록체인 게임으로 꼽힌다. 유저들은 미르4 글로벌 버전 게임 내에서 ‘흑철’을 채굴해 이를 ‘드레이코’라는 게임 코인으로 바꿀 수 있었다. 드레이코는 다시 위메이드가 발행한 암호화폐 ‘위믹스 코인’으로 교환이 가능하다. 위믹스 코인은 여러 글로벌 거래소에 상장된 만큼 이를 현금화할 수 있었다.물론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따가운 시선도 존재한다. 하지만 유저 입장에서는 블록체인 게임에 거는 기대가 클 수 밖에 없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2018년 작품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게임 내 가상재화를 실제 생활에서 쓰게 되는 날을 기다리는 유저들이 적지 않다. 위메이드를 포함해 블록체인 게임을 개발하는 게임사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게임 내 재화를 실물경제와 연동하는 것이다. 게임 내 재화를 암호화폐로 교환한 후 해당 암호화폐를 현실에서 경제활동을 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미 여러 아이템 중개 사이트에서 게임 내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고팔고 있는 상태다. 다만 해당 거래의 경우 게임사 약관에 위배된다는 점에서 공식적인 경제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현재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을 수익화하거나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형태의 게임을 서비스할 수 없다. 게임산업법상 게임에서 획득한 점수, 경품, 게임머니 등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는 행위는 전면 금지되는데,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이 조항에 근거해 블록체인 게임의 토큰이나 NFT도 환전 가능한 불법 경품이라고 본 것이다.국내 서비스는 여전히 막혀있지만 게임사들은 글로벌 시장 출시를 통해 여러 블록체인 게임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국내 게임업계 맏형 넥슨은 지난 5월 대표 지식재산권(IP)인 ‘메이플스토리’를 바탕으로 개발한 블록체인 게임 ‘메이플스토리N’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였다. 블록체인 게임 ‘메이플스토리N’ 선보인 넥슨메이플스토리N은 메이플스토리의 세계관을 확장한 프로젝트다. 수집과 육성 중심의 게임 플레이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차별화된 경제 시스템을 구현했다. 아이템을 NFT로 만들어 거래할 수 있으며, 캐릭터 수집·육성과 전투를 중심으로 한 RPG 콘텐츠를 제공한다.이용자는 다양한 캐릭터와 희귀 아이템을 수집해 성장시킬 수 있다. NFT로 전환한 캐릭터와 아이템은 마켓플레이스에서 거래할 수 있다. NFT로 발행된 자산은 캐릭터의 성장 이력이나 업적까지 온체인에 기록된다. 단순 수집을 넘어 ‘디지털 자산화’ 가치를 부여하는 셈이다. 게임 내 재화 발행량과 공급에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실물경제와 유사한 흐름을 설계했다.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고 자산 희소성과 교환 가치를 유지한다는 취지다. 게임의 주요 유틸리티 토큰 NXPC는 바이낸스 알파와 업비트, 빗썸 등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됐다. NXPC는 메이플스토리N 내에서 아이템 제작, NFT 전환 등 핵심 경제 활동에 사용되는 토큰이다. 다만 블록체인 게임 서비스가 제한된 한국과 중국, 북미 등 일부 지역에서는 메이플스토리N을 이용할 수 없다.컴투스홀딩스는 자체 메인넷 엑스플라를 구축하고 암호화폐 엑스플라를 발행 중이다. 현재 엑스플라는 국내외 거래소에 상장된 상태로, 최근 이더리움과의 연동을 완료해 멀티체인 전략을 본격화했다. 최근 블록체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넥써쓰도 블록체인 게임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넥써쓰가 운영하는 오픈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크로쓰’는 상반기 기술·경제적 생태계 기반 구축을 마무리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콘텐츠 확장에 나설 예정이다. ‘모두의 빙고’를 시작으로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순차 온보딩할 계획이다. 넷마블은 블록체인 자회사 마브렉스를 리브랜딩하고 ‘재벌 1세: 주식 전쟁’를 시작으로 ‘머시너리 칠드런’, ‘다이스 고’ 등 다양한 장르 게임을 마브렉스 생태계에 포함시킬 계획이다.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츠에 따르면 전 세계 블록체인 게임 시장 규모는 올해 175억달러에서 2030년까지 연평균 44.2%로 성장해 1097억달러 시장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게임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블록체인 게임을 통한 환전 행위를 여전히 금지하고 있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스테이블코인 도입 열풍이 불고 있고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규제 완화도 어느정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2025.07.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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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늦지 않았다”…新 ‘가전 격전지’ 인도

