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1% 시대, 부동산시장 어디로 - ‘마지막 폭탄 돌리기’ vs ‘다시 맞은 해빙기’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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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1% 시대, 부동산시장 어디로 - ‘마지막 폭탄 돌리기’ vs ‘다시 맞은 해빙기’

기준금리 1% 시대, 부동산시장 어디로 - ‘마지막 폭탄 돌리기’ vs ‘다시 맞은 해빙기’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2009년 침체가 시작된 이후, 크고 작은 40여 차례의 부양책에도 꿈쩍 않던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이 와중에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도 1%대로 내려왔다. 본격적인 ‘1%금리 시대’, 한국 부동산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전망은 갈린다. 부동산 시장이 활력을 찾기 시작했다는 견해와 단기적 현상일 뿐이라는 주장이 맞선다. 규제 완화와 빚으로 일으킨 부동산 붐이 꺼지면 더 큰 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특히 과거 부동산 폭등과 침체의 진원지였던 서울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관심이 쏠린다. 이곳 역시 진단과 전망이 제각각이다. 강남 부동산의 향방과 아파트를 살까 말까 고민하는 잠재 수요자들이 유의할 점을 심층 취재했다.

“정부와 건설사, 일부 언론이 합작한 ‘토끼몰이’인 것 같지만 가만히 있어도 되는 것인지 너무 불안해요. 두 차례에 걸쳐 전셋값만 7000만원 올려줬는데 차라리 이참에 집을 살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파트값이 더 오르면 영영 집 살 기회가 없어질까 두렵기는 한데, 담보대출을 받자니 갚는 게 부담스럽고 나중에 폭락하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서울 방학동에 사는 김영만(42)씨는 요즘 부동산 관련 기사를 보며 한숨 짓는 일이 잦아졌다. 주말엔 서울·경기지역 모델하우스를 찾지만, 선뜻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김씨는 “뉴타운 일반분양도 알아봤는데 너무 비싸다”며 “대출을 더 받아 한번 더 전세를 살아야 하는지, 좀 싼 다세대주택을 사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도 알아봤는데 매물이 많지 않고 여전히 비싸다”며 “요즘 인생 최대의 고민에 빠져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열기에 기름 부은 기준금리 인하
꽁꽁 얼어붙었던 부동산 심리가 녹고 있는 것일까. 지난 몇 년 사이 정부의 온갖 대책에도 요지부동이던 아파트 거래량이 급증하고, 청약 열기도 고조되고 있다. 언론에는 부동산 기사가 넘친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던 건설사들은 앞다퉈 분양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매매로 돌아서는 실수요자도 눈에 띄게 늘었다. 집을 내놔도 팔리지 않아 끙끙 앓던 주택 소유자는 어느 정도 숨통이 트였다. 집을 사기 위해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가는 발걸음도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3월 12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1.75%로 전격 인하했다. 1%대 기준금리는 한국 경제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특히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낮은 대출이자로 빚을 내 집을 사는 사람들이 더욱 늘고, 전세의 월세 전환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시장이 더욱 요동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 부동산의 심장부인 서울 강남에 관심이 모인다. 지난 몇 년 간 잠잠했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부동산 시장도 바삐 돌아간다. 강남 3구의 재건축·재개발 이슈가 ‘나비효과’처럼 인근 지역을 지나 서울·수도권·지방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최근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극단으로 갈린다. ‘마지막 폭탄 돌리기’라는 우려와 ‘드디어 해빙기를 맞았다’는 기대가 맞선다. 집을 살까 말까 고민하는 수요자들은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무주택자건, 차익 실현 목적이건 이럴 때일수록 신중하고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분위기에 휩쓸리다 낭패를 볼 수 있다. 쏟아지는 부동산 통계에 허수와 착시가 있다는 것도 살펴야 한다. 우리나라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80%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중 또 신중해도 모자라지 않다. 무엇보다 철저하게 실수요자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 집값이 떨어져도 괜찮은지, 대출금을 갚을 여력은 있는지, 금리가 다시 올라도 버틸 수 있는지, 진짜 필요해 사는 것인지, 사려는 집의 가치에 만족할 수 있는지 등을 반문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부동산 시장 움직임을 살펴보자.
 거래량 급증에도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아

부동산 거래량은 확실히 늘었다. 지난해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약 108만건. 2006년 이후 처음으로 100만건을 넘었다. 전년 대비 18% 증가한 수치다. 올 1~2월도 뜨거웠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월 주택 거래량은 7만9320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 증가했다. 10년 만의 최대치다. 서울·수도권도 거래가 크게 늘었다. 2월 전국 주택 거래량은 전년 동월 대비 소폭 줄었지만, 서울과 수도권은 각각 10.4%(1만2990건), 4.3%(3만7502건) 증가했다. 이 수치만 보면 완연한 봄이다.

