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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 미국 젊은이도 “내 집 마련 쉽지 않네”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 미국 젊은이도 “내 집 마련 쉽지 않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 지역의 한 주택단지에 매매를 알리는 푯말이 붙었다.
국내에서 치솟는 전세 가격에 우는 세입자가 늘었다면 미국에선 과중한 월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쫓겨나는 세입자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 온라인 부동산 전문업체인질로우닷컴과 위스콘신 법과대학의 지역법무지원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평균 렌트비(월세) 부담이 연소득 대비 30%를 넘어섰다.

이에 CNN머니는 10월 30일 렌트비 미납으로 퇴거명령을 받는 경우가 전국적으로 수백만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지난 7월까지 1 년간 시 렌트 위원회에 접수된 퇴거명령의 항소민원의 수가 2064건으로 집계됐다. 2011년과 비교하면 45% 늘어난 수치다.

 과중한 월세 탓에 쫓겨나는 세입자 늘어
이 매체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주의 경우는 지난해 퇴거 명령을 받은 사례가 20만 건을 넘어섰다. 전체 세입자의 20%에 가까운 이들이 퇴거 위기에 놓인 것이다. 대부분 렌트비 인상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대도시의 경우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이들 도시의 렌트비가 급격히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월세를 올리기 위해 건물주가 세입자에게 사소한 트집을 잡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장기간 입주해 있는 가정에 대해 애완동물을 허가 없이 키웠다거나 자전거를 지정된 장소에 두지 않았다는 식의 사소한 위반 사항을 지적해 퇴거 조치를 취한다. 기존 세입자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나가면 새 입주자를 구해 렌트비를 올리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 내 임금 상승 속도가 렌트비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 있다. 질로우닷컴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부동산 렌트 가격은 전년 대비 7% 올랐는데, 같은 기간 소득은 1.8% 오르는데 그쳤다. 특히 ‘월세살이’에서 벗어나 주택을 구입해야 하는 세대인 25~34세의 미국인 수입은 2007~2012년 사이에 9%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득 수준은 그대로이거나 전보다 못해졌는데 월세를 올리려는 집주인은 되레 늘었다. 미국 부동산 업계는 월세 가격이 당분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봐 세입자들의 퇴거 급증 문제 역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같은 전세 개념이 없는 미국의 경우 주택 가격이 오를수록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도 늘어난다. 주택을 구입할 여력이 없는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렌트를 할 수밖에 없고, 돈이 있더라도 값이 내릴 때까지 구입을 미루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모기지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주택 가격 역시 오르면서 집을 사려는 사람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업계는 이 수요가 임대시장으로 몰리면서 월세가 급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의회는 2010년 월가의 투자은행, 헤지펀드와 파생상품에 대해 정부가 엄격히 관리· 통제하겠다는 내용의 도드-프랭크 법을 통과시켰다. 금융회사의 채무자에 대한 채무상환능력 조사 의무화, 과도한 중도상환수수료 부과 금지, 고금리 모기지에 관련 초기 상환금액 평균의 2배를 초과하는 상환금액 설계를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이에 따라 이전에는 비교적 유연했던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이 이제는 어지간한 신용등급으로는 어렵게 된 것이다.

금융위기 이전 미국 사람들은 모기지론을 통해 집값의 약 30%만 부담하면 어렵지 않게 집을 살 수 있었다. 주택을 담보로 주택저당증권을 발행해 10년 이상의 장기 주택자금을 대출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집을 산 뒤 최장 30년 동안 원금과 이자를 분할해 상환할 수 있어 목돈 없이도 내 집 마련이 가능했다. 그러나 금융회사가 상환 능력이 부족한 이들에게까지 대출(서브 프라임 모기지)을 해주면서 위기를 자초했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에 미국 정부는 올해부터 모기지 대출 심사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모기지론 심사 강화로 집 사기 어려워져
애틀란타에 거주하는 교민 정성화(57)씨는 “지난해까지는 신용등급이 좋고, 40% 정도의 다운 페이먼트만 지불하면 모기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올해는 더 까다로운 자격을 요구한다”며 “금융회사들이 신청자들의 상환능력을 엄격히 보고 있어 대출을 받지 못한 교민 가운데 현금으로 집을 산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부동산 전문업체인 리얼티트랙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택 구입자들의 42.7%가 집값 전액을 현금으로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사를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지난해 동기(19.1%) 대비 2배 이상 높아졌다. 리얼티트랙 측은 “올해 초 시작된 모기지 대출 기준 강화로 현금 거래 비중이 늘었다”며 “모기지 대출이 어렵게 되면서 현재 보유한 현금 수준에 맞춰 매물을 고르는 현상도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문제는 현금자산이 부족하고, 모기지 대출도 받기 어려운 젊은 세대다. 이들은 학자금 대출 부담에 실업 문제까지 삼중고를 겪으며 주택을 구입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되면서 미국 내에선 생애 첫 주택 구입자의 비중도 크게 줄었다. 경기가 차츰 회복되면서 주택 판매율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생애 첫 ‘내집 마련’을 해야 할 세대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으로 지난 1년 동안 주택시장에서 첫 주택 구입자 비율은 33%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는 지난 30년 동안 최저치이며 전년도 같은 기간 기록한 38%보다도 5%포인트 줄어든 수치라고 11월 4일 보도했다. 올 들어 현재까지 기존 주택 판매는 10년 평균치의 88%에 그치고 있으며 신규 주택 판매도 2000년 이후 평균의 60% 수준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회복세가 본궤도에 오르려면 생애 첫 주택 구입자와 저가 주택 구매자의 거래 건수가 늘어야 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NAR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로렌스 윤은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젊은이들의 경우 렌트비 상승으로 주거 비용이 늘고, 상환해야 할 학자금 대출도 남아있어 주택구입에 필요한다운 페이먼트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은 부모 세대를 보고 자란 젊은이들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면서 렌트에 의존하는 심리적인 요인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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