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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과 전쟁 선포한 제약회사들

세균과 전쟁 선포한 제약회사들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과 죽은 백혈구.
제약업체 머크는 현금 84억 달러에 부채 11억 달러를 동원해 큐비스트제약을 인수하면서 항생제 내성 세균과의 전투에 발을 들였다. 세계를 위협하는 항생제 내성 세균은 제약업체의 유망한 수입원으로 서서히 각광받고 있다.

머크는 12월 8일 큐비스트 인수 소식을 발표했다. 큐비스트는 기존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버그’ 치료제 개발 업체다. 한때 큐비스트의 연구 분야는 수익성이 없다고 여겨졌지만 최근 수 년 동안 항생제 내성 세균이 널리 퍼지면서 각국 보건 당국과 경제학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4년 초 보고서에서 항생제 내성 세균이 “현대의학의 성과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규정했다. WHO는 특정 세균들이 세계 각지에서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의약품이 쓸모가 없어진다고 경고했다. “통상적인 질병임에도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

최근 프린스턴대가 실시한 연구는 2000년에서 2010년 사이 항생제 소비가 36% 증가했으며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증가량의 76%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일부 연구는 항생제 이용 규제가 없기 때문에 수요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실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베이징의 한 소아과 병원 환자 98%가 평범한 감기에도 항생제 처방을 받았다. 처방 없이도 항생제 구입이 가능한 인도에선 2005년에서 2010년 사이 약국의 항생제 판매량이 6배 증가했다.

그러나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항생제 사용이 증가했음에도 이에 대한 새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문제는 수요와 공급 양쪽에서 모두 발생한다”이라고 CDC는 25개 국가 보건기구와 마련한 공동성명에서 밝혔다. “항생제가 남용되면서 신약 개발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가지 이유는 돈이다. 대형 제약사들은 암처럼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광범위한 보건 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13년 “세계위기보고서”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병을 치료하는 약은 투자 대비 막대한 잠재수익이 돌아온다”고 이 보고서는 말했다. “그런 약은 빠르게 폭넓은 시장으로 침투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항생제 신약은 고작 몇 주 동안 사용될 뿐이라서 회사에 별다른 수익이 되지 않는다.” WEF에 따르면 금전적인 이득이 적은 탓에 지난 수십 년 동안 항생제 분야에 “발견 공백”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WEF는 이 문제가 점점 더 많은 비용을 발생시킨다고 밝혔다. 항생제 내성 세균은 매년 유럽에 18억4000만 달러에 달하는 생산성 손실을 일으킨다. 미국인들은 항생제 내성 세균과 관련된 건강 문제에 매년 210억 달러를 소비한다. 관심이 높아지자 작은 회사들이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큐비스트는 수십 년 전부터 ‘슈퍼버그’와의 싸움을 시작했다. “이 문제는 현실이다. 그리고 점점 더 커진다.” 큐비스트 웹사이트에 적힌 문구다. 이 회사의 수익 80% 가량은 큐비신에서 발생한다. 2003년 피부 감염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2006년에 혈류 감염 치료제로도 승인을 받은 약이다. 항생제 내성 세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큐비스트를 비롯한 제약업체들은 수요증가로 이득을 본다. 특히 항생제 내성 세균과 관련된 문제가 더욱 비싸지면서다.

항생제 연구로 주목 받는 업체는 큐비스트뿐만이 아니다. 2013년 글락소스미스클라인 PLC는 미 보건복지부와 항생제 내성 세균 치료용 신약 개발을 지원하는 2억 달러 규모 협약을 체결하면서 협력관계를 강화했다. 2014년 2월엔 스위스 제약회사 데비오팜이 캐나다 업체 어피니움과 함께 더 강력한 항생제 신약을 개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장 속 미생물군을 보존하면서 폭넓은 항생제 내성을 극복하는 혁신적인 항생제를 개발해야 한다.” 데비오팜은 성명을 통해 밝혔다.

12월 7일 미 식품의약국은 아스트라제네카와 액터비스의 합작투자업체가 공동 개발한 액터비스 항생제의 사용을 승인했다. 항생제 내성 병원균으로 인한 특정 감염병 치료 용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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