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외 인클로버재단 이사장 - 이웃과 나누는 셔터 속 행복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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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외 인클로버재단 이사장 - 이웃과 나누는 셔터 속 행복

한용외 인클로버재단 이사장 - 이웃과 나누는 셔터 속 행복

삼성전자·삼성문화재단·삼성사회봉사단 사장 역임 … 봉사활동 중 찍은 사진으로 첫 개인전
▎한용외 인클로버재단 이사장이 10월 8일 서울 청담동 원화랑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대표작 ‘해바라기’ 뒤에 서있다.

▎한용외 인클로버재단 이사장이 10월 8일 서울 청담동 원화랑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대표작 ‘해바라기’ 뒤에 서있다.



노오란 꽃잎을 얼굴 가득 드리운 해바라기가 흰 바탕 위에서 숨쉰다. 10월 8일 서울 청담동 원화랑 안에 들어서자 갓 핀 듯한 해바라기가 얼굴을 내민다. ‘그림같이 예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붓질한 듯 곱게 펼쳐진 잎의 색감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화랑 밖 풍경과 대비를 이룬다. 생애 첫 개인전을 앞둔 한용외(66) 인클로버재단 이사장의 표정이 활짝 핀 해바라기와 꼭 닮았다.

10월 9일부터 7일간 열린 ‘한용외 사진전’에서는 한 이사장이 직접 찍은 사진 32점이 전시됐다. 그가 자원봉사를 다니며 틈틈이 찍은 꽃과 풍경 사진이 주를 이룬다.

그중에는 2008~9년 4차례 방문한 독도 풍경도 있다. 오직 사진을 위해 직접 헬기를 빌려 타고 가서 찍은 독도의 모습은 일반인이 쉬이 만날 수 없는 절경이다.

한 이사장은 2006년 삼성경제연구소 CEO 사진강좌를 통해 사진에 입문했다. 2007년부터 ‘불우이웃돕기 명사 사진전’ 등에 작품을 내며 줄곧 사진을 찍었지만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이사장은 작품 선정 기준에 대해 “봉사하며 내가 느낀 감정처럼 즐겁고, 밝은 이미지 위주의 사진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전시 수익금은 전액 다문화 가정 청소년을 위해 쓸 예정이다.



현역 시절 봉사·사진 경력으로 ‘인생 2막’이 사진전의 숨은 공로자가 한 명 더 있다. 바로 그의 아내다. 이번 작품 중엔 유난히 꽃을 찍은 것이 많다. 한 이사장은 주말에 출사를 나갈 때마다 아내와 동행한다.

“사진 찍으러 갈 때 아내에게 ‘놀러 갑시다’라고 말해요. 그럼 아내가 신이 나서 나갈 채비를 하죠. 꽃을 잘 찍으려면 배경이 깨끗해야 하는데 그럴 때를 대비해서 배경이 될 천을 꼭 들고 나가요. 아내가 곱게 다려 구김이 가지 않게 돌돌 말아 둔 거죠. 제가 미처 못 보고 지나치는 걸 아내가 먼저 보고 ‘이걸 찍어보는 건 어때요’라고 알려주기도 하고, 제가 사진 찍는 동안 천을 들고 서서 배경을 만들어 주기도 해요. 현역 때 바빠서 못한 데이트를 나이 들어서 하네요(웃음).”

한용외 이사장은 삼성전자 생활가전총괄 사장을 거쳐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을 지냈다. 삼성그룹 비서실 감사팀에서 근무하던 그는 1993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경영 방침에 따라 삼성SDS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발령 한 달 만에 삼성문화재단 전무로 다시 발령이 났다.

감사팀에서 삼성복지재단 감사를 맡은 게 계기가 됐다. 그는 그곳에서 삼성그룹이 운용하는 문화·복지·공익재단 등을 총괄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생소하던 1995년, 한 이사장은 삼성사회봉사단을 출범시켜 대대적인 봉사활동에 나섰다.

“지금이야 많은 기업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생소한 개념이었어요. 삼성사회봉사단을 만들면서 임직원이 자원봉사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가 나왔죠. 10년 후에는 자원봉사 활동이 사회를 변화시킬 거라고 믿었어요. 인사고과는 물론 신입사원 서류심사에서 자원봉사 참여 경력을 보자고 처음 제안한 것도 저였어요. 세월이 흘러 삼성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걸 보면 뿌듯합니다.”