IT 일반

인도가 가전 산업의 '도약대'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의 성장세를 뒷받침하는 요인은 복합적이다. 그중에서도 ▲급속한 도시화 ▲중산층 소득 증가 ▲농촌 지역의 전력 보급 확대 ▲전자상거래 확산 ▲스마트 가전 기술의 빠른 도입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산업 기반이 고도화됨에 따라, 고가의 가전제품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려는 소비층도 점차 두터워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도 가정용 가전 시장 규모는 224.5억달러(한화 약 30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성장률(CAGR)도 7.2%로 관측돼, 오는 2030년까지 약 336.3억 달러(약 46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내외 가전 기업들이 인도를 놓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한다.팽창하는 인도의 도시들꾸준한 상승세의 기저에는 인구 구조·소비 지형·기술 수용성 등이 깔려있다. 글로벌 통계 데이터 플랫폼 매크로트렌즈(Macrotrends)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인도 도시 인구는 약 5억2294만명으로 전년(5억1132만명) 대비 2.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사이 약 220만명이 새롭게 도시로 유입됐다는 뜻이다.이 같은 성장 흐름이 약 10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인도의 도시화 속도가 향후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2036년에는 도시 거주 인구가 6억명, 전체 인구의 40%에 이를 것이라는 수치도 제시했다. 이는 2011년 기준 약 31% 수준에 머물렀던 도시 인구 비중이, 25년 사이 9% 포인트 이상 늘어난다는 의미다. 도시화 전망은 단순한 인구 흐름을 넘어 소비 패턴 변화를 내포한다. 도시로 이동한 인구는 전기·수도·인터넷 등 인프라 접근성이 높아지고, 소득 수준도 상승하는 경우가 많아 가전·주거·디지털 기기 등 내구재 소비 확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인도 정부도 가전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에어컨·LED 부품 등 백색가전 주요 품목을 대상으로 생산 연계 인센티브(PLI) 프로그램을 추가 공고하며, 제조 역량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코트라(KOTRA) ‘2024 인도 진출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PLI 확대에는 LG전자, 다이킨(Daikin), 미디어(Midea) 등 글로벌 가전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인도 내 기존 생산거점을 확대하거나 신규 투자를 검토 중이다. 해당 인센티브는 일정 생산 실적을 달성한 기업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구조로, 현지 생산을 유도하고 산업 고도화를 지원하는 핵심 정책이다. 특히 에어컨 핵심 부품인 열교환기와 압축기, LED 라이트 구성품 등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되면서, 부품단까지 현지 조달 체계를 촘촘히 구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렇듯 인도는 수요가 도시화와 중산층 성장에 의해 급격히 커지고 있고, 공급은 정부 주도의 인센티브와 기업의 직접 투자로 기반을 갖추는 중이다. 이 양방향 구조가 바로 인도를 가전 산업의 ‘도약대’로 만드는 배경이다. 생각보다 ‘더’ 까다로운 인도 시장물론 인도의 상황이 항상 장밋빛은 아니다. 인도는 가전 기업에 있어 유망한 신흥시장인 동시에, ‘난이도가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표면적 수요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진입의 문턱은 낮지 않다. 무엇보다 가격 민감도가 그 첫 번째 장벽이다.한 글로벌 컨설팅사는 인도를 ‘세계에서 가격에 가장 민감한 소비자 집단을 가진 나라’라고 분석할 정도다. 동일한 사양의 제품이라도 5% 이내 가격 차이에서 구매 결정이 갈린다는 것이다. 이는 겨우 1만~2만원 내외의 가격 차이만으로도 구매자가 이탈할 수 있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칸타(Kantar)에 따르면, 인도 소비자의 62%는 가전 등 고관여 상품을 구매할 때 “할인이 적용될 때까지 기다린다”고 응답했다. 브랜드보다 가성비를 우선시하는 소비 성향은 ‘글로벌 프리미엄’ 전략의 단일화 접근이 통하지 않는 이유다.두 번째 과제는 서비스 인프라다. 인도 내수시장의 팽창은 비단 대도시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소도시와 농촌 지역의 구매력이 상승하면서, 수요는 전국 단위로 확산 중이다. 그러나 설치 및 사후관리 인프라는 지역 간 편차가 크다. 단순한 판매망 확보를 넘어, 물류와 수리, 고객지원 기능이 통합된 거점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쉽게 무너진다.세 번째는 정책 리스크다. 인도는 에너지 효율에 민감한 국가로, 냉장고·에어컨 등 주요 가전제품에는 국가 에너지 효율 인증제도(BEE Star Rating)가 의무 적용된다. 에너지 효율 등급에 따라 판매 가능 여부는 물론, 소비자 선택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수입 관세, 외국인직접투자(FDI) 규제, 품목별 인허가 정책 변화까지 겹치면, 진입 장벽은 기술이나 브랜드를 뛰어넘는 수준이 된다.이렇듯 ‘도시화’와 ‘중산층 확대’가 수요의 청신호라면, 가격·서비스·정책 등의 변수는 공급 전략의 적신호다.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를 ‘기회의 땅’으로 부르지만, 진입에 주저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정밀한 현지화와 다층적 대응력 없이 인도 시장에서 ‘프리미엄’은 유지되기 어렵다는게 전문가의 분석이다.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우리 기업들이 인도에 상장하거나, 직접 투자를 확대하는 등 실제 움직임이 있다는 점은 분명한 변화”라며 “이는 ‘인도의 재발견’인 셈인데, 인도 시장은 공급망 다변화와 판로 확대 측면에서 반드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인도 소비자들은 5000원 차이에도 민감할 만큼 가격 탄력성이 큰 시장”이라고 평가했다.이어 “프리미엄급 제품은 높은 가격에 걸맞은 완벽한 사후관리(AS)와 품질을 제공하고, 동시에 중저가 브랜드 모델도 함께 투입해 다양한 계층과 소득층을 아우르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며 “한국 브랜드는 이미 일정 수준의 인지도와 프리미엄 이미지를 갖고 있으므로,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를 활용하면서도 제품군의 다양화에 나서는 게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2025.07.13 09:30

