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OUL REPORT - ‘아파트 도시’의 이면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매년 신기한 전시회가 열린다. 이번에는 ‘아파트 인생’이라는 전시회가 있었다. 196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서울의 풍경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전시였다. 예전에는 많은 산들 덕분에 자연미를 가지고 있었던 서울은 이제 수많은 아파트들이라는 또 다른 얼굴을 가지게 됐다. 전시회에 소개된 다양한 축소 모형들도한국인의 생활 문화 변화를 잘 보여줬다.
나는 어머니와 함께 이 전시를 관람했다. 서울이 과거에 어땠는지를 말로만 듣고 믿지 못하던 어머니는 이번 전시를 보고 서울의 변화를 기적처럼 여겼다. 새로 생긴 고층 아파트들과 지어진 지 오래된 10층 미만 아파트만 비교해봐도 기적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 하다. 어머니의 소감은 이랬다. “나라에서 의도적으로 이 전시회를 연 듯하다. 국민들이 여기 와서 이 전시회를 보면 정신 차리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될 테니 말이다.”
나도 어머니와 비슷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한국의 젊은 세대는 어려운 시기를 경험해보지 않아서 그런지 이전 세대처럼 책임감 있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한국 젊은이들보다 서울에 사는 외국인들, 특히 지난 10년 사이에 서울로 이주해 온 외국인들이 이 전시회를 봐야 한다. 1980~1990년대와 2000년대의 서울 생활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1980~1990 년대에 서울로 이주한 외국인들은 적응을 비교적 잘 한 반면, 2000년대 이후에 온 외국인들 중에는 불만이 있는 사람이 적지 않아 보인다. 서울의 문화를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불만이다. ‘아파트 인생’ 전시는 바로 그런 외국인들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전시를 보면 급격한 변화를 겪은 서울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0년대에 정권을 잡고 계획적인 경제 성장을 도모하면서 대한민국 곳곳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전국 여기저기에 공장들이 하나둘 생겼다. 이 변화의 바람이 가장 크게 몰아친 곳은 서울이었다. 매일 지방에서 서울로 이사 온 주민들로 인해 주택공급이 가장 큰 문제로 떠올랐다. 1958년 성북구 종암동 언덕에 세운 종암아파트를 제외하면 서울의 아파트 열풍은 1964년대 공사가 완성된 마포아파트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러한 열풍이 오늘날 마치 산과 언덕처럼 우리 눈에 익숙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아파트 중심으로 구성된 삶은 우리의 생활에서 많은 것을 앗아갔다. 이 과정에서 상실된 많은 가치들 중 하나는 아마도 이웃 간의 협력일 것이다. 자본주의에 점점 빠져들수록 우리 개개인의 힘은 점점 더 작아진다. 강한 자본과 대결할 수 없는 약한 개인은 든든한 사회의 구성원이 돼야 살아남는다. 든든한 사회를 구성하자면 개인 간의 관계와 교류가 필요하다. 이웃과의 관계는 이런 필요 속에서만 이뤄진다.
아파트 가구 수를 생각하면 그곳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의 삶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아파트 열풍이 불면서 서울 아이들은 다른 지역 아이들과 다르게 자랐다. 아파트 키드라 불리는 이 세대에겐 아파트가 곧 생활 공간이나 놀이 공간이요, 탐험지대였다. 유년시절을 아파트 인근에서만 지내는 것이 교육에 바람직할지 모르겠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아파트 인근에는 충분한 공원이나 녹색 공간이 필요하다.
심각한 교통체증도 아파트 도시가 불러 일으킨 문제 중 하나다. 아파트는 좁은 부지에 수많은 사람들이 사는 공간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매일매일 도시로 쏟아져나온다. 좁은 곳에서 많은 사람이 갑자기 밖으로 나오니 교통체증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요즘 TV를 켜면 다가오는 서울 시장 선거에 대한 뉴스가 매일 나온다. 새누리당의 서울 시장 후보가 누가 될지를 두고 다양한 보도가 이어진다. 누가 서울 시장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서울의 수많은 아파트가 일으킨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차기 서울 시장의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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