그는 2000~2003년까지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장으로 현업에 복귀했다가 2004년 다시 삼성재단 총괄사장으로 부임했다. 사회공헌 사업을 주도한 그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으로 삼성그룹의 봉사활동을 이끌었다. 삼성전자 사장 시절을 제외하면 17년 가까이 사회봉사·공헌·복지 관련 일을 전담했다.

2007년 전문성을 키우고 싶어 사회복지 석사 과정을 밟은 그는 삼성사회봉사단에서 일하면서 1년 동안 박사 공부를 했다. 그후 1년을 더 다녀 박사학위를 땄다. 회사 일이 공부로 이어졌고 그게 다시 여생의 역작으로 연결됐다. 그는 2010년 퇴직과 동시에 개인재산 10억원을 들여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는 사회복지법인 인클로버재단을 설립했다. 한 이사장이 다문화 가정 지원에 관심을 가진 것도 삼성사회봉사단장 시절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2007년 즈음 지방에 봉사 활동을 갔다가 ‘농촌 총각 결혼시켜 드립니다’는 플래카드를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한국처럼 순혈주의가 강한 나라에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차별 없이 잘 자랄 수 있을까 걱정이 됐죠. 다문화 가정이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도 큰 문제였고요. 이대로 방치했다간 10년 뒤엔 정말 큰일 나겠다 싶더군요.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의 이혼율이 30%가 넘고 일부 지역에선 취학 연령의 다문화 아동·청소년 63%가 학교를 다니지 않을 만큼 심각한 문제에요.”

이들을 위해 그는 다문화 가정 가족사진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한 달에 두세 번 전국 각지를 돌며 다문화 가정의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것이다. 현역 시절 취미 삼아 시작한 사진 실력이 십분 발휘되는 순간이다. ‘사진 한 장 찍어주는 게 뭐 그리 어렵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번 촬영을 나갈 때마다 챙겨가는 준비물만해도 어마어마하다. 카메라와 배경지·조명·삼각대는 물론 사진 출력용 대형 프린터, 액자틀까지 모두 준비해간다. 현장에서 사진을 바로 인화해 벽걸이 액자에 넣어 주기 위해서다. 여기에 의상과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자원봉사자를 포함해 열 댓 명의 봉사자가 차 두 대에 나눠 타고 떠난다. 움‘ 직이는 스튜디오’나 다름 없다.



수백 억원 사업 예산 다룰 때보다 행복한 지역에 가면 최소 20~30가구의 가족사진을 촬영한다. 2010년부터 4년 간 1486가구에게 가족사진을 선물했다. 최근엔 서울 방이동에서 열린 ‘한성백제문화제’에 참여해 46가구의 사진을 찍었다. 한 이사장은 “다문화 가정은 결혼식 사진은커녕 변변한 가족사진 한 장 없는 경우가 많다”며 “온 가족이 들떠서 사진 촬영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찍는 건 사진 한 장뿐이지만 이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클로버재단은 10억원의 이자 수익으로 운영된다. 예산이 적어 다문화 가정 도서 전달, 학술 지원 등 소규모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책 보내기 운동을 했고 다문화 가정의 건강한 자립을 격려하기 위한 생활 수기 공모전도 진행했다. 기부자들이 자신의 재능을 살려 직접 참여하는 사업도 벌이고 있다.

다문화 가족사진 촬영 행사나 청소년 사진 교육 같은 프로그램 등이 그것이다. 삼성 재직 시절, 수백 억원의 예산으로 봉사활동을 펼치던 때와 비교해 부족함을 느끼진 않을까. 그는 “예산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적지만 내가 느끼는 보람이나 행복감은 더 크다”고 말했다.

“물론 예산이 부족해 더 많은 사람을 돕지 못하는 게 안타깝기도 해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정해진 목적이 있잖아요. 회사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 다양한 방침에 따라 움직이죠. 그런데 이건 내가 좋아서 시작한 거고, 내 마음대로 하면 될 일이니 마음이 더 편해요. 돌아오는 행복도 온전히 내 몫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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