4분 소요
‘할인 천국’ 중국, 이면에 숨은 ‘인볼루션’ 위험[특파원 리포트]

차이나 포커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이 중국에서도 개봉했다. 영화를 보기 위해 예매 창을 열어 보니 영화표 한 장 가격이 49위안(약 9374원) 정도 한다. 이미 1만원을 훌쩍 넘는 한국 영화관과 비교하면 싼 편이다. 실제 결제하는 금액은 이보다도 낮은 45.9위안(약 8779원)이다. 통신사 멤버십이라든지 어떤 할인 요건을 충족한 것도 아니다. 그냥 창을 띄워서 결제만 했는데 한국 돈으로 600원 가까이 할인을 받았다. 할인율로 치면 6% 정도다.중국은 ‘할인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할인 혜택이 존재하는 곳이다. 중국의 쇼핑 앱에선 상시 할인 쿠폰이 쏟아지고 콧대가 높은 아이폰, 스타벅스 같은 브랜드도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전기차 업체들 또한 할인 열풍에 한몫하고 있다. 정부는 아예 재정을 투입해 전기차나 가전제품을 싸게 살 수 있는 보상 판매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대대적인 할인은 소비자 지갑을 열게 함으로써 내수 소비를 진작시키는 효과가 있다. 물론 할인만 한다고 능사는 아니다. 수요는 제한적인데 공급이 늘면서 저가 출혈 경쟁이 벌어지자 중국 내부에선 ‘인볼루션’(Involution) 위험성도 언급되고 있다.“제값 주면 호갱”…어디서나 누리는 할인 혜택 중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어떠한 제품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제값을 낸다면 일명 ‘호갱’(호구 고객) 취급받기 쉽다. 조금만 더 찾아보면 할인을 받을 방법이 여러 가지 있기 때문이다.대표적으로 중국에서 많이 이용하는 쇼핑 플랫폼 ▲징둥닷컴 ▲타오바오 ▲핀둬둬 등에선 상시 할인 제품이 넘쳐난다. 처음 이용 고객은 물론이고 수시로 할인 패키지가 제공돼 포인트가 쌓이고 특정 결제 플랫폼을 이용한다면 더 싼값으로 결제할 수 있다. 6·18 축제(6월 18일)나 광군제(11월 11일) 같은 대형 행사 기간에는 할인 폭이 더 커진다. 필요한 가전제품은 물론 생필품을 살 때도 이 기간만 기다린다는 중국인들이 있을 정도다.‘중국판 배달의민족’인 메이퇀이나 ‘중국판 캐치테이블’ 따종디앤핑 등에서도 쿠폰을 열심히 모으면 일반 가격보다 훨씬 싼 이용이 가능하다. 따종디앤핑의 경우 대부분 식당에서 할인 가격이 적용된 타오찬(세트 메뉴)이 있다. 100위안(약 1만9100원) 짜리 쿠폰을 80~90위안(약 1만4300~1만7200원)에 파는 경우도 많다. 기본적으로 10~20%의 할인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한국에서 할인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유명 브랜드도 중국에서는 예외다. 워낙 할인 경쟁이 벌어지다 보니 경쟁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 애플은 최근 6·18 행사가 진행됐던 5~6월 신제품인 아이폰16 가격을 최대 30% 할인 판매했다. 이제 중국 온라인에서 아이폰에 할인 표시가 붙어 있는 모습을 보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중국 스타벅스는 지난달 프라푸치노와 티라떼 같은 일부 음료의 가격을 평균 5위안(약 956원) 인하했다. 커피 메뉴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에선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대한 묶음 할인 쿠폰 등이 있어 기존 가격보다 싸게 살 수가 있다.전기차 업체 할인 경쟁은 좀 더 치열하다. 업계 선두 비야디(BYD)는 최대 30%의 할인 판매에 나서며 동종 업계를 긴장시켰다. 현재 BYD의 전기차 ‘친플러스’ 시세를 확인하면 출시 가격은 10만9800위안(약 2099만원)인데 보조금과 보상판매, 자체 할인까지 더해 7만8000위안(약 1491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다른 전기차 브랜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의 전기차 판매가 지속 성장하는 이유기도 하다.중국 정부는 아예 할인 판매를 독려하고 있다. 