하지만 거래의 질을 봐야 한다. 왜 이토록 거래량이 늘어난 것일까? 집값이 싸져서? 가계 소득이 늘어서? 집값 전망이 좋아서? 전문가들은 단연 ‘전세난’을 든다. 전셋값 급등에 시달린 실수요자들이 등 떠밀리듯 매매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월 서울 강북의 주택 거래량은 전년 동월 대비 9.9% 늘었다. 하지만 집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강남 3구에서는 3.2% 감소했다. 또한 아파트보다는 연립·다세대주택 거래량이 급등했다. 다시 말해,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비싼 강남보다는 강북을, 아파트보다는 연립·다세대주택을 선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계 대출은 폭등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4조2000억원으로 월 단위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2008년 이후 2월 평균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의 3배가 넘는다. 더구나 지난해 8월 이후 고소득·중위 소득계층의 대출 증가 속도는 2배 정도 빨라졌는데, 저소득층의 증가 속도는 5배 넘게 가속화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가계부채 위험성이 더 높아졌다는 뜻이다.

지난해와 올 1~2월 주택 거래량이 급증했는데 가격은 2% 남짓밖에 오르지 않은 이유도 따져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거래량이 늘면, 가격은 따라 오른다. 하지만 이 공식이 깨졌다.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최근 주택시장이 전형적인 ‘매도 우위’ 시장이라는 점이 근본적인 요인이다. 거래는 늘었지만 여전히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국토연구원이 1월 전국 공인중개소 2240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서울에서 ‘매수 하려는 사람이 많았음’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5.1%, ‘매도하려는 사람이 많았음’은 43.2%였다. 반대로 서울 전세시장은 ‘임차하려는 사람이 많았음’이 74.1%, ‘임대하려는 사람이 많았음’은 10.3%였다. 전셋값은 폭등하고, 집값은 그리 오르지 않은 이유다.

서울·수도권 집값이 여전히 비싸다는 점도 중요한 원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폭락한 주요 선진국과 달리, 국내 집값은 큰 조정을 받지 않았다. 2008년 고점 대비 서울은 평균 약 10%, 경기도 일부 지역은 20% 정도 하락했다. 하지만 서울의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은 8.8배로 LA·런던·도쿄 등 주요국 도시보다 높다. 한푼도 안 쓰고 8.8년을 모아야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강남 3구는 10배를 훌쩍 넘는다.
 공급 과잉 우려 커져

