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3번’ 대책 또 대책 - 공공·민간 임대주택 확대에 정책 집중해야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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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새 3번’ 대책 또 대책 - 공공·민간 임대주택 확대에 정책 집중해야

‘1년 새 3번’ 대책 또 대책 - 공공·민간 임대주택 확대에 정책 집중해야

10월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민주거비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10월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민주거비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도 전세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와 월세 전환 속도에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지난해 8월 ‘전·월세 시장 안정화 방안(이하 8·28대책)’을 내놓은 지 6개월 만에 올 2월 ‘주택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이하 2·26대책)’을 발표했다. 10월 30일 내놓은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방안(이하 10·30대책)’까지 포함하면 1년 2개월 사이 전·월세 관련 대책만 세 번째다. 10·30대책을 발표하면서 국토교통부는 저금리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점, 전세가 월세나 자가에 비해 주거비용이 저렴하다는 점, 전세 가격 상승에 따라 비자발적 월세 전환이 늘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정확한 진단이다. 지난해 8월에도 그랬고, 2월에도 그랬다. 매번 진단은 옳은데 해법은 그렇지 못했다. 기대와 달리 수급 조절에 실패했고, 서민층의 주거 불안정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시장 혼란에 서민층 주거 불안만 가중
8·28대책에선 비교적 여력이 있는 세입자가 집을 살 돈이 있는 데도 전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취득세 영구 인하, 저리의 주택 모기지 상품 출시 등을 내세웠는데 일부 지역에서 거래가 살아나긴 했다. 그러나 잠깐이었다. 전세 수요는 별로 줄지 않았다. 2·26대책 역시 큰 소득이 없었다. 핵심은 월세 세입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이었다. 월세의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해 월세의 10%를 소득세에서 공제해 주겠다는 것이었는데 정작 이 정책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시장에 충격을 줬던 건 임대소득의 과세 방법을 조정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소득이 전부 노출되는 것이니 집주인으로선 공포감을 가질만 했다. 임대주택 시장에서 공급자 역할을 했던 다주택자의 주택 매입 의지가 꺾였다. 거래가 늘며 반짝 온기가 돌았던 부동산 시장에 정부가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가 됐다. 시장의 반발이 거세지자 두 번에 걸친 미세 조정에 나서 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 원 이하일 경우 주택 수와 관계 없이 단일세율(14%)을 적용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지만 이미 신뢰를 잃은 뒤였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청약 자격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9월 1일 부동산 종합대책의 효과로 주택 거래량이 늘고, 집값도 소폭 상승하면서 전세난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전세 가격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고, 활발했던 매매 거래도 두 달을 못 가 잠잠해졌다. 다급해진 정부는 또다시 대책을 내밀었다. 10·30대책이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이전 대책보다 더 차갑다. ‘8·28, 2·26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반찬 숫자는 많은데 젓가락 가는 곳이 없다’ 등 부정적 의견이 주를 이룬다.