올해 예산으로 3000억위안(약 57조원)을 책정해 ▲자동차 ▲가전제품 ▲스마트폰 등 소비재 보상 판매에 활용토록 했다. 기존에 보유한 제품을 새것으로 교환하면 최대 15%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中 내수 활성화 지상 과제, 제로섬 게임은 경계중국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내수가 부진한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 위기가 계속됐다. 대출을 받아 집을 샀는데 집값이 떨어지니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영향이 크다.그동안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해외 수출을 늘리며 전체 경제 성장세를 뒷받침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계속되는 대중(對中) 관세 부과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에 내수를 살려 거대한 중국 경제를 유동적으로 굴려야 한다는 게 시급한 과제다.할인 행사를 통해 부족한 소비 수요를 자극하자는 중국의 정책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 중국의 소비 지표를 보면 6월 소매 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6.4% 늘어 2023년 12월(7.4%)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고 증가폭을 기록했다.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월부터 5월까지 4개월 연속 전월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다가 6월(0.1%) 겨우 반등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수석 통계학자 둥리좐은 “내수 확대와 소비 촉진 정책이 효과를 지속하면서 산업 소비재 가격이 반등했다”고 분석했다.다만 구체적으로 보면 중국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단 정황들이 많다. 우선 CPI를 보면 올해 상반기 누적이 전년 동기 대비 0.1% 하락했다. 중국은 그간 연간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3% 내외로 유지하다가 올해 2%로 낮춘 바 있는데 이마저도 달성 가능성이 희박하다. 오히려 지난해 상승폭(0.2%)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소매 판매액이 증가하는데 물가가 저조한 상황은 공급되는 재화가 결국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중국 내 생산자가 출하하는 상품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3.6% 감소해 전월(-3.3%)보다 낙폭을 키웠다. 중국 PPI는 무려 33개월째 하락세다. 전방위 할인 정책이 소비 수요는 잠깐 자극할 수 있지만 정작 남은 것은 없다는 현실을 맞이할 수 있는 셈이다. 제품 판매 가격이 떨어지면 기업은 수익이 악화하고 결국 문을 닫거나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어 대규모 실업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최근 중국 전기차에서 출혈 경쟁이 심화하자 정부 차원에서 인볼루션을 우려하며 자제를 촉구한 바 있다. 인볼루션이란 자원이나 수요는 제한됐는데 여기에서 과도한 경쟁이 일어나는 일명 ‘치킨 게임’을 의미한다. “이러다 다 죽어”라는 인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대사처럼 내부 사업자들이 모두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중국은 이달 중순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등 주요 경제 지표를 발표할 예정이다. 반환점을 돈 중국 경제가 얼마나 기초체력을 잘 유지하고 있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2025.07.13 09:30