아파트 거래량에서 분양권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아파트 매매 거래량 중 약 45%가 분양권 거래였다. 올 1월에는 50%를 넘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정부가 청약 자격을 완화하고,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을 확 줄이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새로 분양되는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인 분양권은 일반적으로 중도금을 납입하는 시점에서 거래가 되기 때문에 단기 차익을 노리는 사람들이 많이 투자한다. 주택시장이 활성화되면 재고 주택 거래가 늘고 분양권 거래는 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분양 열기를 주도하는 세력이 실수요자가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분양시장 열기는 절정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전통적으로 부동산 비수기인 1~2월 ‘분양 완판’과 청약 열기를 확인한 건설사들은 올해 신규 분양 물량을 대거 쏟아낼 예정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3월 신규 분양 아파트는 전달보다 285% 증가한 5만8784채로 집계됐다. 월간 물량으로 역대 최대치다. 또한 올해 내에 민간 건설사에서만 약 30만 가구가 분양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은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식으로 분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오랜 주택시장 침체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건설사들이 몇 년 만에 돌아온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절박함도 깔려 있다. 한 대형 건설사 분양 담당 임원은 “지금 분위기로는 분양을 내놓는 데로 완판될 가능성이 크다”며 “총력을 다해 분양 물량을 늘리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전했다. 그는 “재건축·재개발 사업 수주를 포함해 가능한 사업은 올해 다 벌일 것”이라며 “다시 오기 힘든 기회로 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공급 과잉이다. 국토교통부의 2차 장기주택종합계획에 따르면 올해 적정 신규 주택 공급량은 39만 가구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 ‘적정 주택공급량 분석’ 보고서에 올해 적정 공급량을 34만5000가구로 추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전국 주택 인허가 실적은 51만 가구를 넘었다. 정부가 지난해 초에 잡은 계획을 37% 초과했다. 또한 지난해 착공된 주택 건설 물량은 50만7600가구다. 이 중 아파트만 34만4000호다. 지난해 분양된 주택 물량도 34만5000호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올 1 월 주택공급 실적 역시 전국 3만3271가구로 전년 동월 대비 35% 증가했다. 인허가·분양·착공된 아파트가 2~4년 후 완공되면 공급 과잉으로 인해 집값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의 청약열기 역시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몇 십 대 1, 몇 백 대 1이라는 청약경쟁률에는 허수가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또한 정부가 청약 자격 규제를 완화하면서 750만명이던 1 순위 가입자가 1200만명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다시 말하면 750만명으로도 부동산 붐을 일으키기엔 부족하다고 정부가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 심리도 살펴야 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심리’라는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이명박 정권에서 30여 차례, 박근혜정부 들어 10여 차레 부동산 부양책을 썼는데도 침체가 이어진 것은 ‘부동산 잔치는 끝났다’는 군중 심리가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심리는 무엇에 가장 좌우될까. 단연 정부 정책이다. 국토연구원이 매달 발표하는 부동산시장심리지수를 보면, 정부의 부양책이 발표되면 즉각 부동산 심리가 개선됐다. 2013년 4·1 대책, 8·28 대책, 그리고 지난해 9·1 대책, 10·30 대책이 나올 때마다 부동산심리지수는 급등했다. 하지만 약발은 두세 달을 가지 못하고 떨어졌다. 국토연구원의 부동산심리지수는 150개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중개업소 2240곳, 일반인 6400명을 상대로 조사한다. 지수 범위는 0~200점인데, 100을 넘으면 전월 대비 가격 상승 및 거래 증가를 전망하는 응답자가 많다는 뜻이다. 지난해 7월 부동산시장심리지수는 108.3이었다. 2년 래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 해 7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한 7·24 대책과 재건축·재개발·청약제도 규제를 푼 9·1 대책이 발표되면서 지수는 9월 127.8, 10월 128.9로 급등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다시 112.8로 곤두박칠쳤다. 이어 12월 말 이른바 ‘부동산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올 1월 심리지수는 130.5로 급등했다. 최근 3년 사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문제는 과거 전례로 볼 때 이 지수는 3~4월을 지나면서 다시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추가 부양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앞으로 부동산시장은 어디로 갈까. 부동산 침체가 5~6년 지속되면서, 부동산 불패 신화는 사라진 듯 보였다. 우리나라의 인구구조 변화와 소득 정체, 가계부채 증가, 집에 대한 인식 변화, 저성장·저금리 장기화 등을 종합할 때 더 이상 집값이 오르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일부 전문가는 대폭락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그런데, 요즘 다시 분위기가 바뀌는 듯하다. 큰 폭은 아니지만 가격이 안정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가 퍼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올해 부동산 시장이 2.3%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세난이 심화·확산하면서 매매 값을 부추겨 올릴 가능성도 크다.
 2~3달도 못 가는 부동산 심리

대표적인 곳이 서울 강남이다. 과거 한국 부동산은 강남발(發) 영향을 크게 받았다. 집값이 폭등하거나 급락하는 진원지이자, 정부 정책이나 시장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 강남, 특히 강남 3구다. 일각에서는 ‘강남발 효과’가 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강남 3구는 부동산시장의 바로미터다. 파급 효과도 여전하다. 그렇다면 강남 부동산은 어떻게 될까. 2000년대 초·중반 천정부지로 오르던 강남 3구 집값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무섭게 빠지기 시작했다. 30~40% 폭락하는 집이 속출했다. 경매로 나온 아파트들은 낙찰가율이 80%를 밑돌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대대적인 부양책으로 가격은 금세 폭락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거래는 끊기고 가격도 장기 하락세로 돌아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 3구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2010년 3월 2915만원에서 2013년 12월 2501만원으로 14.2% 떨어졌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서울 동남권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도 2010년 12월 123.4에서 3년 뒤 111.4로 하락했다. 이 지수는 2006년 1월 시점의 아파트 가격을 100으로 놓고 산정한다. 서울 동남권은 강남 3구와 강동구를 포함한 지역이다. 그러던 강남 부동산이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하락세가 멈추는 듯하더니, 올해 들어선 아파트 매매가 서서히 깨어나는 조짐이다. 설 연휴가 지나면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에 가격이 오르고 있다. 실제로 서울 개포동 주공1단지의 경우 설 이후 매매 가격이 1000만∼2000만원 올랐다. 재건축 아파트의 몸값이 치솟으면서 인근 지역 미분양 아파트도 속속 주인을 찾는 분위기다.
 강남 재건축 ‘나비효과’ 일으키나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부동산 3법’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4월부터 민간택지에 한해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고 5월에는 일부 지역에서 재건축 가능 연한이 30년으로 단축된다. 이에 따라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조치 대상이 되려고 재건축 절차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 제도의 유예기간을 2017년으로 연장했고, 혜택을 받으려는 다수의 다른 아파트 단지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강남은 개발된 지 4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도시개발 주기상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그만큼 재개발·재건축 물건이 많다.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 3구를 비롯한 동남권에서 재건축 절차에 들어간 아파트는 총 164곳(2014년 12월 기준)이다. 서울 전체(942곳)의 20%에 가까운 수치다. 이 가운데 ‘사업시행인가’ 이상의 단계를 밟은 아파트는 강남 3구와 강동구에서만 30곳 이상이다. 이들 아파트가 재건축 절차에 돌입한다는 얘기다.

