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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VATION - 완벽한 콘돔을 찾아서

INNOVATION - 완벽한 콘돔을 찾아서

게이츠 재단, 단순히 질병과 임신을 방지할 뿐 아니라 쾌감도 높여주는 콘돔 개발해



닉 울키에비츠(28)는 대다수 미혼남이 꿈꾸는 밤을 보내고 있었다. 한 친구의 소개로 바에서 ‘끝내주게 섹시한(super hot)’ 여자를 만났다. 그녀도 그를 좋아해 함께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울키에비츠는 그날 밤 콘돔을 휴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편의점에 들러 매그넘 콘돔 3팩을 구입했다.” 그녀의 집에 들어간 뒤 울키에비츠는 그중 하나의 포장을 뜯어 일을 시작했다. 콘돔이 곧 찢어졌다. 두 번째도 마찬가지였다. 세 번째 역시.

그녀는 걱정하지 말고 그냥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그렇게는 절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두 사람은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울키에비츠는 ‘만일의 경우(what ifs)’의 문제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비록 공식적으로는 독신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만일의 경우 그 콘돔이 그렇게 연거푸 찢어지지 않았다면? 그가 그 ‘초절정 섹시녀’와 황홀한 섹스를 하고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해서 예쁜 아기들을 낳아 그 아기들이 자라서 암 치료법을 찾아낸다면? 만일 그가 착용했던 모든 콘돔이 더 튼튼했다면? 만일 완벽한 콘돔 같은 게 존재한다면?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적어도 빌과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재단은 “쾌감을 크게 강화하거나 유지하는 차세대 콘돔”을 개발하기 위한 ‘그랜드 챌린지’를 주최했다. 현재 수천 건의 응모작을 심사하는 중이다.

비현실적인 시도라고?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전 세계 95%의 남성에게는 그럴지 모른다. 그러나 게이츠 프로젝트는 충분히 가치 있는 시도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거기에는 두 가지 주요한 이유가 있다. 첫째, 오늘날 정체된 고무업계 혁신의 차원을 높일 수 있다. 둘째, 남성의 쾌감 증진뿐 아니라 안전한 섹스의 확산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개도국 세계에서의 보급 촉진에 콘돔 디자인의 초점을 맞출 수 있다.

게이츠 재단은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지만 블루밍턴에 있는 인디애나대 공중보건대학원 성건강증진 연구소(Center for Sexual Health Promotion)의 공동소장인 데비 허브닉이 그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재단은 세계적인 조직이다. HIV는 전 세계의 주요 감염균 중 하나다. 그들의 관심은 그런 감염을 줄이는 일이다. 감염 위험이 극히 낮은 사람들의 경우라면 그들이 오돌도톨한 콘돔을 쓰든 향이 있는 콘돔을 쓰든 별로 관심이 없다. 재단은 전 세계에서 질 좋고 실용적인 대안이 될 만한 혁신적인 콘돔을 원한다.”

지금껏 콘돔 연구는 대체로 질병 예방과 위험에 초점을 맞췄다. 버지니아에 있는 조지 메이슨대 글로벌·지역사회 보건학과의 조슈아 G 로젠버거 조교수의 말이다. 게이츠 프로젝트에는 잠재적으로 획기적인 변화가 한 가지 있다. 쾌감에 다시 초점을 맞췄다는 사실이다. 이는 선진국의 콘돔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것이 사람들이 섹스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라고 로젠버거가 말했다.

하지만 쾌감을 높이는 콘돔의 생산은 지난한 과제다. 무엇보다도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있으며 콘돔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이 대체로 아주 좋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아무리 얇더라도 여전히 이질감이 느껴지며 종종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성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요구한 테디(29)가 말했다. “남성이 물렁해지거나 발기가 제대로 안될 수도 있다. 그 때문에 나는 때때로 특정 체위를 피한다. 그 콘돔을 착용하고 다시 세우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콘돔이 성관계를 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남성뿐이 아니다. 여성이 원치 않아서 커플이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있다고 허브닉이 말했다. 앨리(26)는 어떻게 해서든 콘돔을 피한다고 한다. “오르가즘에 이르기가 더 어렵고 그 뒷맛이 싫다.”