5분 소요
“의대 쏠림은 기우”…첨단·계약학과 내신 합격선 ‘되레 상승’ [임성호의 입시지계]

전문가 칼럼

2025학년도 의대 모집정원이 확대되면서, 이공계 우수 학생들이 의대·치대 등 의료계로 대거 이동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첨단학과·반도체학과 등 이공계 전공을 집중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했고, 주요 대기업들도 대학과 취업 연계형 계약학과를 잇따라 신설하며 인재 확보에 나섰다.이러한 정부와 민간의 노력은 효과를 보였다. 실제 주요 대학의 첨단 및 계약학과 내신 합격선은 오히려 상승하거나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의대 쏠림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공계 취업 연계 학과들의 경쟁력은 흔들리지 않은 셈이다.의대 쏠림 우려에도...취업 연계 학과 ‘굳건’서울대학교는 2024학년도부터 첨단융합학부를 신설했다. 고려대학교는 SK하이닉스와 연계한 반도체공학과, 현대자동차와 연계한 스마트모빌리티학부, 삼성전자와 연계한 차세대통신학과를 운영 중이다. 연세대학교 역시 LG디스플레이와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 삼성전자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를 각각 계약학과 형태로 개설했다.이들 학과의 2025학년도 수시모집 내신 합격점수는 전년도보다 대부분 상승했다. 서울대 첨단융합학부의 경우, 수시 일반전형 합격자 내신 평균은 2.65등급에서 2.01등급으로, 지역균형전형은 1.29등급에서 1.26등급으로 높아졌다. 전체 수시 내신 합격점수 평균은 2024학년도 1.97등급에서 2025학년도 1.64등급으로 올랐다.고려대의 경우 반도체공학과, 스마트모빌리티학부, 차세대통신학과의 평균 합격선은 3.08등급에서 3.00등급으로 소폭 상승했다. 해당 학과들은 모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며, 계열적합전형과 학업우수전형으로 나눠 선발한다. 합격생 중 상당수가 과학고 출신이어서, 내신 3~4등급대 합격 사례도 다수 나타난다.연세대의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도 내신 평균 합격선이 2.04등급(2024학년도)에서 1.80등급(2025학년도)으로 상승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첨단 및 대기업 계약학과 전체 평균 내신 합격점수는 2.59등급에서 2.42등급으로 0.17등급 높아졌다. 의대 정원 확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대학의 이공계 첨단학과가 내신 기준에서 밀리지 않은 셈이다.삼성전자와 계약을 맺은 성균관대학교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과학인재전형에서 4.66등급에서 4.60등급으로, 탐구형전형에서는 4.06등급에서 3.96등급으로 합격선이 소폭 상승했다. 다만 같은 계약계열인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는 과학인재전형에서 4.83등급에서 4.98등급으로, 탐구형전형은 2.81등급에서 3.52등급으로 하락했으나, 해당 학과 역시 과학고 학생들이 다수 합격하는 특성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변동 폭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서강대학교와 한양대학교는 소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서강대는 SK하이닉스와 연계한 시스템반도체공학과 내신 합격선이 4.24등급에서 4.45등급으로 하락했으며,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도 1.84등급에서 2.15등급으로 낮아졌다. 이들 대학의 경우, 일부 전형에서 의대 정원 확대의 영향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LG유플러스와 연계한 숭실대학교 정보보호학과(SSU미래인재전형)는 2025학년도 내신 합격선이 2.49등급으로, 전년도 2.47등급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 계약학과(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의 평균 합격선은 3.27등급에서 3.37등급으로 소폭 하락했다. SK하이닉스가 연계한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의 반도체학과 평균 합격선은 2.78등급에서 2.85등급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현대자동차와 계약한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는 평균 내신 2.98등급으로, 전년도 3.16등급보다 상승했다. LG디스플레이와 연계한 연세대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는 2.48등급에서 2.04등급으로 합격선이 높아졌다. LG유플러스와 연계한 숭실대 정보보호학과는 전년도와 유사한 2.49등급을 기록했다.2025학년도 대기업 계약학과의 내신 합격선은 삼성전자 3.37등급, SK하이닉스 2.85등급, 현대자동차 2.98등급, LG디스플레이 2.04등급, LG유플러스 2.49등급으로 나타났다. 대학별, 전형별 등급 차이는 존재하지만, 과학고·영재학교·자사고 출신의 합격생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단순 내신 등급만으로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합격선 추이가 주는 ‘시사점’2024학년도와 비교한 합격선 추이 자체는 시사점이 있다. 의대 모집정원이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상위권 학생들이 첨단학과에 꾸준히 진학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과학고 등 이공계 특화 학교 출신 학생들에게 해당 학과의 선호도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일각에서 제기된 ‘최상위권 학생들이 모두 의대로 쏠릴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2025학년도 주요 첨단학과의 합격 결과는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첨단산업과의 연계성, 취업 연계 가능성 등이 맞물리면서 이러한 학과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의대 정원이 대폭 확대된 시점에서도 합격선이 유지되거나 상승한 점은, 해당 학과들의 경쟁력이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도 읽힌다.

2025.07.13 09:20

3분 소요
‘부동산 신화는 왜 반복되는가’…새정부가 진짜 바꿔야 할 것은?[김현아의 시티라이프]

