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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화폐가 일으킨 기적

모바일 화폐가 일으킨 기적

케냐 일부 지역에선 사람들이 모바일 화폐를 이용하면서 월간 가처분 소득이 5%에서 35%로 늘어났다.
아프리카는 모바일 결제를 포함한 모바일 화폐가 금융 포용(financial inclusion) 면에서 어떻게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금융포용은 소외계층도 정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혁하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는 아직도 케케묵은 법률과 규제를 버리지 않고 독점체제를 고수하는 은행과 정부가 많다.

지난 9월 14일 영국 런던의 핀테크 주간은 이 같은 중대한 주제로 서막을 열었다. 선진국과 신흥국 모바일 화폐·결제·금융의 몇몇 전략적·정책적 발전이 분석됐다. 강연자는 모바일 결제, 텔레콤 전략과 규제 전문가 장 스테판 구레비치였다.

구레비치는 융합, 디지털과 모바일 결제 분야에서 독립 컨설턴트로 활동한다. 케냐의 M창가, 루트 앱(Loot App), 그리고 트레이들(유럽 창업보육센터 ‘스타트업부트캠프 핀테크’ 입소 최종 선정기업) 같은 신생 벤처에 멘토 역할도 한다.

“세계를 돌아보면 은행이 독점하고 은행 위주 모델을 갖고 있는 나라에선 모바일 화폐의 성장이 정체됐다. 모바일 사업자를 포함한 서비스 제공자가 직접 모바일 화폐를 공급할 수 있는 혼합 모델 또는 개방형 모델을 추진해온 나라에선 등록허가 또는 사업면허를 취득하기만 하면 성장율이 눈부실 정도”라고 구레비치가 말했다.
 중국
온라인 상거래 대기업 알리바바를 포함해 많은 신흥 기업이 금융 서비스에 갈수록 깊숙이 진출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처음부터 이 같은 움직임을 장려해 왔다. 지난해에는 이들 기업에 은행업 사업허가를 받도록 독려했다.

그러나 그들이 엄청난 인기를 모으면서 이젠 모바일 결제가 은행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극히 최근 들어 인민은행이 모바일 결제를 엄격히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디지털 화폐 계좌에서 거래할 수 있는 금액을 줄이고, 한도를 두는 등의 규제다. 모두 중국 내 모바일 결제의 성장 속도를 둔화시키려는 목적”이라고 구레비치가 말했다.
 인도
흥미로운 사례가 인도다. 지난해까지 규제 프레임워크가 대단히 엄격했다. 은행만 모바일 화폐 공급이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바일 사업자의 ‘비정형부가 서비스 데이터(USSD)’ 채널까지 은행에 내줬다.

USSD는 이동 전화에서 문자 전송에 사용되는 GSM 통신 기술이다. 2G 네트워크 기반으로 모바일 사업자 소유의 채널이다. 보통 고객의 선불카드 재충전에 사용된다. 그러나 금융 서비스와 모바일 금융 서비스 거래에도 사용될 수 있다.

“인도를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이 이동통신 사업자 채널에 비(非) 이동통신 사업자도 접근할 수 있도록 은행들이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고 구레비치가 알려줬다.

정부는 또한 채널 사용의 엄격한 전제조건을 정해 놓았을 뿐 아니라 이 같은 인프라 이용 수수료에 한도를 설정했다. 그 영향으로 지난해 인도의 전체 모바일 화폐 비율이 0.2%에 불과했다.

인도는 새 정부, 나렌드라 모디 총리, 그리고 신임 중앙은행 총재의 주도 아래 규제 개혁을 단행하고 이른바 결제 은행을 창설했다. 그 제도는 지난 1월 법제화됐다. 인도는 최근 다수의 신설 결제은행을 포함해 보다폰, 바티에어텔 등과 같은 주요 모바일 사업자에게 19개 사업 면허를 내줬다.

구레비치는 “지금은 인도가 큰 발전을 이뤘으며 모바일 화폐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가 모바일 화폐에 역점을 두고 있다. 금융 포용의 확대를 위해 힘쓰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중국에선 알리페이(사진)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기존 은행들을 위협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아프리카의 모바일 화폐는 우리 시대 디지털 기술의 눈부신 성공 스토리로 손꼽힌다. 사람들은 케냐와 그 나라의 상징적인 M페사가 전부라고 여긴다(사파리콤이 개발하고 보다폰이 일부 지분투자를 한 서비스다). 하지만 아프리카 대륙의 다른 곳에서도 다른 사업자들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M페사 한 회사만 거론하면 아프리카 사람들은 고개를 젓는다. 그 밖에도 놀라운 성과를 올린 업체들이 적지 않다. 특히 MTN, 오렌지, 밀리콤스 티고, 에코캐시 등이 대표적이다. 모바일 화폐는 오랜 기간 동안 서아프리카보다는 동아프리카에서 더 많이 성장했다. 동아프리카에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었다. 까다로운 금융규제를 부과하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려는 중앙은행, 혁신적인 모바일 사업자, 높은 모바일 침투율 등”이라고 구레비치가 평했다.

