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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묻어둘 만한가? - 개발 호재 있어도 10년은 내다봐야

땅에 묻어둘 만한가? - 개발 호재 있어도 10년은 내다봐야

토지 거래는 철저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의 전방위 부동산 규제 완화로 주택·상가 등에는 온기가 돌지만 토지시장은 예외다. 9·1 대책 발표 뒤에도 괄목할 만한 지표상의 움직임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토지 거래량과 땅값 변동률 모두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주택·상가 시장을 데우고 있는 ‘규제 완화 효과’라는 ‘불씨’가 언제든지 토지시장에 옮아 붙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상존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토지시장은 인화성이 강하다. 일단 불씨가 한번 붙으면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다.

그러나 투자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런 때 땅에 잘못 투자했다가는 장기간 자금이 묶일 수 있다. 아파트와는 달리 땅은 규제가 여전한데다 땅값도 장기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땅 투자는 무엇보다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9·1 대책 이후에도 무덤덤
토지 전문가들은 지금 땅 투자를 원한다면 5~10년짜리 장기 적금에 든다는 심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요즘 같은 시장 안정기에는 일확천금의 꿈은 버리고 단기전보다는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정하우징 박철민 사장은 “땅은 주택에 비해 규제가 상대적으로 많은데다 땅값도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대박을 노린 단기 땅 투자는 사실상 발붙이기 어렵게 됐다”며 “하지만 장기 투자라는 기본 원칙을 전제할 경우 땅은 아직도 안정적인 부동산 상품”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 재료(개발계획)가 확실해 땅값 상승 여지가 눈에 명확하게 보이는 곳으로 투자 대상 지역을 한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과거처럼 ‘~카더라’ 식의 개발 소문에 휩쓸려 이른바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가는 십중팔구 큰 코 다칠 수 있다. 시장 상황이 예전과는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때 물론 재료가 양도세 등 세금을 내고도 투자 수익을 충분히 챙길 수 있을 만큼 강력하고 확실한지 여부도 냉철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시세차익이 어중간할 경우 양도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게 된다. 더구나 2006년 토지실 거래가 신고의무제 도입 이후 다운계약서 작성은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공격적인 투자는 자제하고 안전성 위주로 나서야 한다.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아 있을수록 땅 투자는 수익성보다는 안전성과 환금성이 먼저다. 수익이 다소 낮더라도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는 게 지혜로운 투자법이다. 성급하게 불확실성에 베팅하기보다는 속도 조절과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안전보다 고수익을 좇다가 대박은커녕 쪽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수익률과 위험은 정비례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때 물론 땅 투자의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시장 침체기에 토지 투자자들은 ‘틈새시장’이나 ‘꼼수’를 찾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수요 기반이 취약한 틈새시장은 안전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공법을 통한 정면승부가 필요하다. 이때 투자 기준은 최대한 간략하고 명확해야 한다. 나만의 전략으로 불황을 뚫고 고수익을 올리겠다는 생각에서 복잡하고 은밀한 투자 비법만을 찾아 헤매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

바둑에서 ‘장고 끝에 악수’라는 말이 있다. 너무 복잡하게 계산하다가는 되레 낭패를 당한다는 뜻이다. 특히 토지시장의 경우엔 요술램프와 같은 신비의 투자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의 시장 상황에서는 오히려 직접 발로 현장을 누비는 우직함과 뚝심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른바 ‘재료의 사이즈’도 따져봐야 한다. 과거 땅 투자는 신도시 등 국가적 규모의 ‘빅 사이즈’ 개발 재료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얘기가 달라지고 있다. 건설 경기 침체로 개발계획이 연기 또는 취소되는 경우가 늘면서 대형 사업지 주변 땅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대신 지자체 단위에서 진행하는 하수처리구역 신설 등의 소규모 개발 재료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이들 소규모 사업은 메가톤급 폭발력은 아니지만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작용하는 스마트폭탄과 같은, 정밀한 파괴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농지·임야 등 비도시 지역보다는 주거·상업용지 등 도시지역 땅이 유리하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 비도시 지역의 땅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떨어진 이유 때문이다. 국내 땅값은 경제 성장 기조가 고성장에서 저성장으로 돌아서면서부터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농지·임야 등 비도시 지역 땅값은 물가상승률 이하 수준의 변동률을 보이고 있다.

과거 고성장을 추구하던 산업화시기에 신도시·산업단지·고속도로 등의 개발이 폭증하고 인구까지 급증하면서 농지·임야 등의 땅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던 때와는 상황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이에 비해 도시 지역 땅값 상승률은 도시형 생활주택·오피스텔 등의 건축 수요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 동안 도시지역 땅값 상승률은 평균 0.12%로 비도시 지역(0.08%)을 앞질렀다.

눈여겨볼 만한 도시지역 토지로는 자투리땅이 있다. 대개 야적장 등으로 방치돼 있다. 자투리땅은 이미 도시계획이 수립돼 있어 건축 규모 등을 사전에 확인하고 투자할 수 있다. 자투리 땅을 매입해 원룸이나 미니 오피스텔을 지으면 월세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입지가 좋아도 지목이 도로이면 쓸모가 없다.
 농지·임야보다 도시지역 땅이 유리
도심의 노후 단독주택가도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도시형 생활주택 등 초소형 주택 건축 붐이 일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땅값이 관건이다. 건축 연면적의 40% 이내에서 상가를 들일 수 있는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도 좋다. 직접 살면서 임대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그러나 고가 낙찰은 피하는 게 좋다. 역세권 고밀도 복합개발 계획이 있는 땅도 관심의 대상이다.

시기와 상황을 불문하고 땅 투자의 기본 원리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그런데 땅을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많지만 땅을 비싸게 팔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땅을 비싸게 팔려면 무엇보다 가치를 높여야 한다. 흠결이 있고 가격이 싼 땅을 사서 비싼 땅으로 만드는 기술을 ‘토지 부띠끄’라고 한다. ‘못난이 땅’을 보기 좋고, 쓰기 좋게 만들어 가치를 높이는 기술이다. 현재 땅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부각시킨다. 예컨대 폭이 좁고 길이만 길쭉한 땅은 옆 땅이나 앞 땅과 합하면 쓸모 있는 비싼 땅이 된다. 또 움푹 들어간 땅은 성토해서 평평하게 만들면 ‘귀한 몸’이 된다. 도로보다 지대가 낮으면 이를 바로 잡아 땅의 가치를 높인다. 물론 알짜 땅을 주변 시세보다 싸게 사는 것도 중요하다. 경매나 급매를 통하면 시세보다 땅을 싸게 살 수 있다. 특히 좋은 땅을 급매로 잡으려면 해당지역의 부동산중개업소를 동업자로 만들어야 한다. 가급적 실력 있는 부동산, 양심적인 중개업소가 유리하다. 이런 부동산업소 의 VIP 고객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으면 알짜 급매물이 나올 때 가장 먼저 연락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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