전문가 칼럼

“지금이라도 서울 아파트를 사야 할까요?” 얼마 전 한 지인이 나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6·27 대출 규제 발표 직후였다. 왜 그런 생각을 하냐고 묻자, 그는 주저 없이 말했다. “정권이 바뀌었잖아요. 민주당이 집권하면 집값이 오르던데, 이번에도 그런 거 아닌가요?”사실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도, 낯선 것도 아니다. 정권과 집값 사이에 마치 공식이라도 있는 듯한 믿음은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이 믿음은 단순한 경제 해석을 넘어,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불문율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런 믿음은 정부 정책의 반복된 실패, 시장 참여자들의 학습된 경험, 그리고 우리 사회 전반의 구조적 긴장감이 맞물리며 형성된 신화에 가깝다. 부동산 신화는 단지 과거의 경험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선택을 좌우하고 내일의 방향을 제약하는 사고방식이다. 이러한 신화는 우리 삶의 곳곳에서 우리의 선택을, 우리의 삶을 제어하고 있다. 이제 일반 국민, 정부, 그리고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신화’의 실체를 차분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불패와 정권 프레임, 대중이 만든 신화가장 널리 퍼진 믿음은 ‘부동산 불패’다. 2000년대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일시적 조정을 제외하면 꾸준히 상승해왔다. 2017년 6월 6억4000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2022년 6월엔 13억원을 넘겼다. 그 후 정권이 바뀌고 금리상승등 변화도 있었지만 여전히 서울 아파트 가격은 올랐다. 그것도 다른 지역보다 많이. 사람들의 뇌리속엔 “결국엔 오르더라”는 학습효과가 남을 수밖에 없다. 산업화시대 이러한 경험을 두세번 해보았던 어르신들이 “그래도 집은 사놔야 한다”고 조언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정부가 여러 차례 대책을 내놔도 시장은 크게 요동치지 않았다. 그러자 대중 사이에서는 정책보다는 흐름, 흐름보다는 ‘경험’이 더 신뢰받게 됐다다. 이런 신념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졌다.또 하나는 ‘정권 프레임’이다. 정부가 바뀌면 시장이 바뀐다는 믿음은 사실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한쪽 정권은 규제를 풀고, 다른 정권은 세금과 대출을 조인다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정권 교체는 투자 타이밍의 신호처럼 작용하게 됐다. 실제로 2025년 들어 2030세대의 주택 매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는데, 그 배경에는 “이번에도 정권이 바뀌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믿음은 결국 ‘지금 아니면 늦는다’는 조바심을 부추긴다.규제와 공급의 착각, 정부가 믿는 신화부동산 신화는 국민들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도 나름의 신화를 품고 있다. 바로 정책만 잘 쓰면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투기 억제를 위해 20차례가 넘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집값과 전셋값 모두 잡지 못한 채 정책 신뢰를 잃었다. 그 부작용은 커졌고, 이는 정권 교체의 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반대로 공급 확대를 앞세운 보수 정권도 ‘공급만 늘리면 된다’는 단선적인 접근에 머물렀다. 실제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공급하지 못하면, 숫자만 채운 공급은 시장에 실질적 영향을 주지 못한다. 공급정책이 투기자본의 흐름과 맞물리면서 오히려 가격을 자극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그마저도 목표한 공급조차 채우지 못했다.정부의 정책이 단기적인 처방에 그칠수록 시장은 냉정하게 반응한다. 규제를 강화하면 풍선효과가, 수요를 억누르면 튀어오르는 반작용이 반복됐고, 시장은 점차 정부를 믿지 않게 됐다. 아니 이제는 정부를 ‘의심’하기까지 한다. 정책이 발표되면 집값이 더 오른다는 신호가 되고 규제지역 지정은 오히려 ‘여기가 다음 투자처’라는 믿음을 심어줬다. 이런 의심을 행동으로 옮긴 이들이 결국 이득을 챙겼다. 반면 정부만 믿고 내집마련 시기를 늦추거나, 저축을 결정했던 사람들은 이제 서울에서의 내집 마련은 영영 불가능하게 됐다. 이번 6.27 대책이 사상 유례없는 강력한 대출규제였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지금의 반응을 효과로 오해해선 안 된다. 시장은 잠시 멈춰 한발 물러선 것일수도 있다. 왜냐면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의 경험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는 않겠다’고 했지만 국민과 시장은 ‘의심’한다. 결국 정부가 다시 신뢰를 얻으려면 무기력한 반복이 아니라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 신호를 보내야 한다.집이 신분이 된 사회,구조가 만든 신화마지막으로 살펴볼 신화는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믿음이다. 바로 ‘집이 곧 신분’이라는 사고방식이다. “어디 사느냐”가 “누구인가”를 규정하고, 부모의 주거지가 자녀의 미래를 좌우하는 현실. 이 신화는 단지 상징적인 표현이 아니라, 지금의 계층 구조와 연결돼 있다.2022년 국토부 장관은 “집이 신분이 되는 주거신분제를 타파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온라인에서는 부동산 자산 규모에 따라 사람들을 ‘황족’이나 ‘노비’로 부르는 농담이 회자됐고, 무주택자를 지칭하는 ‘벼락거지’라는 말은 어느덧 일상의 언어가 됐다. 다소 과장된 표현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우리 사회가 주거를 둘러싸고 얼마나 날카로운 심리적 위계를 형성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특히 자산을 증식할 수 있는 기회가 한정된 지금, 집 한 채는 단순한 거처가 아니라 계층 상승의 거의 유일한 사다리가 됐다. 이런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부동산에 대한 집착과 시장의 불안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결국 부동산을 둘러싼 신화는 정부의 정책 실패, 국민의 반복된 경험, 사회 구조적 불균형이 만들어낸 복합물이다. 국민은 ‘불패’를 믿고, 정부는 ‘통제’를 꿈꾸며, 사회는 ‘신분’을 걸어버린다. 이 믿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시장을 왜곡해왔고, 그 결과는 오늘날의 혼란이다.이제 이재명 정부가 바람직한 주택 부동산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신화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정책을 과신하지도, 확신하지도 말고,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신화는 무너져도 그 자리에 남는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진짜 필요한 것은 정책으로 시장을 휘두르는 힘이 아니라, 시장이 정책을 믿을 수 있는 신뢰다. 부동산 신화를 멈추는 일, 거기서부터 시장의 회복은 시작된다.