그러나 M페사의 성공 스토리는 눈여겨볼 만하다. 오늘날 케냐 국내총생산(GDP) 중 모바일 화폐의 비중이 60%에 달한다. 케냐 일부 지역에선 사람들이 모바일 화폐를 이용하면서 월간 가처분 소득이 5%에서 35%로 늘었다. 오지일수록 소득증가가 더 두드러졌다. 사람들이 더는 이웃 대도시까지 찾아갈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은행 앞에 줄 서서 하루 종일 기다리지 않고 더 생산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아프리카 동부에서 몇몇 의미 있는 성공을 거뒀다. 탄자니아는 모바일 화폐 분야에서 놀라운 발전의 또 다른 사례다. 그러나 모바일 화폐 면에선 북부 아프리카는 여전히 사막지대다. 이집트를 제외하면 북 아프리카에선 거의 아무런 변화도 없다. 어떤 면에서는 대단히 특이한 일이다. 똑같이 모바일 화폐를 필요로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금융 서비스가 없는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많다. 따라서 분명 어려움이 있다. 한 가지 걸림돌은 필시 정치·규제·제도적 여건과 관계가 깊을 듯하다. 서아프리카에선 상당히 오랫동안 모바일 화폐의 성장률이 극히 낮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특히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에서 놀라운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근래 들어 경쟁이 격화되면서 아프리카 같은 지역의 모바일 금융 서비스가 큰 발전을 이뤘다. 처음에는 개인간(P2P) 자금이체 또는 송금으로 시작됐다. 지금은 저축, 모바일 보험, 모바일 신용 기능까지 갖춘 대단히 복잡한 생태계로 진화했다.

“사파리컴의 M페사가 아프리카상업은행(CBA)과 함께 M슈와리(M-Shwari)라는 뛰어난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개발했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도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커다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대단히 유용할 것”이라고 구레비치가 말했다.

금융기록과 결제이력이 양호한 기존 M페사 고객은 비교적 저리의 단기융자를 이용할 수 있다. 보통 6~7% 선의 금리 조건이다. 상환을 시작할 때 상당 부분이 실제 저축계좌로 들어간다. 제때 정확하게 상환할 경우 저축 효과를 본다.

케냐에선 이 방식이 큰 인기를 모은다. 지난 2년 사이 M슈와리를 선택하고 활용하는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M슈와리 계좌가 1000만 개를 웃돌고 CBA는 하루 5만 건의 융자를 제공한다. 전체 M페사 이용자 중 3분의 1은 M슈와리 고객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 모바일 기술을 통해 집세를 주인에게 직접 지불하고, 전기요금을 납부하고, 은행 업무, 저축, 나아가 보험까지 처리할 수 있다. 단순히 자금이체나 송금뿐 아니라 더 고도화된 금융 서비스 생태계다. 어느 면에서는 선진국들보다 더 앞섰다.

전통적인 공동 자금관리와 자금조달 관행은 수백 년 동안 존재해 왔다. 거기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모바일 플랫폼에서 크라우드펀딩(다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펀딩)과 자금조달이 발달할 수 있게 한다. 케냐의 M창가뿐 아니라 오렌지가 최근에 발표한 서비스가 그 증거다. ‘오렌지 머니’를 통해 크라우드펀딩으로 제품 개발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오렌지 머니는 오렌지가 기반을 구축한 서아프리카 국가, 특히 코트디부아르의 모바일 화폐 플랫폼이다.

밀리콤의 티고 같은 사업자들은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 대단히 혁신적인 사업을 전개해왔다. 예컨대 탄자니아에선 별도 계좌에서 발생한 이자를 고객에게 실제로 재분배하도록 중앙은행으로부터 승인을 받아냈다. 별도 계좌는 규제 차원에서 그들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와 같은 금액의 돈을 비축하기 위한 계좌다. 구레비치는 “200만 달러나 되는 이자를 고객들에게 돌려줬다”고 알려줬다.

이런 나라에선 사람들이 많은 일에서 은행보다 통신사를 더 신뢰한다. 예컨대 아프리카 주민 중 은행계좌 보유자는 20%에 불과한데 사하라 이남 지대에선 모바일 계좌 보유자 비율이 80%에 달한다. 사람들은 통신사가 인프라에 얼마나 투자하는지를 목격했고 요즘엔 그들이 일으키는 혁신이 자신들에게 얼마나 유익한지 실감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의 철칙은 어디에나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만병통치약은 없다는 점이다. 모바일 화폐의 성장과 발전은 현지의 문화·제도·사회 환경과 깊게 연관돼 있다.

기후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구레비치는 말한다. “모바일 화폐의 제공이 가능한지 또는 쉬운지에 기상패턴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파수를 사용하는 도중 장마 또는 특정한 기상패턴이 발생할 때 전파 간섭이 일어나 특정한 통신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 IAN ALLISON IBTIMES 기자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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