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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껑충 뛰는 아파트 분양가] 내 집 마련의 꿈 점점 멀어지나

[껑충 뛰는 아파트 분양가] 내 집 마련의 꿈 점점 멀어지나

경기도 용인시에서 분양 중인 기흥역 센트럴 푸르지오 아파트의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최근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 사진:대우건설 제공
직장생활 7년차인 박동수(35·서울 상도동)씨는 지난 5월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 1-3구역 재개발 아파트인 e편한세상 신촌을 분양받으려다 이내 마음을 접었다. 주변 시세와 비슷한 수준의 분양가를 기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치를 크게 넘어섰기 때문이다. 59㎡(이하 전용면적)형 분양가가 발코니 확장 등 추가 비용을 빼고도 6억원에 근접했다. 이는 한 달전인 4월 인근에서 나온 아현역 푸르지오의 같은 주택형에 비해 4000만~5000만원 비싼 수준이다. 박씨는 “분양가가 워낙 비싸 청약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며 “견본주택에 가볼 필요도 없이 청약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최근 분양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아파트 분양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분양물량이 나오기가 무섭게 팔리고, 일부 지역에선 당첨 즉시 분양권에 수천만원의 웃돈(프리미엄)이 붙자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가 인상을 억눌렀던 상한제가 지난 4월 폐지된 것도 이런 흐름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주택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탓에 업체 스스로 분양가를 낮추던 지난해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분양가 낮추던 지난해와 딴판
주택건설 업계에 따르면 분양가 인상은 주택 수요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 집중된다. 서울 뉴타운·재개발을 비롯해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같은 택지지구 등 분양성이 보장되는 역이 대표적이다. 서울에선 재개발 아파트가 많은 강북권에서 분양가 인상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지난 4월 서울 서대문구 북 아현뉴타운에서 분양된 아현역 푸르지오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040만원이었다. 지난해 5월 인근에 공급된 아현 아이파크(3.3㎡당 1800만원)와 비교하면 200만원 이상 비쌌다. 두 단지는 직선거리로 700m쯤 떨어져 있고 입주 시기도 2017년 2월과 3월로 비슷하지만, 가격 차이는 컸다. 이후 5월에 나온 e 편한세상 신촌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이보다 높은 2060만 원대였다.

4월 성동구 금호13구역에서 분양된 신금호 파크자이도 마찬가지다. 이 재개발 아파트 84㎡형 분양가는 6억8200만원(기준층 기준)에 이른다. 앞서 3월에 나온 왕십리3구역 센트라스 84㎡형은 6억3300만원 선이었다. 각각 금호동과 상왕십리동으로 입지 여건이 비슷한데도 분양가는 한 달 만에 4000만~5000만원가량 오른 셈이다. 금호동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주한 지 2년 된 아파트 84㎡형 시세보다 1억원 정도 비싸다”며 “이 일대 집값 상승폭보다 분양가가 더 많이 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분양 열기가 뜨거운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의 경우 분양가가 지난해 3.3㎡당 982만원에서 올해는 평균 1109만원으로 12.9% 뛰었다. 불과 1년 만에 3.3㎡당 127만원가량 오른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된 경남아너스빌과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3.0의 3.3㎡당 분양가는 각각 995만원, 918만원이었다. 이에 반해 올해 3월 나온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5.0과 금성백조 예미지는 각각 1194만원, 1179만원 정도였다. 지난 6월 용인시 기흥역세권에서 분양된 대우건설의 기흥역 센트럴 푸르지오도 앞서 나온 다른 아파트에 비해 분양가가 높다. 기흥역 센트럴 푸르지오의 분양가는 3.3㎡당 1182만원대로 지난 3월 인근에서 나온 기흥역 지웰 푸르지오에 비해 3.3㎡당 20만~30만원가량 비싸다.

지방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청약 광풍’이 불고 있는 대구에선 평균 분양가가 지난해 3.3㎡당 763만원에서 올해는 905만원으로 18.6%(142만원) 올랐다. 공공택지인 충남 천안시 불당지구의 경우 지난해 3.3㎡당 평균 904만~919만원이던 아파트 분양가가 올 들어선 926만~939만원대로 상승했다.

건설사들은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땅값과 건축비가 오른데다, 마감재 수준이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고급화됐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가격이 너무 많이 뛴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 중견 건설사의 관계자는 “입지나 마감·설계 수준에 따라 분양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면서도 “요즘 (분양가 인상) 흐름은 지나친 감이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분양가가 잇따라 오르는 이유로 “분양 시장 분위기가 좋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분양 성공에 자신감이 붙은 건설사들이 ‘비싸도 팔린다’는 계산을 하고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앞서 나온 단지보다 분양가가 높은 신금호 파크자이는 4월 1순위 청약 당시 평균 24.6대 1, 최고 84.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 팀장은 “지난해만 해도 강북권에는 청약 미달 단지가 꽤 있었는데 올해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아도 대부분 1순위에서 마감된다”며 “가격 인상이 청약의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분양대행업체인 내외주건의 정연식 부사장은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정할 때 주변 시세의 상단부에 맞춰 책정한 뒤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 심의를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했다.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조합원들이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추가부담금(입주 때 추가로 내는 돈)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느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일반분양 분양가를 올려 수익을 늘리거나 손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올 10월 분양 예정인 서울 가락동 가락시영 아파트는 당초 3.3㎡당 2515만원에서 최근 2700만원 이상으로 일반분양가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락동 K공인중개업소 사장은 “부동산 시장 상황에 비해 일반분양가가 낮다는 것이 주민들의 의견”이라며 “최소 2700만원 전후로 3.3㎡당 200만원 정도 오를 것이란 의견이 많다”고 귀띔했다.
 당분간 분양가 인상 흐름 이어질 듯
전문가들은 분양가 인상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시장 상황이 좋은 데 반해 마땅한 규제 수단은 따로 없어서다. 특히 올 하반기 서울 강남권에서 분양을 앞둔 재건축 단지(8곳, 2546가구)의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0월께 분양 예정인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신반포 한신5차)를 비롯해 반포동 삼호가든 4차 등은 일반분양가가 3.3㎡당 4000만원 선에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잇단 분양가 인상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높은 분양가는 주택 매수세를 약화시킬 수 있는 데다, 주변 아파트값을 들쑤실 수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박합수 명동 스타PB센터 팀장은 “높은 분양가는 주변 시세를 자극해 기존 집값을 끌어올리기 때문에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각 업체와 조합 스스로 조율을 거쳐 적정 가격을 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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