그런 감정은 대체로 사람들이 콘돔을 싫어하도록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허브닉이 말했다. 그녀는 지난 2월 남녀의 최근 성경험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전반적으로 콘돔을 착용한 섹스가 착용하지 않았을때와 다름없이 쾌감을 줬다는 내용이다(그녀는 만들어낸 말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콘돔이 쾌감을 줄이기 때문에 남성이 사용하지 않는다는 건 ‘문화적 오류’라고 로젠버거가 말했다. 그 문제에 관한 대다수 조사에서 콘돔을 싫어하는 사람은 소수파였다. 그래도 “더 좋은 콘돔을 요구하는 아우성이 커져간다”고 그가 말했다.

다시 말해, 그 모든 사람들에게 콘돔에 대한 그들의 인식이 잘못 됐다고 설득하는 최선의 방법은 뭘까? 아마도 최소한 성욕을 떨어뜨리지 않고 나아가 쾌감을 증진하는 콘돔을 발명하는 방법일 성싶다. 거기에 다른 까다로운 문제가 여럿 수반된다. 남성은 무엇을 원하는가? 여성은 무엇을 원하는가? 어떤 시도를 아직 하지 않았는가?

남성은 통념과는 달리 때때로 실제로 콘돔을 착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원한다고 허브닉은 말한다. 그들은 너무 얇으면 벗겨질까 불안해 한다. 여성은 자신의 생식기에서 라텍스같은 냄새가 나거나 윤활제의 부작용으로 가려움증이 생기기 않는 콘돔을 원한다. “핵심은 성경험의 쾌감을 줄이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라고 그녀가 말했다.

콘돔 혁신의 최대 걸림돌은 경쟁이라고 론 프레지어레스가 말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주 가족건강협회 연구평가 담당 부국장이다. 그 비영리단체는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수준보다 더 많은 콘돔을 실험했다. 시중에 수백 종의 모델이 출시돼 있지만 사실상 그렇게 다르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대부분 라텍스 소재이며 대부분 똑같이 미끄러뜨려 탈착하는 방식이다.

그것은 인류발전을 위한 약진과 같은 유형의 혁신기술 연구에 수백 만 달러를 쏟아부을 만한 인센티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25종의 다른 콘돔과 함께 진열대에 그냥 전시되고 만다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제약업계는 연구개발에 막대한 돈을 지출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프레지어레스가 말했다. “이익마진이 크지 않은 데다 기존에 출시된 제품의 종류가 너무 많다.”

게이츠 재단이 보조금으로 내건 10만 달러가 업계 외부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기를 허브닉은 기대한다. 그들은 콘돔회사를 차릴 만큼 돈이 많지 않지만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을 찾는다. 예컨대 ‘스프레이형’ 콘돔이 이미 개발됐으며 그건 시작에 불과하다. 딸기향 콘돔, 친채식주의자 콘돔, 3색의 진동 콘돔, ‘나이트 라이트’야광 콘돔(결정적인 순간에 그 미끈한 물체를 찾으려고 주섬주섬 뒤적이는 일만큼 흥을 깨는 일도 없다).

“몇 년 전에 스마트폰이 어떻게 생겼을지 사람들에게 물었다면 아이폰을 떠올릴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허브닉이 말했다. “사람들이 그것을 볼 때 콘돔인 줄도 모를 만큼 깜짝 놀랄 만한 제품, 사용하기에 재미있고 흥미롭고 섹스가 더 즐거워지는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하지만 더 나은 콘돔의 개발은 그 첫걸음에 지나지 않는다. 더 큰 과제는 사람들이 선입관을 버리고 ‘미래의 혁신 제품(the Next Big Thing)’을 시험적으로라도 사용하도록 설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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