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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의 향방 살펴라

Stock -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의 향방 살펴라

스마트폰 부문 성장성 검증 필요 … 실적 부진 때 본격 조정 가능성
6월 10일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디지털시티 모바일연구소. 1만명의 휴대폰 연구·개발 인력이 입주해 차세대 모바일기기 개발에 나선다. 최근 크게 떨어진 삼성전자 주가 향방은 스마트폰 부문의 성장성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월 초만 해도 코스피 지수 2000 돌파의 의미를 묻는 질문이 많았다. 이번엔 정반대로 연중 최저치까지 떨어진 주가의 향배를 묻는 질문이 늘었다. 시장이 이렇게 급변한 건 투자자들이 강세장을 예상하면서 세운 기본 가정이 흔들려서다. 그 부분을 살펴보자.

우선 펀더멘털이다. 현재 경제와 기업 실적이 높은 주가를 설명해 줄 수 있을 정도로 괜찮다는 가정이었다. 둘째, 저금리와 양적 완화 철회가 쉽지 않아 유동성 장세가 계속될 거란 가정이었다. 셋째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이었다. 우리 시장과 선진국 시장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이상한 현상이므로 시간이 지나면 빠른 속도로 디커플링이 개선될 거라 생각했다. 물론 디커플링의 개선은 우리 시장이 선진국 주가 수준에 맞게 올라가는 걸 전제로 한다. 넷째는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으로 현재 우리 시장이 저평가돼 상당한 투자 매력이 있다고 봤다. 마지막이 수급이었다.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할 거라 기대했다.



5가지 강세장 가정 모두 흔들려주가가 예상 밖으로 더 오르면서 이런 가정이 흔들렸다. 우선 펀더멘털 측면에서 유럽 경제가 6분기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데도 독일을 비롯한 유럽 주요국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사실을 설명하기 힘들다. 유럽만 그런 게 아니다. 우리도 경제 성장률이 1%대 밖에 안 되는데 주가가 2000을 기록했다. 미국 역시 현재 경제 상황이 주가가 30번 가까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런 펀더멘털과 주가 사이의 간극을 메운 게 유동성이다. 대세 상승 과정에서 주식시장은 몇 번 성격 변화를 겪는다. 처음은 유동성의 힘으로 시작된다. 경제 상황이 나쁘지만 정부가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을 늘리면 주가가 오른다. 주가가 어느 정도 오른 후 실제 기업 실적과 경제가 좋아지면 이를 반영한 상승이 뒤따른다. 여기까지 진행되면 마지막에 다시 유동성이 작동한다.

모든 호재가 주가에 반영돼 일정 기간 휴식 시간을 거친 후 마지막에 주가 상승 과정에서 만든 유동성을 모두 모아 주가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과정이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코스피 지수 상승이 이에 해당한다. 지난해 11월 이후 미국의 주가 상승률이 23%가 넘었다.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이다. 선진국 유동성 장세 역시 상당히 진행됐다.

디커플링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과연 디커플링이 이상한 현상인가 하는 부분이다. 물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시장이 선진국 시장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코스피 지수가 장시간에 걸쳐 미국 시장과 다르게 움직이는 현상을 이해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런데 시장이 다르게 움직였다면 그에 맞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올해 우리 기업의 이익은 상당히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 경제도 미국과 달리 2년 넘게 둔화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차이 때문에 디커플링이 발생했다. 따라서 주가 차별화가 해소되려면 그에 합당한 실적과 경제 회복이 있어야 한다. 이는 한국 시장 저평가 문제와도 맞물린다. 현재 우리 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이 8배 초반이란 분석은 이익이 20% 넘게 증가한다는 가정이 전제다. 이익 전망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PER의 숫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난해 말에 저금리로 채권에서 주식으로 돈이 이동할 거란 기대가 많았다. 최근에는 ‘Great Rotation(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대규모로 이동하는 현상)’이란 단어까지 등장했다. 올해가 벌써 반년이 지났는데 정말 채권에서 주식으로 돈이 이동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연초 이후 8조7000억원이 빠져나갔다. 고객예탁금 등에서도 자금이 유입됐다는 증거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 채권에서 자금이 빠졌다는 증거도 없다. 결국 우리는 ‘저금리=자금 이동’이란 등식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변화를 예상했지만 그런 모습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채권에서 주식으로 돈이 넘어오려면 돈이 움직일 만한 계기가 있어야 한다. 금리가 크게 올라 추세가 완전히 바뀌든지 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니다. 이렇게 현재 시장은 기대한 여러 가정이 충족되지 않았다. 그래서 주가가 부진한 양상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시장이 흔들리면서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한 종목에 집중됐다. 근래에 보기 드물게 외국인 매도가 삼성전자에 집중된 것도 특이한 현상이다. 삼성전자의 이익과 주가 관계를 보면 좀 답답한 생각이 든다. 삼성전자 주가는 분기별 영업이익이 2조원대가 되면서 40만원대로 올라섰다.

그 이전에 반도체가 유일한 수익 수단으로 이익이 1조원대일 때는 주가가 20만~30만원을 넘지 못했다. 결국 40만원에 안착한 건 반도체에 휴대폰이 더해지면서 가능했다. 이익이 2조원대를 꾸준히 유지할 때 주가는 사실상 코스피 지수보다 좋지 않았다. 2003년 3분기 41만원에서 2006년 1분기 60만원대 후반까지 50% 가까이 올랐지만 당시 코스피 지수가 100% 넘게 상승한 걸 감안하면 인상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해프닝이냐 조정 신호탄이냐변화는 지난해 시작됐다. 분기 영업 이익이 8조원대 후반을 기록하면서 주가가 160만원로 올라갔다. 이를 2003~2007년까지 2조원대 이익 시기와 겹쳐보면 삼성전자가 150만원대 주가를 유지하려면 분기별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9조원대를 기록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논란이 있겠지만 현재 9조원대 이익에는 스마트폰 특수가 포함돼 있다.

삼성전자가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섰다. 외국계 증권사가 영업을 위해 저지른 일이란 음모론부터 각종 설이 난무한다. 만일 스마트폰 부문의 성장에 문제가 없다면 지금 논쟁은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다. 이와 달리 성장이 둔화된다면 본격적인 조정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이익의 숫자만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이익 이상으로 변동성에 좌우되는 주식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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