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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다이소의 대주주 관계사 일감 몰아주기 - 과실 빼 먹기인가 정상거래인가

Issue | 다이소의 대주주 관계사 일감 몰아주기 - 과실 빼 먹기인가 정상거래인가



지난해 다이소아성산업(이후 다이소)이 설립 17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997년 1호점 개점 이후 첫 적자다. 다이소는 3만여종의 생활용품을 1000~5000원대에 판매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1000원숍’이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기 전까지 다이소는 빠르게 성장했다. 2008년 매출 1839억원을 올린 이후 매년 1000억원 넘게 몸집을 불렸다. 2011년 매출 50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7% 증가한 7465억원을 기록했다.

매장 수도 해마다 늘어 현재 930여 곳에 달한다. 지난해 다이소의 박정부 회장은 “2014년에는 매장 1000곳을 운영하고,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설립 17년 만에 다이소 첫 적자박 회장의 공언은 올해가 되기도 전에 공수표가 됐다. 지난해 다이소가 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적자전환한 것이다. 거침없이 성장하던 다이소의 발목을 잡은 요인은 ‘다이소 남사물류허브센터’ 투자다.

다이소는 2012년 전국에 분포된 매장에 좀 더 안정적으로 상품을 공급하기 위해 기존에 운영하던 3곳의 물류센터를 한 곳으로 모았다.

경기도 용인시 남사면에 축구장 8개 넓이의 대형 물류센터를 준공한 배경이다. 이 과정에서 부채비율이 높아지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이소의 부동산 개발과 임대를 담당하는 한웰의 부채는 2011년 412억원에서 2013년 1035억원으로 늘어났다. 다이소의 부채도 2011년 1888억원에서 2013년 2073억원으로 증가했다.

다이소 관계자는 “사업 주체인 다이소가 투자를 해야 하는데 높은 부채 비율로 차입 여력이 크지 않아 토지와 건물은 한웰이, 기계장치는 다이소가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남사물류센터 운영정상화가 지연되며 매출이 급격히 하락해 지난해 상반기에만 9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물류센터 운영은 하반기 들어 정상화됐지만 이 과정에서 다이소의 부동산 임대사업체 한웰이 주목 받았다. 다이소가 적자를 기록했는데도 한웰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한 때문이다. 둘 사이의 거래관계에 답이 있다. 다이소는 매년 직영점을 늘리며 사업을 확장했다. 지난해에도 40곳의 직영점을 새로 열었다.

직영점 상당수가 한웰이 보유한 건물에 입점했다. 한웰은 박정부 회장이 지분 68.58%, 박 회장의 특수관계인이 31.42%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다이소의 모회사다. 다이소의 지배구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웰은 한일맨파워의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한일맨파워는 다이소의 지분 50.02%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다이소가 1000원숍을 늘려가는 과정에서 한웰은 부동산 개발과 임대를 담당했고, 한일맨파워는 생활용품 잡화 등을 구매해 다이소에 제공하거나 해외에 수출하며 성장했다.



‘박회장→한웰→한일맨파워→다이소’ 지배구조한웰의 매출은 직영점, 다이소 본사 건물 임차료, 그리고 새로 건축한 남사물류센터에서 발생했다. 다이소는 서울 도곡동의 다이소 본사 빌딩 임차료로 지난해 40억원, 남사물류센터 임차료로 약 100억원을 한웰에 지불했다. 임차 비용과 관리비로 약 140억원을 한웰에 지급한 것이다. 2012년 총액(40억원)보다 105억원이 늘었다. 한웰은 지난해 매출 180억원, 영업이익 103억원을 기록했다.

한웰은 다이소뿐만 아니라 자회사인 한일맨파워와도 부동산 거래를 하고 있다. 한일맨파워의 도곡동 본사 건물 소유주는 한웰이다. 한일맨파워는 5억원 상당의 연간 임차료를 지불하고 있다. 한일맨파워는 다이소와의 거래를 통해 성장한 기업이다. 지난해 2319억원의 매출과 3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한일맨 파워가 올린 매출의 절반이 다이소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78억원이던 한웰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했고, 38억원이던 영업이익은 171% 급증했다.

다이소가 성장하며 일군 성장의 과실을 한웰과 한일맨파워가 거둬간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여기에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웰이 매년 높은 배당을 해온 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오너 일가가 대주주인 관계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고배당을 통해 이익을 챙기는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라는 것이다.

다이소가 일군 과실을 한웰이 거둔다는 지적에 대해 다이소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부의 편법 승계를 위한 부동산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라 중견기업 입장에서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및 관계사간 역할 분담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점에 대해 정부 관계자에게도 명확히 설명을 했고,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적용 기업에 해당하지 않는 점도 강조했다. 다이소 관계자는 “감사보고서에 나온 수치만 본다면 일감 몰아주기로 오해할 수 있지만 중견기업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이는 경영 효율 제고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이소는 지난해 일감 몰아주기 지적이 제기된 이후 10월부터 변화의 모습도 보이고 있다. 먼저 다이소는 출점 전략에 변화를 가져왔다. 직영점을 줄이고 가맹점 형태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남사물류센터 운영 정상화에도 힘을 기울여 물류비를 줄이고 있다.

10월에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일부 계열사를 합병하며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피하는 동시에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한웰과의 거래을 줄이고, 다른 기업의 물류 센터를 이용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일본 파트너인 대창산업이 반대했다. 본사가 직접 물류센터를 운영해야 효율적 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창산업은 다이소 지분 34.1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지배구조 개편이 있었지만 다이소와 한웰, 한일맨파워 사이의 거래가 줄어들지않은 배경이다. 다이소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편법 증여 사례에 다이소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점은 앞으로 조직 개편과 경영 방식 변화를 통해 고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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