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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 주택시장 과열 논란 - 2006년 못지 않게 뜨겁게 달아올라

서울·수도권 주택시장 과열 논란 - 2006년 못지 않게 뜨겁게 달아올라

3월 중순 청약 접수를 받은 서울 합정동 마포 한강 2차 푸르지오 오피스텔엔 6000여명이 몰려 평균 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 사진:중앙포토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이 기록 갱신 중이다. 시장이 활황이던 2000년대 초·중반보다 더 달아오른 분위기다. 연초부터 심상치 않더니 갈수록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회복기를 넘어 본격적인 상승기에 접어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에선 집값 상승기세가 하늘을 찔렀던 2006년과 비슷해 과열 우려도 나온다. 2006년 집값이 급등한 뒤 2년 뒤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가격이 급락했다.

요즘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에 ‘최대’라는 표현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만큼 시장 분위기가 좋다는 말이다. 4월 들어 15일까지 서울에서 팔고 산 아파트가 점정적으로 6000가구를 넘어섰다. 이 같은 추세라면 4월 한 달간 거래량이 1만2000여 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013년 8·29대책 영향으로 거래가 많았던 지난해 4월보다 40% 정도 증가한 물량이다. 2006~2014년 4월 평균 거래량의 두 배다. 4월 거래량으로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6년 이래 최대다. 2006년 4월(1만1733가구)보다도 많을 것 같다. 앞서 1~3월 거래량에도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최대’라는 표현 심심찮게 등장
서울·수도권 분양시장의 청약열기도 뜨겁다. 1순위 평균 경쟁률이 두 자릿수인 아파트가 잇따르고, 최고 경쟁률이 100대 1이 넘는 단지도 나오고 있다. 2월 말부터 서울·수도권 1순위 자격이 청약통장 가입 기간 2년 이상에서 1년 이상으로 완화됐지만, 자격 완화로 늘어난 1순위자보다 청약자가 훨씬 더 많이 증가했다. 청약자가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위례신도시가 청약돌풍을 일으켰는데 올 들어서는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청약통장이 몰리고 있다. 이곳에서 1~3월 3311가구 모집에 1순위자 총 6만389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18.24대1이었다. 지난 4월 10일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2차는 1순위 평균 5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주택형·지역별 최고 경쟁률은 269대 1이었다.

순위 내 마감도 만만찮던 강북지역의 경쟁률도 치솟았다. 삼성물산이 지난 4월 2일 청약접수한 광진구 자양동 래미안 프리미어팰리스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이 11.8대 1이었다. 프리미어팰리스 김미숙 분양소장은 “강북지역에서 1순위 경쟁률이 10대 1을 넘기기가 쉽지 않은데 기대 이상으로 청약자들이 몰렸다”고 말했다. 앞선 1,2구역 분양에서 순위 내 마감을 하지 못했던 성동구 왕십리뉴타운에서도 3구역 센트라스가 3월 말 1순위서 10대 1이었다.

올 봄은 2006년을 연상시킨다. 2003년 정부의 강력한 주택시장 규제책으로 2004~2005년 약세를 보이던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은 2006년 봄에 도약의 시동을 걸었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만 보더라도 그 해 1월 2496가구, 2월 7368가구, 3월 1만2843가구로 크게 늘었다. 3월 성남시 판교신도시가 분양되며 분양시장이 달아올랐다. 판교신도시 1순위 평균 경쟁률이 50대 1이었다.

주택 매매거래량 급증과 천정부지의 청약경쟁률. 지금과 2006년 봄의 공통점이다. 때문에 2006년에서 2008년 금융위기까지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주택시장에 자연히 ‘과열’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2006년과 지금의 주택시장은 ‘체질’이 달라 과열로 단정짓기 어려운 면이 많다. 2000년대 초반 시장이 뜸을 충분히 들인 상태에서 2006년 투자수요가 주택구입에 많이 나섰다. 올해엔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집을 많이 샀다. 실제로 올해 집을 많이 산 지역은 강남권이 아니라 강북지역이다. 매매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은 지역들의 주택 구입이 많다.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2006년 45.9%인 데 비해 지금은 69.2%다. 2006년 집을 사기 위해서는 전셋값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전셋값 절반 정도면 된다. 2006년의 경우 집값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가 시장을 주도했다.

2006년엔 주택시장에 대규모 개발호재가 많았다. 당시 2기 신도시 개발이 한창이었고 서울에선 뉴타운 붐이었다. 2006년 5월 지방선거에선 뉴타운 개발이 주요 공약이었다. 너도 나도 뉴타운 개발 공약을 외치면서 강북지역 집값 상승을 부채질했다. ‘뉴타운’이란 말만 나와도 집값이 요동치던 때였다.
 집값은 비교적 안정적
판교신도시 분양이 집값에 불을 댕겼다. 판교에 청약돌풍이 불면서 분당과 인근 용인 등의 집값이 뛰었다. 그 해 청와대는 강남권과 목동·분당·평촌·용인을 ‘버블세븐’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버블’ 논란이 일 정도로 집값이 치솟았던 것이다. 2006년 재건축 단지에 초과이익 환수제가 도입되면서 이를 피하기 위해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냈다. 빨라진 행보의 재건축 사업장이 호재를 만난 것이다.

올해 주택시장엔 이렇다 할 재료가 없다. 신도시 등 공공택지 신규 개발은 중단됐고 뉴타운은 출구전략에 갇혀 지지부진하다. 유앤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개발은 주택시장에서 휘발성이 높은 재료다”고 말했다.

2006년 주택시장엔 돈이 넘쳐났다. 각종 개발이 활발하면서 토지 보상금이 13조원 넘게 풀렸다. 올해는 기준금리가 2% 밑으로 떨어진 저금리가 돈줄이었다. 실제 담보대출 금리는 3%정도다. 뭉칫돈인 보상금에 비하면 어차피 빚인 대출금의 위력이 크지 않다.

2006년과 올해 주택 구매력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 사이 금융위기가 끼어 있어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았고 소득은 좀 나아졌다. 호주머니 사정은 크게 다르다. 2006년엔 경기가 괜찮아 연 5% 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는 3% 성장도 낙관하기 힘들다. 2006년에 비해 올해 주택시장의 여건이 취약한 셈이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경기가 좋지 않으면 시장 분위기를 끌고 가는 힘이 약해진다”고 말했다.

거래량 급증에도 2006년과 달리 올해 집값이 안정적이다. 3월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0.48%로 1월(0.08%), 2월(0.19%)보다 높아지긴 했어도 1986년 이후 장기 3월 평균 상승률(0.67%)보다 낮다. 2006년 3월 상승률은 1.77%였다. 그 해 연간 상승률은 24.11%였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과열 여부는 거래량보다 가격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집값이 요동쳐야 과열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13년 하반기 이후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이 다소 회복되기는 했어도 아직 금융위기 전 수준에 못 미친다. 서울 아파트값은 금융위기 직전의 93% 선이다. 수도권 외곽과 중대형은 이보다 더 많이 떨어져 있다. 한국감정원 김세기 부장은 “저금리 외에 경기 등 주택시장 환경이 썩 좋은 것은 아니어서 앞으로 집값이 2000년대 중반처럼 뛰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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