재건축 아파트는 구입 시기에 따라 취득세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곳에 투자 수요가 늘어난다. 이주가 70~80% 선까지 진행되면 해당 구청에서 건축물 관리대장 말소처리를 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1.1%인 6억원 이하 주택 취득세율 대신 건축물이 없는 땅(나대지)을 구입한 것으로 간주돼 세율이 4.6%로 올라 세금 부담이 커진다. 강남권 재건축이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때를 놓치지 않으려는 투자 수요의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건설사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안팎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린 건설사 입장에선 재건축 사업은 그동안의 갈증을 풀 기회다. 특히 리스크가 적고 입지가 검증된 강남 지역 재건축 아파트는 놓쳐서는 안 되는 알짜 사업이다. 실제로 지난해 재개발·재건축 수주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던 삼성물산도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사업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건설사는 조직개편을 통해 재개발·재건축에 역량을 집중할 채비를 갖췄다. 대우건설의 경우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담당하는 도시정비사업팀을 2개팀으로 늘렸다. 롯데건설은 강남지사를 열고 강남권 재개발·재건축 수주영업 역량을 강화했다.

강남의 움직임이 부동산 시장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강남 3구의 아파트 거래는 서울 전체 거래의 19%(지난해 기준), 거래 면적은 21.5%를 차지한다. 또 매매가 9억원을 넘는 서울 아파트 중 강남 3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고가 아파트가 많아 투자 목적의 거래가 다수를 차지한다. 그만큼 투자 심리와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가격도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강남의 집값을 보면 전반적인 부동산 흐름을 파악하기 쉽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은 “강남 3구가 전체 부동산 시장을 계량적으로 좌우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끝없는 수요를 바탕으로 시장에 뉴스거리를 제공하고 심리와 분위기를 주도한다는 측면에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강남의 비싼 집 팔고 주변 집 사는 다운사이징 현상도

부동산 관련 정책을 세우는 정부에도 강남은 주요 관찰 대상이자 정책의 타깃이다. 강남의 집값이 과열 조짐을 보이면 정부는 각종 규제 조치를 내놓는다. 반대로 이곳 집값이 떨어질 때면 규제를 풀어 거래를 늘린다. 이런 지역이 최근 정책의 영향으로 꿈틀거리고 있으니 사람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강남 부동산이 활기를 찾았다고 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단 분위기만큼 거래량이 증가하진 않았다. 또한 분양건수는 많지만 재고시장은 여전히 침체에 허덕이고 있다. 오히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고가의 주택을 과감히 처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10억원이 넘는 비싼 집을 처분하고 위례신도시 등 서울 근교 소형 아파트를 분양 받고, 남은 자금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다운사이징(downsizing)’ 현상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강남과 여타 지역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얘기까지 나온다.

강남 지역 재건축으로 인한 이주 행렬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강남구 4060가구, 서초구 2602가구, 송파구 400가구가 이주 대상이다. 인접한 강동구에서도 5670가구가 이주 예정이다. 4개 구를 통틀어 총 1만2732가구다. 이들은 대다수가 재건축 기간에 잠깐 살 집을 구하는 임대 수요다. 가뜩이나 전세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주가 예정된 강남 지역의 재건축단지 일대는 이미 전세금 상승을 동반한 전세 품귀현상이 심각한 상태다. 전세 가격이 높아지면 ‘차라리 집을 사겠다’는 수요에 의해 매매가가 오를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이런 실수요가 강남구 고가 아파트보다는 변두리 지역의 저렴한 연립주택과 소형 아파트로 향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한다. 또한 3년 후 재입주 시기엔 공급 과잉으로집값이 털썩 내려앉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실제 공급 과잉이 오더라도 이로 인해 가격이 하락할지, 오히려 그동안 지방으로 밀려난 매매 수요가 ‘마음 속 0순위 땅’인 강남으로 회귀할지도 예측하기는 어렵다. 3년 후쯤 강남 부동산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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