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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영의 트렌드 워치] 착한 이미지 + 알파 갖춰라

[전미영의 트렌드 워치] 착한 이미지 + 알파 갖춰라

▎2013 그리너월드 기간 동안 키자니아 서울 중앙 광장 주변에 놓인 업사이클링 조형물. / 사진:우상조

▎2013 그리너월드 기간 동안 키자니아 서울 중앙 광장 주변에 놓인 업사이클링 조형물. / 사진:우상조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혹은 공유가치창출(CSV)과 같은 단어가 그리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혼자 승승장구하는 이기적 이미지보다는, 사회와 상생해나가는 이미지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성장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그만큼 착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착한 소비’가 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질문 하나. 사람들은 정말 ‘착한 소비’를 할까? 한다면 왜 그럴까?

최근 사람들의 착한 소비 행동을 살펴보면, 특정 기업이 윤리적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제품을 무조건 구매하진 않는다. 사실 사람들이 특정 제품을 선택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우수한 품질력과 긍정적인 이미지일 가능성이 크다. 단지 착하다는 이유만으로 성능도 좋지 않은 제품을 덮어놓고 구매할 이유는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제품 자체가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리사이클링에 가치 더한 업사이클링
이런 점에서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인 파타고니아(Patagonia)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회사는 2011년 뉴욕 타임스퀘어에 ‘이 재킷을 사지 마시오(Don’t buy this jacket)’라는 메시지와 함께 자사의 옷 사진을 전시하는 광고를 했다. 물론 이 회사의 옷은 다른 옷에 비해 비교적 온실가스 배출이 적게 되는 재활용 섬유로 만들었다. 적자가 나는 해에도 매출의 1%는 꼭 기부를 하는 착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소비자에게 자사의 옷을 사지 말라고 광고한다. 심지어 옷값이 다소 비싸기까지 하다. 10년 입어도 될 만큼 튼튼하고 예쁜 옷을 만들 테니, 쓸데없이 다른 옷을 여러 벌 구매하지 말고 품질 좋은 우리 옷을 한 벌 선택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업사이클링(up-cycling)’도 비슷한 맥락이다. 단지 착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담은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한다는 점에서, 단순 재활용(Recycling)과 차이가 난다. 패션 디자이너 세이아 루깔라(Seija Lukkala)가 2001년 만든 글로베호프(Globe Hope)는 핀란드의 사회적 기업이다. 이들은 버려진 옷이나 천, 타이어, 병원 수술복, 군복 등으로 가방이나 옷을 만든다. 하지만 이들이 집중한 것은 재활용이란 컨셉트가 아니라 바로 ‘디자인’이다. 핀란드 특유의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운 덕분에, 이 브랜드는 핀란드를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인 동시에, 많은 북유럽 국가에서도 사랑을 받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최근엔 패션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이런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매터앤매터(Matter&Matter)는 인도네시아의 오래된 집, 어선 등의 용도로 사용되다가 버려져 오랜 시간 바닷물에 잠겨있던 나무를 재가공해 빈티지 가구를 만드는 브랜드다. 2011년에 한국에도 나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의 가게를 찾는 고객 중 절반은 해당 브랜드의 스토리를 알고 찾아오지만, 나머지 절반은 그저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찾아왔다가 브랜드의 배경까지 알고 간다고 한다. 제품의 윤리성보다 디자인이나 품질 같은 요소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처럼 착한 소비를 하는 사람도 ‘착함과 윤리성’ 자체가 아니라, 제품이 지닌 본질적 ‘매력’에 초점을 둔다. 소비자에게 ‘착한 소비를 위해 이 제품을 사주세요’라고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이 제품은 굉장히 매력 있는데, 착하기까지 하다’라며 다가가야 하는 것이다. 글로베호프의 최고운영책임자 타루 알토는 “친환경 제품이라 하더라도 디자인이 좋아야 잘 팔린다”고 강조했다. 착한 소비가 아무리 훌륭한 이미지를 지닌다 하더라도 제품의 성패는 역시 시장 논리에 좌우된다는 의미다. 트럭 방수 천, 자동차 안전벨트, 자전거 고무튜브 등 자동차 폐기물로 가방을 만드는 프라이탁(Fritag)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서울에서 가장 핫하다는 이태원에 플래그십스토어를 냈다. 얼핏 보면 디자인 전시관 같은 가게에서 가방을 판매하며 ‘우리 제품이 이렇게 쿨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한편, 착한 소비는 그 자체로 ‘과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해외에서 증가하고 있는 ‘수퍼 베지테리언’이 이에 해당된다. 세계 최고의 부자인 빌 게이츠, 홍콩의 대표 부호인 리카싱, 트위터의 공동 창업자인 비즈 스톤 등은 자신이 채식주의자임을 자랑스럽게 밝힌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채식을 전파하게 된 계기가 개인적 차원의 건강 추구에서라는 것이다. 인류적 차원에서 환경과 윤리성을 추구한 게 아니다. 이들이 실제로 육식을 대체하는 신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채식주의자임을 자처해 자기관리를 잘하는 이미지를 쌓고 그런 덕에 기업과 브랜드가 투자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를 바란다. 다분히 ‘의도적인 착한 소비’라고 할 수 있다.

소바자의 자발적인 착한 소비 행동은 착한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바이콧(bu ycott)’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불매운동인 보이콧(boycott)과 달리 바이콧은 윤리적 제품을 구매해 ‘나는 윤리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라는 사실을 은근히 표현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만든 ‘희움팔찌’를 차고 TV에 등장한 아이돌이 ‘개념돌’이란 칭찬을 듣거나, ‘세월호 팔찌’를 나눠 끼며 간접적으로나마 사회의식을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다. 비록 이러한 행위는 신념의 표현이라는 개인적 바람에서 출발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사회 전반적인 생산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파급력을 보이고 있다.
 착한 소비 자체가 효과적인 홍보수단
이제 기업들도 단순히 소비자에게 제품을 파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를 생각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 가령, 값싸게 대량으로 옷을 판매하는 SPA브랜드들은 자원낭비에 대한 비판에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유니클로는 엔젤리너스와 협업해 특별한 ‘리사이클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더 이상 입지 않는 유니클로 의류를 매장으로 가져오면 유니클로 청바지 밑단을 활용해 제작한 리사이클 컵 홀더와 엔젤리너스 아메리카노 교환권을 증정하는 것이다. 다가오는 미래에선, 사회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체가 더 이상 정부나 제3의 단체가 아닌, 바로 기업이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전미영 -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연구교수 겸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수석연구원. 2010년부터 매년 <트렌드코리아> 를 공저하며 한국의 10대 소비 트렌드를 전망하고 있다. 2013년에는 <트렌드차이나> 로 중국인의 소비 행태를 소개했다. 한국과 중국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고 이를 산업과 연계하는 컨설팅을 다수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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