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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Tech - 은행 발행 신종자본증권 한번 사볼까

Money Tech - 은행 발행 신종자본증권 한번 사볼까

일반기업 발행분보다 신용도 높아 4%대 금리에 분리과세도 가능



채권이 자본이 됐다. 신종자본증권 얘기다. 한국회계기준원은 10월 1일 “영구채를 포함한 신종자본증권은 발행자에게 현금을 비롯한 금융자산의 상환의무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종자본증권을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해운사를 비롯해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기업이 속속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설 것으로 본다.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를 잃은 투자자들도 정기적금보다 금리가 높은 신종자본증권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부채비율 변화 없이 재무구조 개선 효과신종자본증권은 주식(자본)과 채권(부채)의 특징을 모두 가진 금융상품이다. 두 성격을 동시에 가졌다고 해서 ‘하이브리드(hybrid) 채권’이라고도 부른다. 만기가 통상 30년 이상이고 연장이 가능해 사실상 영구적이라는 면에서 주식의 특징을 갖는다. 확정된 이자를 지급한다는 점에서는 채권과 유사하다.

변제 우선 순위는 후순위 채권보다 후순위다. 기업이 부도가 나서 청산할 때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이 있지만 금리는 일반 회사채보다 높은 편이다. 주식처럼 시장에서 사고 팔 수 있지만 유동성은 떨어진다. 2002년 금융감독원이 은행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허용하면서 국내에 도입됐다.

신종자본증권은 주로 은행에서 발행해왔다. 자기자본 확충 수단으로 각광받았다. 이 증권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산정 때 기타기본자본으로 인정돼 자본적정성 개선의 효과가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은행들이 이 증권의 발행을 대폭 늘린 이유다.

기업들도 비슷한 이유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다. 지난해 4월 상법 개정으로 일반 기업들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부터 기업의 발행이 늘었다. 포스코·SK텔레콤 등 7~8개 기업이 총 3조원 안팎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이 증권은 채권을 발행하고도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금리는 일반 회사채보다 높지만 회사가 임의로 만기를 늦추거나 이자 지급을 연기·취소할 수 있어 국제회계기준(IFRS)상 채무가 아닌 지분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를 겨냥해 신종자본증권을 새 자금조달 수단으로 삼았다.

지난해 10월 두산인프라코어가 발행한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부채로 인정해야 한다는 논란이 일면서 기업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회계기준원이 논란을 정리하면서 자본으로 인정받아 발행에 숨통이 트였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하기 위해 금융당국의 결정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기업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올해 초부터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한 한진해운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부채비율의 변화 없이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며 “은행과의 지급보증 조율이 끝나는 대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뿐 아니라 은행권이 새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가능성도 있다. 신종자본증권의 만기는 반영구적이지만 대부분 콜옵션과 스텝업 조항이 있다. 보통 5년이 지난 시점에서 발행자가 증권을 되살 수 있다(콜옵션). 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경우 일정 수준금리를 올려야(스텝업) 한다. 2008~2009년 은행이 대량으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시기가 곧 다가온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은행이 콜옵션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텝업 조항으로 금리를 2배 가까이 올려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관건은 콜옵션 행사로 채권을 되산 은행이 이를 재발행할 것인가다.

유선웅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회계 기준에 따라 신종자본증권의 자본 인정 여부가 까다로워져 은행이 채권을 갚기만 하고 재발행은 줄일 수 있다”면서도 “외한·하나은행 등 자본적정성이 시중은행 평균 대비 낮은 곳은 신종자본증권을 재발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금융당국이 신용위험계수를 조정한 것도 호재다. 금융감독원은 9월 12일 신종자본증권 위험계수를 신용등급별로 주식과 채권 신용위험계수의 중간값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신종자본증권 최대 투자자는 보험사다. 만기가 긴 보험사 자산과의 듀레이션 갭(부채상환 기간 차이)을 줄일 수 있어서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을 신용위험계수가 낮은(AA 기준 2%) 채무상품으로 회계처리 하다가 7월 금융감독원의 지시로 위험계수가 높은(12%) 지분상품으로 처리해왔다. 이로 인해 보험사들은 6월 말 지급여력비율(RBC) 산정 때 악영향을 받았다. 위험가중치가 높아져서다. 이에 따라 신종자본증권 보유를 늘리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금융감독원이 위험계수를 낮추기로 한 것이다. 따라서 신종자본증권 수요도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신종자본증권에서 투자자들이 얻는 가장 큰 이점은 금리다. 올해 발행된 신종자본증권의 발행금리는 4%대다. 2%대인 현재 시중은행의 3년 만기 예금금리의 2배 수준이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꼬박꼬박 받을 수 있는 인컴 자산 개념으로 신종자본증권의 투자 매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분리과세 선택이 가능해 고액의 금융소득자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다만 안정성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해봐야 한다. 신종자본증권의 신용등급은 일반적으로 기업신용등급에 비해 두 단계 낮다. 정말 안전한 기업이라면 AA 신용등급 채권을 BBB 가격으로 살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그러나 변제 우선순위가 모든 채권보다 뒤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분석팀장은 “스텝업 조항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스텝업 수준이 높을수록 인기가 많다.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지면서 만기가 짧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콜옵션이 확실하다면 5년 만기의 채권을 더 싸게, 높은 금리를 받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신용 전망 꼼꼼이 따져야반대로 스텝업 수준이 낮으면 만기가 무기한으로 길어지고 그만큼 기업부도율이 높아진다. 리스크가 커지는 셈이다. 강 팀장은 “저금리 시대가 길어지면서 스텝업 수준이 낮고 만기가 긴 신종자본증권을 인컴 자산으로 투자하는 역발상도 가능하다”며 “다만 이 경우에는 신용 전망을 꼼꼼히 따져 파산 가능성이 없는 채권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에서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은 일반기업이 발행한 것보다 신용등급이 높다. 그만큼 파산 가능성이 적다는 뜻이다. 서병갑 씨티은행 자금시장그룹 본부장은 “금융회사는 콜옵션 행사 가능성도 크고 부도 위험은 적은 반면 일반기업은 만일의 경우 재정난으로 제때 콜옵션을 행사 못할 수도 있다”며 “금융회사와 일반기업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은 별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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