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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뛰는 조합원 입주권] 층·향·동 좋지만 좀 비싸서…

[가격 뛰는 조합원 입주권] 층·향·동 좋지만 좀 비싸서…

서울 재개발·재건축 단지에 일반분양 물량보다 비싼 조합원 입주권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9월 분양 예정인 성동구 금호15구역 공사 현장. / 사진:중앙포토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할 계획인 사업가 이모(57·서울 성동구 금호동)씨는 요즘 고민에 빠져 있다. 인근 옥수동에서 9월 초 분양 예정인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옥수13구역) 아파트의 일반분양분과 조합원 입주권(동·호수 배정이 끝난 물건)을 놓고 어느 것을 구입할지 저울질 중이다. 최근 입주권 가격이 뛰면서 일반분양분과 차이가 나지 않아 더욱 그렇다. 이씨는 “입주권은 청약 절차를 거치지 않고 층과 향이 좋은 대신 목돈이 한꺼번에 들어가 결정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반기 서울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일반분양이 본격화되면서 이 같은 고민을 하는 주택 수요자가 늘고 있다. 건설 업계와 부동산 정보 업체에 따르면 8월 말부터 연말까지 서울에서 33개 단지 9000여 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재개발·재건축 단지는 대체로 교통·교육 여건이 뛰어나고 주변에 편의시설을 잘 갖춘 도심 신규 주택이어서 수요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최근 분양된 서대문구 e편한세상 신촌, 성동구 신금호 파크자이 등은 모든 주택형에서 1순위 마감 성적을 보였다.
 분양 시장 열기에 조합원 입주권도 달아 올라
재개발·재건축 단지에서는 조합원 몫을 뺀 나머지 물량이 일반 분양된다. 보통 조합원이 먼저 좋은 층이나 향의 아파트를 배정 받기 때문에 조합원 입주권은 이른바 ‘로열층’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장 침체기인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지연되면서 추가분담금(입주 때 추가로 내는 돈)이 불어난 탓에 조합원 입주권은 거래가 뜸했다. 수요가 많지 않아 조합원 분양가 대비 가격 오름폭도 작았고, 대개 일반분양 예정가의 80~90% 정도에 시세가 형성됐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규제 완화 등으로 분양시장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입지가 좋은 사업장의 경우 조합원 분양가 대비 최대 수억원의 웃돈이 붙었다. 일반분양분보다 비교적 싼 값에 로열층을 배정받을 수 있다는 매력에 수요가 대거 몰렸다. 웃돈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 기대감도 한몫했다. 이 때문에 일부 입주권 가격은 일반분양 예정가보다 비싼 수준까지 치솟았다. ‘조합원 입주권이 일반분양분보다 저렴하다’는 통설도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실제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분양 중인 대치 SK뷰(국제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형의 경우 일반분양가는 12억7000만~13억5000만원 정도지만 입주권은 최소 13억2000만원 이상 줘야 한다. 대치동 월드컵공인 한윤수 사장은 “올 들어서만 입주권이 수천만원 올라 일반분양분과 비슷하거나 더 비싸다”며 “가격 부담이 커서 거래가 주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남권의 다른 재건축 단지도 마찬가지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2단지 84㎡형 입주권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은 현재 12억원대 초반이다. 예상 일반분양가인 12억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한강변 아파트인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한신5차) 84㎡형 입주권 시세는 추가분담금 2억원을 포함해 13억원가량으로 예상 일반분양가와 비슷하다. 강북권 재개발 구역 역시 입주권 시세가 일반분양가를 역전하는 사례가 나온다. 성동구 옥수동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 84㎡형 입주권은 7억2000만~7억5000만원 정도로 예상 일반분양가(6억6000만~7억원)보다 다소 비싸다. 옥수동 비전공인 관계자는 “조망권이 뛰어난 로열층을 매입하려면 당초 조합원 분양가보다 2억원 정도는 더 줘야 한다”고 귀띔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청약 자격과 가격 부담 등이 다르기 때문에 투자 때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입주권은 일반분양과 달리 청약통장이나 청약가점과 무관하다. 매입할 때 청약통장을 따로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일반분양 물량에 비해 대체로 층·향·동이 좋다. 최근 입주권 가격이 뛰면서 예전보다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초구 반포동 A공인 관계자는 “일반 분양 물량이 대부분 저층에서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입주권은) 비싼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분양대행회사인 내외주건의 정연식 부사장은 “착공을 앞두고 있거나 공사 중인 사업장이므로 조합원 간 분쟁 등으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만약 예상치 못한 추가분담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클 때는 청약을 노리는 게 유리하다. 실제로 과거 경기도 성남시의 한 재개발 아파트는 일반분양 물량이 대거 미분양되자 추가분담금이 1억원 이상 늘기도 했다. 입주권은 일반분양에 비해 자금 부담도 크다. 한꺼번에 목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대치동 SK뷰 84㎡형 입주권을 사려면 당장 현금 11억원가량이 있어야 한다. 나머지 2억2000만~2억3000만원은 추가분담금으로 입주 때까지 수 차례에 걸쳐 나눠 내면 된다.

이 아파트를 일반분양 받는다면 2년여 간 분양가를 계약금(10%)·중도금(60%)·잔금(30%)으로 나눠 낸다. 분양가가 13억원이라면 당장은 계약금 1억3000만원 정도만 있으면 되는 셈이다. 부동산 투자회사인 유앤알컨설팅의 박상언 대표는 “계약금 정액제나 중도금 무이자 등의 금융 혜택을 받을 경우 자금 부담은 더욱 줄어든다”고 말했다.
 분양이든 입주권 매입이든 무리한 투자는 금물
당분간 조합원 입주권에 관심을 갖는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입주권이 일반분양분보다 비싸지면서 굳이 추가분담금 발생의 부담을 안고 조합원 물량을 매입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서초구 서초2동 우성공인 관계자는 “우선 아파트 청약을 시도하는 방향으로 실수요자와 투자자에게 권하고 있다”며 “청약 경쟁이 치열해 낙첨되면 그 때 조합원 입주권을 사는 게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는 조합원이 되는 게 유리하고 불황일 땐 일반분양이 유리한데, 최근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긴 했지만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 안전한 일반분양을 선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무리한 투자는 금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J&K도시정비 백준 사장은 “입주권이든 일반분양 물량이든 가격이 단기간에 지나치게 오른 감이 없지 않다”며 “일반분양분 당첨 가능성과 자금 사정, 대출 가능액, 추가분담금 납부 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황의영 중앙일보조인스랜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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