10·30대책의 핵심은 저소득층 월세 지원과 임대주택 공급 확대다. 우선 월세 가구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소득이 낮고, 보증금이 적을수록 대출금리를 우대하기로 했다. 사회 취약계층을 위해 연 2%의 금리로 매월 30만 원씩 2년간 720만 원까지 빌려주는 월세 대출도 신설한다. 보기엔 그럴듯한데 역효과가 났다. 얼핏 정부가 대출을 권하는 것처럼 보여서다. 직장인 박유석(33)씨는 “어려운 계층을 지원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대출을 받아 월세를 내라는 것처럼 비춰져 기분이 더 나쁘다”면서 “매번 나오는 대책이 어찌 대출 더 받으란 얘기뿐이냐”고 꼬집었다. 효과도 글쎄다. 한도가 500억 원 밖에 안 되는데다 취업 준비생이나 기초생활수급대상자 등을 대상으로 한 한시적인 정책이다. 수혜자는 6000~7000명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전세대란에 시달리는 다수의 중산층에겐 별 도움이 안 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임대차 시장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가계 대출만 늘어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선진국과 같이 월세 세입자를 지원하는 바우처 제도를 장기적인 차원에서 확대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출 받아서 월세 내라고?
실제로 요즘 세입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이유는 대출을 받기 어려워서, 이자 부담이 커서가 아니다. 대출은 서로 해주겠다고 난리고, 금리도 싸다. 기준금리가 2%로 내려온 상황이니 대출 부담은 과거에 비해 훨씬 작아졌다. 문제는 소득의 증가, 추가 대출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전세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것인 데 결국 이걸 조절하지 못하면 고충은 그대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결국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게 관건인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물량 공급 등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월세 세입자를 돕는 임시방편을 내놨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공급 확대 방안도 거의 재탕이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내년 매입·전세 임대물량을 추가 공급(4만→5만)하고, 추가분은 전·월세 불안 우려지역에 집중 공급하기로 했다. 올해 계획했던 매입·전세 잔여물량 1만4000가구도 11월까지 조기 공급하고, 12월 중 3000가구를 추가 공급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은 9·1대책에도 담겨 있었다. 민간자본을 활용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내용 또한 그간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포함된 내용이다. 국토부가 같은 내용을 숫자만 바꿔 발표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주택임대관리업, 민간 임대사업 등에 대한 규제를 개선하거나 세제·금융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그대로지만 수요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전세→매매’ 전환에 초점을 맞춰 부동산 경기를 되살리고, 서민의 주거 부담도 줄이겠다는 목표였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정부의 전·월세 대책은 사실상 실패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확실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한다는 점이다. 이번 대책만 봐도 그렇다. 전세 수요를 줄일 획기적인 방법은 없는데 월세 세입자에게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니 ‘정부가 오히려 월세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정부가 은행 좋은 일만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공급 늘리려면 규제 화끈하게 풀어야
기본적으로 최근 전세대란은 수급의 불균형 탓이 크다. 저금리 기조에 집주인이 월세로 돌아서면서 공급은 줄었고, 이에 따라 전세 가격이 상승하는 악순환 구조다. 이와 달리 여력이 있어도 집을 안 산다. 집값 상승의 기대가 크지 않아서다. 공공에서 공급을 늘리는 건 시간이 걸린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비중은 약 5.6% 정도다. 10% 대인 선진국 수준에 한참 모자란다. 정부가 2013년∼2017년(입주 기준)까지 공공임대주택을 50 만호 이상 공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시간이 필요하고, 이대로 될지도 미지수다.

단기적으로 가장 효과를 보려면 민간 공급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2·26대책에서 신규주택을 준공공임대주택으로 등록해 임대할 경우 3 년간 양도소득세를 면제하고, 소득·법인세 감면율(전용면적 85㎡ 이하)을 높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이 제도를 활용한 임대인은 현재 300명에도 못 미친다. 혜택은 별로 크지 않은데 임대료 인상폭은 제한(연 5%)이 있어 임대 사업자 입장에선 큰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고종완 원장은 “규제를 풀려면 확실하게 풀어야 효과가 나타난다”며 “이번 대책에서도 정부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5 년간 임대하면 양도소득세를 50% 감면해주기로 했는데 왜 ‘전액 면제’ 등 더 과감한 선택을 못하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간 임대주택 공급에 기여하는 만큼 더 공격적인 세제혜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세 수요를 매매로 유도하는 정책도 더 꼼꼼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돈이 있어도 전세에 사는 부자 세입자와 집을 살 여력이 없어 전세에 사는 세입자를 구분해 정책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부자 세입자의 전세 대출을 제한하는 게 대표적이다. 정부가 올 초 6억 원 이상의 고액 세입자는 주택금융공사의 전세 보증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제를 강화했지만 액수를 더 낮추고,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연봉 10억 원이 넘는 고소득자도 전세대출 보증을 받아온 사실이 드러났는데 대출을 받을 때 별도의 소득 제한선이 없는 탓이다.

고 원장은 “시중에 갈 곳 없는 부동 자금이 주택 구입으로 이동하려면 결국 새로운 모멘텀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집주인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다양한 자가 주택 촉진책이 추가돼야 시장이 반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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