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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HEALTH - 오럴섹스가 구강암의 원인?

Features HEALTH - 오럴섹스가 구강암의 원인?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마이클 더글러스 지금은 회복단계에 있는 자신의 질병 원인을 쿤닐링구스라고 공언



할리우드 배우·제작자·감독이자 ‘질병 역학자’인 마이클 더글러스가 지난 6월 2일 뉴스의 인물이 됐다. 10년 넘게 암 전문가들이 고민해온 수수께끼의 답을 내놓았다. 3년 전에 진단받은 자신의 구강암이 쿤닐링구스(여성 성기 오럴 섹스)로 인해 생겼다고 공언했다.

그 뉴스로 그는 유행병학 분야를 회복하기 어렵게 뒤흔들어 놓았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는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이미 널리 알려졌다. 자궁경부암은 자궁경부 세포진검사로 효과적으로 예방된다. 하지만 특정 유형의 두경부암과 HPV 간의 연관성이 확실히 입증된 건 극히 최근의 일이다.

그리고 과학자들이 조사결과를 발표할때면 더글러스의 경우와 비슷하게 흔히 오럴 섹스에 관련된 내용만 집중 보도됐다. 심각한 질병의 새로운 의학정보는 뒷전이었다.

그와 관련된 기본 정보는 흥미롭고 사뭇 놀랍다. 수십 년 동안 두경부암은 주로 고령의 남성들에게서 발견됐다. 보통 남자가 아니라 음주와 흡연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조사 당시엔 음주와 흡연이 대부분 남성의 특권이었다. 여성은 비교적 최근까지 담배에 중독될 정도에 이르지는 않았었다. 그리고 술과 담배가 유해한 상승작용을 일으켜 악성 종양을 만드는 듯했다.

그러나 10~20년 전부터 구강암 위험군 그리고 구강암의 발생 위치가 크게 달라졌다. 더는 음주자와 흡연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단주나 금연의 필요가 없는 금욕적인, 그리고 더 젊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게다가 과거 암이 거의 발생하지 않던 편도선과 혀뿌리에서 종양이 생겨났다.

기존 학설에서 알려졌던 구강인두부가 아니었다. 그 다음에는 이들 새로운 혀 및 편도선 종양의 대다수를 HPV와 연관 짓는 중요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논문에서 최초의 힌트가 발견됐다. 이어 중요한 후속 연구가 그 연관성을 전면에 부각시켜 널리 받아들여지게 됐다.

자궁경부암과 HPV 간의 연관성은 이미 알려졌다. 그리고 HPV는 질 성교를 통해 남성에서 여성에게로 전염됐다. 그뿐 아니라 동성애자 남성들 사이에서 HPV로 인한 직장암 및 항문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HPV가 관련된 구강암이 오럴 섹스로 전염된다는 주장은 표면적으로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런 가정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구강암의 성비다. 새 구강암 위험과 발생부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지만 한 가지 역학적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어림잡아 3대 1의 비율로 여전히 남성의 질병이라는 점이다. 예전과 똑같다. 바로 여기서 다음 문제도 제기된다. 뉴스위크는 건전한 가족매체이지만 다음의 ‘19금’ 발언을 피해갈 수 없다.

HPV가 발기된 남성 성기로부터 편도선 또는 혀 뿌리로 전염되는 쪽이 단연코 더 쉽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똑같은 HPV가 여성 자궁경부 또는 백 번 양보해 그냥 질에서 혀 끝으로 건너가 혀 뿌리 쪽 또는 편도선 부근까지 7~10㎝ 따라 올라가는 편보다 말이다. 이는 바이러스가 이동하기에는 대단히 먼 거리다. 더욱이 자궁 경부는 쿤닐링구스를 할 때 혀가 미치지 못하는 곳이다.

게다가, ‘19금’ 발언을 이어가자면, 남성이 여성을 상대로 쿤닐링구스를 하는 대략적인 비율이 펠라티오(남성 성기 오럴 섹스)에 접근한다고 가정해야 하지 않을까? 3대 1의 비율은 현실과 동떨어진 듯하다. 물론 동성애 섹스가 어느 쪽으로든 균형을 바꿔놓을지 모르지만 자유롭고 민주적인 미국사회에서 어느 정도는 대등한 비율이 돼야 하지 않을까?

여기서 우리는 보편적인 문제에 도달한다. 암 역학이 대단히 복잡하다는 점이다. 남성의 구강암 발병률이 더 높다는 사실은 노출 이외의 다른 요인이 있음을 시사한다. 다른 노출, 어쩌면 불운한 XY 염색체 쌍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HPV가 사람들의 입 안에서 아주 흔히 발견되는데도 구강암이 그렇게 드물게 발생한다는 사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분명 오럴 섹스로 전염되는 한 가지 바이러스보다 더 많은 요인이 작용하는 듯하다.

질병의 원인을 찾으려 할 때 명백한 증거가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구강암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분명 성행위가 구강 HPV의 중심에 있다. 그리고 구강 HPV는 새 구강암 추세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요인이다(그렇더라도 흡연과 음주와 관련된 기존의 구강암도 여전히 발생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러나 어떤 성행위가 위험한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지금껏 최대의 조사에서 더 소규모의 과거 조사들을 모두 종합했다. 그 결과 평생의 섹스 파트너 숫자가 오럴 섹스만큼이나 큰 구강암 발생 위험요인이었다. 또한 HPV 관련 암 환자의 8~40%가 과거오럴 섹스를 한 적이 전혀 없었다. 다른 조사에선 조기 동정상실도 위험요인이었다.

물론 어떤 형태든 성행위는 위험인자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확실한 사실은 거기까지다. 쿤닐링구스를 구강암의 원인으로 인정하는 건 대체로 최소한 할리우드 방식 또는 적어도 흥미로운 PR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 스토리는 은막에 오르는 많은 영화들처럼 언론에 보도될 만큼 사실에 아주 근접하면서도 전문가들을 돌아버리게 할 만큼 비과학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더글러스의 발표는 해로운 면보다 유익한 점이 훨씬 더 많을 듯하다. 구강암의 징후와 증상뿐 아니라 구강암을 유발하는 바이러스 HPV의 예방에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HPV 관련 구강암의 대다수를 유발하는 HPV 16을 포함해, 일부 HPV 바이러스 종은 새로 나온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관건은 자녀가 성을 알기 전에 접종하는 것이다.

HPV는 일단 감염되면 평생을 가며 사후 접종으로 약화되지 않는다. 십대 이전과 초반에 3회 접종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모든 부모가 이제 때가 됐다 생각하는 나이보다 훨씬 더 일찍 접종해야 한다. 백신을 이용한 질병 예방이야말로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부터 할리우드까지 모든 유행병학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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