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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지키려면 | 증시] 박스권 탈출할 호재가 없다

[내 돈 지키려면 | 증시] 박스권 탈출할 호재가 없다

‘1700~2300포인트’.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2016년 코스피 지수 전망이다. 이 정도면 전망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사실상 시장 컨센서스가 없다고 봐도 좋을 만큼 증권사 간 전망이 크게 엇갈린다. KDB대우증권은 가장 낮은 밴드를 제시했다. 1700~2150선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16년에는 시스템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점차 커질 것”이라며 “중국 경기 둔화 지속과 신흥국 외환위기와 함께 우리나라의 구조조정 리스크도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코스피 지수는 박스권에 머무는 것은 물론이고, 후퇴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의 성장 둔화라는 두 대형 악재의 그늘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추가 금리 인상은 수급, 중국 저성장은 실적 측면에서 악재다. 내수 부진까지 겹친 상태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의미다.
 트리플 악재에 주가 반등 힘들 듯
우리나라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고 주가가 오르려면 수출이 늘어야 한다. 상장기업의 상당수가 수출기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 매출액과 우리나라 수출액은 역사적으로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그런데 수출 전망이 좋지 않다. 무엇보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기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교역량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 일부에선 미국의 경기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한국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때 30%까지 상승했다가, 최근 10%로 떨어졌다. 중국의 절반 밖에 안 된다.

한국 수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국 경제는 내년에도 부진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은택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선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신실크로드와 동남아와 아프리카 대륙을 거쳐 유럽을 잇는 해상 물류망을 만들자는 계획)’ 등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실제로 대규모 정책 집행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라며 “시진핑 주석이 일대일로를 처음 언급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고, 각국 정부 역시 참여 의사만 밝히고, 투자엔 미온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경기 역시 좋지 않은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우리 경제는 사실상 중장기적으로 경제성장률 2%대에 진입했다. 2015년에도 주요 기관들은 관례대로 ‘3%대’를 외쳤지만 경제 성장률은 2%대로 떨어졌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내수 경기가 정체되고, 해외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이를 상쇄해 줄 수 있는 정책 대응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2%대 중반의 저성장 국면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낙관과 비관이 상존하는 게 주식시장이다. 탁월한 대안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사상 초유의 초저금리 여파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주식은 꽤 유효한 투자법이다. 고작 0.1%를 더 받겠다고 금융상품 갈아타기에 동참하느니 주식시장에서 괜찮은 종목 한두 개 찾아보는 게 더 합리적인 투자일 수 있다. 그렇다면 옥석을 가리는 게 중요하다.

일단 3~4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지는 업종별 차별화 현상은 2016년에도 이어질 것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환율 하락에도 글로벌 독과점 체제를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반도체나 중국 소비 관련주인 화장품·호텔·레저, 글로벌 트렌드인 제약·바이오 업종은 2016년에도 전망이 나쁘지 않다. 이와 달리 글로벌 경쟁 격화와 환율 문제가 겹치며 이익률이 크게 떨어진 철강·조선·해운 업종은 반전이 쉽지 않아 보인다.

중소형 우량주는 꾸준히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2015년 11월 중순까지 코스피 지수는 연초 대비 3.2%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코스닥은 한여름 폭락을 딛고 22.9% 상승했다. 이정기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전반적인 거시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2016년 역시 숲보다 나무가, 그중에서도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주목받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핀테크·사물인터넷(IoT)·콘텐트·바이오·환경·에너지 등의 테마는 꾸준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인 종목을 선별하기 전에 시대를 관통하는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삼성증권은 2016년 주식시장의 트렌드로 ‘보이스(VOICE)’를 꼽는다. 거시 측면에선 ‘Volatility(변동성 확대)’, 기업 간 경쟁 구도에선 ‘On-demand(공급보단 수요, 제품보단 고객)’, 소비 트렌드 측면에선 ‘Iconic(차별적 가치와 경험 소비)’, 기술 관점에선 ‘Connectivity(초연결사회의 도래)’, 정책이나 제도 측면에선 ‘Environment(환경 패러다임 변화)’가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와 신흥국의 수요 부진, 중국 감속성장 등 변동성이 증폭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미국 금리 인상의 파장이 국제 달러 자산의 급속한 환류와 자원 수출국 펀더멘털의 연쇄타격으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증시는 또 한 차례 심각한 내홍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6년 경영전략의 성패는 ‘On-demand’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On-demand’는 재화나 서비스를 온라인·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와 시간에 즉각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공급보다 수요가, 제품보다 고객이 중심에 서는 시장 환경으로 바뀐다는 건데, 고객의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게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란 의미다. 연장선에서 글로벌 소비 트렌드는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와 사용자의 경험 가치를 중시하는 ‘Iconic’ 소비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선 어떤 기업이 이런 변화를 잘 따르고 있는지 관측할 필요가 있다.
 핀테크·사물인터넷(IoT)·콘텐트·바이오·환경·에너지업종 주목
사물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사람과 사물, 정보와 디바이스가 네트워크를 통해 무한 통합되는 초연결사회(Connectivity)가 성큼 다가왔다. 이 연결을 통해 이제 사물(Things)은 스스로 정보를 교환하며 보다 의미 있는 추가 정보를 생성하게 된다. 사물인터넷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단, 2016년에는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낼 분야가 어디일지 따져봐야 한다. 김 애널리스트는 “우선 한국이 세계 시장을 석권한 가전 분야에선 스마트홈 비즈니스가 대중적 지위를 획득할 가능성이 있다”며 “차량 전장화를 통한 스마트카의 확산 속도 역시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통신 모듈, 소형 모터, 차량용 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전장부품 밸류체인의 성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은 환경 분야다. 2005년 발효된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신기후변화협약(Post 2020)의 틀이 어느 정도 완성된 만큼 2016년에는 국가적으로 이를 어떻게 산업으로 연결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들이 나올 전망이다. 중국 친환경 산업을 공략하는 기업과 전기자동차의 성장세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 장원석 jang.wonseok@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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