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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고 경기도 살려야 하는데…

집값 잡고 경기도 살려야 하는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리커창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물가·집값을 잡는 동시에 경제를 활성화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홍콩 소재 금융연구소 ‘포렌식 아시아’의 설립자이자 CE0인 길렘 툴러크는 요즘 강연에다, 언론 인터뷰에다, 방송 출연까지 바쁜 나날을 보낸다. 툴러크는 2년 넘게 중국 부동산의 버블 위험을 경고한 인물이다. 3월 초 미국 CBS의 간판 시사프로그램 ‘60Minutes’의 ‘중국 부동산편-유령도시’에 등장해 중국 아파트 분양 현장을 누비더니 최근에는 로이터 TV에 출연해 자신의 지론을 설파했다.



들썩이는 대륙의 부동산얼마 전 그가 내놓은 예상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중국 부동산 버블이 올 하반기엔 터지고 말 것이라는 내용이다. 중국 경제가 올해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기를 기대한 사람들에겐 답답한 이야기다. 도대체 중국 부동산 시장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툴러크는 중국 부동산에서 무엇을 본 것일까.

3월 초 중국 국무원은 양도세 20% 부과,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등의 내용을 담은 ‘3·1 부동산 투기억제책’을 내놨다. 2010년부터 부동산 시장을 조인 당국이 또 다시 고강도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다시 분 투기열풍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매달 발표하는 70대 주요 대도시의 신규 주택가격 흐름을 보자. 지난해 9월 꿈틀댄 집값은 지난해 말부터 뜀박질을 했다. 올 들어선 상승 속도가 더 가팔라졌다. 1월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8%, 춘절이 낀 2월엔 2.1% 급등했다. 특히 베이징·상하이 같은 제일선(최대 규모 도시) 도시의 집값 상승세는 살인적이다. 2월 베이징의 신규 주택 가격은 5.9% 급등해 전달 상승률 3.3%를 훌쩍 뛰어넘었다. 상하이 역시 3.4% 올라 전달(1.3%)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어느 나라나 주거 문제는 물가·실업률과 더불어 사회안전망을 흔드는 위협 요소다. 고삐 풀린 주택가격을 누르지 않고선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할 길도, 시진핑 지도부가 내건 안정 속 경제 체질 전환’을 도모하기도 어렵다. 중난하이(中南海·중국 정치지도자의 집단 거주지역) 지도부가 칼을 빼들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다.

3·1 대책으로 중국 부동산 시장은 안정을 찾았을까. 최근 대도시 오피스 시장에 나타난 변화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차이나데일리가 3월 16일 인용한 부동산 중개회사 ‘Century 21st’의 통계에 따르면 3월 들어 10일까지 베이징 오피스 빌딩과 상업용 부동산 거래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0.5% 급증했다. 국무원이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3·1 대책’을 내놓자 투기 세력이 대거 상업용 부동산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거래량 변화에서 알 수 있듯 심각한 풍선효과다.

투기 세력의 이 같은 대응은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중국 내 넘치는 돈은 여전히 자산 버블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하다. 나아가 행정조치만으로 부동산 시장 전반의 투기 심리를 잡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준다.

부동산 투기를 막는다고 증시 같은 다른 자산시장으로 돈이 흘러들 것이라는 기대도 크지 않다. 오히려 정부 정책에 민감한 부동산 관련 주식과 건설·원자재 주식이 고전해 증시 분위기만 흐려놨다. 무엇보다 5년 전 경험한 주식 투자 실패가 트라우마로 남아재산 증식 수단은 단연 부동산이 최고라는 인식이 더욱 팽배하다.

2007년 하반기 6000선에 육박한 상하이종합지수는 1년 새 1700선으로 급락했다. 그 후 5년이 지났지만 상하이지수는 2000선 초반을 맴돈다. 그래서 중국투자공사(CICC) 같은 금융기관은 부동산 투기 억제와 함께 주식시장 신뢰 회복이 수반돼야 부동산의 거품을 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진핑이 내놓을 카드는 뭘까물론 단순히 투기 자금을 다른 자산시장으로 옮겨놓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대도시의 집값 상승은 고질적인 수급 불균형이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 여기에다 근로자 평균 임금은 매년 빠른 속도로 오른다. 임금 상승으로 중산층의 ‘내 집 마련’ 욕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 부동산으로 돈을 번 이웃의 성공담에 자극 받아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자는 중산층의 수요가 탄탄하다.

다시 툴러크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그가 중국 부동산 버블이 터질 수밖에 없다고보는 근거는 간단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부가 부동산 대책으로 버블을 진정시킨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툴러크는 “부동산 버블 연착륙? 그런 거는 교과서에나 나온다. 미국·일본·남유럽의 부동산 버블 붕괴를 보라. 부동산 버블은 정부 대책으로 서서히 김이 빠지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부동산 시장에서 믿음이 사라진 후 거품이 펑 하고 터지는 수순을 밟게 돼 있다”고 말했다. 공감이 가는 지적이다. 한국에서도 부동산 투기를 잡은 게 세금 폭탄 같은 정부 규제가 아니라 미국발 금융위기라는 외부 충격이었다.

툴러크는 “정부가 신용 공급을 줄이기 시작하는 올 하반기 중국의 부동산 버블은 결국 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시진핑 지도부와 인민은행은 이번 전국인민대표대회기간 중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적에서 중립적 기조로 선회한다고 선언했다. 올해 광의의 통화(M2) 공급 증가율 목표(13%)도 지난해(14%)보다 낮춰 잡았다. 돈이 넘쳐 물가와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보지 않겠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 안팎에선 물가 상승률이 정부 억제선(3.5%)을 위협할 올 중반에는 인민은행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툴러크의 지적처럼 당국의 통화정책 전환이 자칫 자산시장의 경착륙, 즉 버블붕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경기회복세가 여전히 미덥지 않은 상황에서 국무원과 인민은행의 통화긴축으로 경기가 식고 나아가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자금 이탈을 초래하는 상황을 상정한 것이다.

지난 수년간 여러 나라를 궁지로 몰아넣은 위기의 전개 양상은 ‘부동산 버블 붕괴→은행 건전성 저하→금융시장 혼란→나라재정 악화’ 순이었다. 당장 올해 안에 일이 터지지 않더라도 부동산 시장의 원만한 속도 조절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중국 내 자원 배분의 비효율과 이에 따른 모순 심화를 시진핑도 통제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렇다고 과도한 통화긴축을 펼치기도 쉽지 않은 여건이다. 불안한 경기흐름 탓이다. 시진핑 지도부는 물가·집값 오름세를 틀어쥐면서 경기 회복의 불씨도 살려야 한다. 그야말로 딜레마다. 중국 부동산 버블 붕괴론, 나아가 금융시장의 부실 심화와 신용위기를 예고한 중국 비관론자들은 숨 죽인 채 시진핑의 대응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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