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 | 달러당 원화 가치 1000원선 깨지나? - 호들갑은 옛말 조용한 외환당국, 왜?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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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 달러당 원화 가치 1000원선 깨지나? - 호들갑은 옛말 조용한 외환당국,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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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민감도 떨어지고 美 압박 겹쳐 ‘非개입’ 선회 … 수출·내수 균형 잡는 계기로 삼아야
▎원·달러 환율 1030원선이 붕괴된 5월 7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이 1022.50을 나타내고 있다.

▎원·달러 환율 1030원선이 붕괴된 5월 7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이 1022.50을 나타내고 있다.



환율 방어선이 연이어 깨졌다.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며(원화 가치 상승) 달러당 1030원 선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하락 속도도 빠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뚫리지 않았던 1050원선이 무너진 지 불과 17일 만이다. 그런데 외환당국과 시장은 오히려 담담한 반응이다. 당국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5월 7일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직전 거래일에 비해 7원80전 내린 1022원50전을 기록했다. 연중 최저치다. 종가 기준으로는 2008년 8월7일 1016원50전을 기록한 이후 5년 9개월 만에 가장 낮다. 특히 지난 3월 말 이후 환율은 급격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3월 21일 1080원30전을 기록했던 환율은 한 달 반 만에 60원 가까이 빠졌다.



美 금리인상 진화 + 中 금융 불안 해소올해 초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조금씩 오름세를 보였다. 당시 환율 상승 요인은 두 가지였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고, 중국의 경제지표의 부진이 예상되면서 상대적으로 신흥국의 통화는 약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도 그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3월 이후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나친 금리인상 기대 진화에 나섰다. 중국에서는 추가적인 경기 불안요소가 등장하지 않아 금융불안 우려가 수그러들었다. 정경팔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달러 강세, 신흥국 통화 약세 요인이 사라지면서 차익실현을 위한 거래가 급증했고 이로 인해 환율은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달러 약세가 세계 전반적인 분위기라 하더라도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매우 가파른 모양새다. 최근 한 달여 동안 달러 대비원화 가치는 4.2% 상승했다. 주요 30개국 통화 중 가치 상승(환율 하락) 폭이 가장 크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시장에서는 외 당국의 태도 변화가 쏠림 현상을 부추긴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정경팔 팀장은 “외환당국 개입이 당분간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해 외환 투기세력들이 달러 매도에 가세한 것 같다”고 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환율이 1020원대로 떨어진 5월 7일 “환율의 수준이나 속도 등에 대해서는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코멘트하기 어렵다”며 “다만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에 대해선 정부가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두 개입이지만, 과거와 같은 적극적인 의지가 읽히지는 않았다. 지난 달 환율이 1050원 부근에 다다랐을 때 시장에서는 으레 당국의 개입을 예상했다.

그러나 외환당국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런 반응을 확인한 후 환율은 급격히 떨어졌다. 1030원선의 붕괴도 마찬가지다. 달러당 1050원 선이 무너진 뒤 시장에서는 1030원을 새로운 저지선으로 여겼다. 그러나 1020원대에 진입한 뒤에도 외환당국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당국의 개입 기미가 느껴졌다면 지킬 수 있는 선이었다는 게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런 당국의 태도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다. 대외적인 압박과 국내 분위기의 변화다. 먼저 국제 무대에서 미국은 공공연하게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견제해왔다. 특히 지난해부터 다른 신흥국과 뚜렷하게 다른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를 지목하면서 시장개입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해 4월 환율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의 개입규모를 구체적으로 추정하기 시작하면서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을 요구했다. 또 올해 4월 발표된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외환보유액과 선물환포지션 증가치 등 개입의 ‘물증’을 제시하면서 압박해왔다.

최근 ‘고환율’에 대한 맹신이 깨지는 분위기도 한 몫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한국경제의 환율 민감도가 예전만 못 하다. 지난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한국경제의 환율변동에 대한 민감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원화 가치 상승에 따른 한국경제의 전체 부가가치 민감도는 -0.05%로 2005년(-0.15%)보다 많이 축소됐다.

한국경제는 제조업 수출 의존도가 높다. 저환율은 수출 기업들에게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에 고환율 정책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점차 상품·서비스 등 최종재 수입이 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산업구조와 소득분배구조가 지속적으로 변하고 수출 제조업의 고용 효과도 계속 낮아져 경제 전체적으로는 과거에 비해 수출 낙수효과가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생산기지 다변화와 비용 개선으로 환율 변동에 따른 효과가 예전 같지는 않다는 진단도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생산물량 가운데 미국·중국·유럽 등 해외에서 생산하는 비중이 61.7%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달러화 외에도 엔·유로·루블·위안화 등 다양한 통화로 결제를 하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뉴저지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중국 베이징, 싱가포 등에 해외 금융센터를 세워 둔 상태다. 실제로 원화 가치 급등에도 수출주들의 주가는 오름세인 모습이다. 5월 7일 삼성전자 주가는 2000원(-0.15%) 떨어지는 데 그쳤고, 이튿날 곧바로 6000원(0.45%) 오르며 135만원대를 회복했다. 전날 0.89% 하락했던 현대차의 주가도 오히려 8일 2.47% 급반 등했다.

그동안 외환 당국이 환율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명분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였다. 환율로 수출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이에 따른 낙수 효과에 의해 고용과 노동 소득 감소 등 경제 등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낙수효과에 대한 의문이 계속해서 제기된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수출 기업의 수익이 고용·소득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환율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인 민감도가 떨어졌다”며 “이에 따라 당국도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외환 시장의 개입 필요성을 덜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정부는 연초부터 ‘내수·수출 균형’을 내세우고 있다. 내수에는 높은 원화 가치가 오히려 득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환율 방어에 나설 명분이 크지 않다.



세 자리 수 환율 가능성 커져외환당국의 환율 방어 움직임이 보이지 않다 보니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환율 하락을 점치는 분위기다. 최근 달러 약세 추이를 반전할 만한 요소가 없고 하반기로 갈수록 오히려 추가 하락 요인이 많아 지금의 흐름이 당분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일시적으로 1000원선도 깨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그러나 이는 장기 추세라기보다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게 중론이다.

가을에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가 끝나고 금리인상 이슈가 나오면 환율이 반등할 수도 있다.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부 수출 종목이 일시적인 영향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이제는 시장에서 세자리 환율마저도 각오를 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1030원이 깨졌을 때보다는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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