2025.07.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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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살고 보자”...면세업계, 中 보따리상 거리두기 [면세점, 봄날은 올까] ②

유통

국내 면세점들이 중국 보따리상(다이궁)과의 거리두기에 나섰다. 다이궁에 의해 실현되는 매출이 상당하지만, 이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로 인한 수익성 감소가 한계치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벼랑 끝에 몰린 면세점들은 당분간 수익성 개선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큰손' 의존도 줄인다다이궁은 중국어로 ‘물건을 대신 전달해 주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대량 구매를 기본으로 해 면세점 매출에 큰 영향을 준다.업계에서는 다이궁을 ‘빅 게스트’(Big Guest)와 ‘스몰 게스트’(Small Guest)로 구분한다. 'BG'는 컨테이너 화물 등 대규모 거래를 하는 기업형 구매자, 'SG'는 구매 물품을 접수 받는 형태로 모객에 나서는 여행사를 일컫는다. 업계에서는 BG와 SG의 비중을 5대 1 정도로 추정한다.국내 면세점들이 다이궁에 의존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THAAD) 사태 이후다. 당시 중국 정부는 한국 문화·상품·관광 등을 제한하는 비공식 정치 보복(한한령)에 나선 바 있다.중국 단체관광객을 통해 돈을 벌던 면세점들은 매출 감소가 불가피했다. 이때부터 면세점들의 다이궁 유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는 관련 통계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다이궁에 지급하는 송객수수료는 2014년 약 5500억원에서 2019년 약 1조32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송객수수료는 면세점이 구매를 알선한 기업형 구매자 또는 여행사 등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인센티브다.면세점들의 다이궁에 대한 의존도는 나날이 커졌다. 여행 수요가 급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최고조에 달했다. 다이궁을 통해 발생하는 면세점 매출은 60%를 웃돌았다. 이에 면세점들이 다이궁에 지급하는 송객수수료도 급증했다. 2021년에는 약 3조9000억원, 2022년은 약 7조1600억원까지 늘었다.결국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과도한 출혈 경쟁은 시장의 건전성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지난 2022년 9월 면세업계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과도한 송객수수료 관행을 정상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것이 송객수수료 면세점 특허(갱신) 심사 기준 반영이다.이 같은 정부의 시장 정화 요구에 면세점들은 대응을 시작했다. 한때 50%를 넘나들던 다이궁 송객수수료는 올해 30% 수준까지 떨어졌다.신라·신세계·현대 등 대형 면세점들은 점진적으로 송객수수료를 줄이는 형태로 다이궁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의 경우는 올해 2분기(4~6월) 다이궁 거래 매출 비중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0% 줄었다.롯데면세점은 올해 초 기업형 다이궁과의 거래 중단까지 선언했다. 대신 개별관광객(FIT)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로 인한 수익성 개선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롯데면세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5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280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한 것이다. 같은 기간 국내 면세점 중 영업 흑자를 기록한 것은 롯데면세점이 유일하다. 앞으로도 수익성 개선 노력 지속다이궁과의 거리두기 등 면세업계의 수익성 개선 노력은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국내 면세점들이 수년째 다이궁 송객수수료를 낮추고 있지만 여전히 과거에 비해 높은 편이라서다.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점들이 다이궁 의존도를 낮추고 있지만 여전히 송객수수료 등이 높은 수준”이라며 “과거 순수 단체관광객이 오던 시기 송객수수료는 15~20% 수준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면세점들은 수익성 제고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다이궁 매출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일본·동남아 등 단체관광객 유치도 지속하고 있으며, 매장 효율화 등의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신라·신세계면세점이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임차료 인하 조정을 신청한 것도 수익성 개선 활동의 일환이다.앞서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지난 4월과 5월 각각 인천지방법원에 공항 임대료 조정을 신청했다. 이들 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고환율 등으로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인천공항 1·2여객터미널 면세점(담배·주류·화장품·향수 등) 점포 임대료를 40%가량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물론 인천공사 측은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임대료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차 조정기일은 오는 8월 14일이다. 이 기간 면세점들은 상황이 진전되길 바라고 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차원의 지원을 호소하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면세 산업이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며 “면세 사업은 정부 허가 사업이다. 다시 경쟁력이 살아날 수 있게 새 정부에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2025.07.13 09:00

3분 소요
다시 시작된 게임판 코인 경쟁

IT 일반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잇따라 뛰어드는 모습이다. 새 정부 들어 관련 법제화 논의가 본격화되자 상표권 출원 등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스테이블코인은 특정 자산과 연동해 가치 안정성을 추구하는 가상 자산이다. 가치 안정성과 접근성 및 거래 효율성 제고 등의 장점을 기반으로 디지털금융혁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달러를 기반으로 하는 테더(USDT) 등이 있으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EU와 영국 등 국내외에서 스테이블코인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가 최근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이 통과될 경우, 자기자본 5억원 이상 등의 요건만 충족한다면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회사까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여야 간 입법 방향이 크게 엇갈리지 않는 만큼, 하반기 중 관련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상황이다.이런 상황속에서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이 있다. 바로 게임사들이다. 넥써쓰는 최근 1호 원화 스테이블코인 ‘KRWx’ 발행을 선언했다. KRWx는 바이낸스(BNB) 체인에 발행됐으며 국내 상표 출원을 마쳤다.스테이블코인 발행 준비하는 게임사들장현국 넥써쓰 대표는 지난 6월 23일 엑스(X)를 통해 “지난주 BNB 체인에 KRWx를 발행했다. 선점 효과를 확보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이 성공하기 위해 무엇이 요구되든 우리는 준비돼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 대표는 국가별 통화에 기반한 스테이블코인 발행 계획을 밝혔다. KRWx를 비롯해 미 달러와 일본 엔화, 유럽연합(EU) 유로화에 기반한 USDx, JPYx, EURx 등도 발행할 방침이다. 장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가장 엄격한 규제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위메이드 산하 위믹스 재단 역시 최근 블록체인 메인넷 ‘위믹스3.0’에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C’를 위믹스 내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스테이블코인 ‘USDC.e’를 도입하기로 했다. USDC.e는 미국 법정화폐 달러를 준비금으로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USDC를 위믹스3.0 메인넷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스테이블코인이다.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결제 수단으로 부상하고 블록체인 기반 결제망이 확산함에 따라, 위믹스는 시가총액 기준 세계 2위 스테이블코인 USDC를 위믹스3.0 메인넷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USDC.e는 USDC 발행사 써클(Circle)과 크로스체인 기술 기업 체인링크(Chainlink)와 협력해 개발했다. 써클의 브릿지 USDC 표준과 체인링크의 상호운용성 프로토콜(CCIP)기술을 적용했다. 특히 써클과 협업해 공식 검증을 거친 컨트랙트를 적용함으로써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USDC.e는 '소각 후 발행(Burn and Mint)' 방식으로 운영된다. USDC를 위믹스3.0으로 브릿지 전송하면, 이더리움 네트워크 상의 USDC는 소각되고 동일한 수량의 USDC.e가 위믹스3.0 메인넷에서 새로 발행된다. 아울러 ‘위믹스달러(WEMIX$) 모듈 서비스’를 통해 위믹스달러를 USDC.e로 1대 1 교환할 수 있다. 하루 최대 3회, 총 1만 위믹스달러까지 교환 가능하다. USDC.e는 USDC로 전환해 온체인에서 활용하거나 중앙화거래소로 전송할 수 있다. 위믹스 재단은 향후 USDC.e의 사용처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김석환 위믹스 PTE. LTD. 대표는 “블록체인 산업 글로벌 리더인 써클, 체인링크와 협업해 USDC.e를 위믹스3.0에 배포할 수 있게 돼 뜻깊다”며 “앞으로도 신뢰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 기반을 확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미투온도 최근 스테이블코인 기반 온라인 카지노 플랫폼 ‘에이스카지노’를 정식 출시하며 직접 시장에 진입했다. 에이스카지노는 미투온의 해외 100% 자회사 에이스게이밍(ACE GAMING)을 통해 운영된다. 국제 온라인 게임 산업을 관할하는 안주안 게이밍 보드의 정식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글로벌 180여 개국에서 합법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미투온 측은 “미국 서클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USDC·USDT와의 연동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점은 글로벌 트랜잭션 안정성과 신뢰성을 한층 높여준다”고 밝혔다.미투온은 플랫폼 오픈을 시작으로 F2C(Fiat-to-Crypto) 기능 탑재를 포함한 기술 고도화를 통한 이용자 편의성 강화, 파트너십 확대 등 단계별 이니셔티브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기반 카지노 산업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계획이다. 스테이블코인 기반 카지노 산업은 글로벌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국내 게임사가 정식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글로벌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입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미투온은 이런 틈새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며, 약 2년에 걸친 개발, 법적 인허가 과정을 모두 완료한 상태다.비은행권의 스테이블 코인 진출에 대한 우려 존재해F2C 기능은 사용자가 일반 법정화폐를 스테이블코인으로 직접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이다. 암호화폐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도 플랫폼 내부에서 간편하게 전환하고 즉시 이용할 수 있게 한다. 기존에는 외부 거래소를 거치는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하지만, F2C 기능이 구현되면 플랫폼 내에서 암호화폐 구매와 게임 플레이까지의 가능하도록 지원해 이용자 중심의 구조가 형성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게임업계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가상자산 활용 게임인 웹3 게임으로의 관심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암호화폐는 가치 변동성이 큰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법정 화폐에 교환 가치를 두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다만 일각에서는 비은행권의 스테일코인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해 자본규제 회피 등의 제도적인 측면과 기술적인 부분에서 우려되는 점이 있다고 최근 밝혔다.이 총재는 지난 7월 1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포럼의 정책 세션에 패널(토론자)로 참석해 “미국에서 지니어스법이 통과한 후 많은 핀테크 회사들이 정부에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비은행 금융기관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한은의 권한을 넘어서 정부 기관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이 총재는 “규제되지 않은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허용할 경우 달러 스테이블 코인으로의 교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자본유출 관리가 약화되고 통화정책 유효성도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블록체인 기술로 고객확인(KYC)과 이상거래 탐지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완벽하게 가능할 지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2025.07.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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