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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령술로 첩보 수집 가능하다”

“심령술로 첩보 수집 가능하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헤이워드 공항 앞 계단에서 한 여성이 서성이며 주변을 살폈다. 경찰이 보이지 않자 그녀는 들고 있던 6㎏짜리 액화질소통의 뚜껑을 열어 무색의 차가운 액체를 작은 알루미늄볼이 2000개나 든 냉장 박스에 부었다. 액화질소가 알루미늄에 닿아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분출하자 두꺼운 하얀 구름이 생겨나 공항 관제탑을 휘감았다. 곧바로 그녀는 세워둔 차를 타고 사라졌다.

지난 2년 동안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에서 유사한 사건이 36차례 발생했다. 사전 경고나 허가 없이 같은 행동을 여러 지역에서 반복한 그녀는 사탄숭배자도 아니고 무능한 테러리스트도 아니었다. 미국 국방부에서 일했던 한 과학자가 초감각적 지각(ESP, 흔히 초능력이라고 한다)의 존재를 입증하려는 실험으로 그녀에게 그런 별난 임무를 맡겼다.
 심령술 첩보작전 ‘스타게이트’
20년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원거리 투시(remote viewing) 평가: 연구와 응용’이라는 평범한 제목의 183쪽짜리 보고서를 내놓았다. 미국 정부가 20년 이상 원거리 투시라는 초능력을 사용해 군사 기밀과 첩보를 수집해왔다고 공개적으로 시인하는 자백서인 셈이었다. 원거리 투시 기법으로 리비아의 숨겨진 테러단 훈련 캠프를 스케치하거나 소련의 신형 잠수함 설계를 알아내거나 외국에서 미국인 인질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약 2000만 달러를 들여 심령술사를 고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보고서는 비밀 심령술 첩보 프로그램 ‘스타게이트’의 존재를 확인하는데 그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 완전히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물론 CIA 연구팀은 ‘스타게이트’가 약간의 효과가 있었다는 점은 확인했다. “정확도가 우연의 일치보다는 높았고, 특이한 통계적 변칙을 넘어서는 뭔가를 발견했다”는 소견이 들어 있었다.

보고서가 발표되자 언론은 신나서 ‘스타게이트’를 조롱했다. 미국 ABC 뉴스 방송의 ‘나이트라인’은 로버트 게이츠 전 CIA 국장과 정부의 초능력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한 과학자 에드윈 메이의 난상토론을 중계했다. 먼저 게이츠 국장이 “이런 활동이 정책 결정에 크게 기여했다거나 정책 입안자에게 중대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메이는 “국방부가 고용한 심령술사들이 이전에 본 적 없는 수천㎞ 떨어진 표적을 실험실에 앉아 정확히 스케치한 증거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그 정도 반론으론 충분치 않았다. 그 직전 올드리치 에임스 요원이 10년 동안 이중간첩로 활동하며 미국의 기밀을 러시아에 제공한 사건이 드러나 기가 죽어 있던 CIA는 심령술 첩보 작전의 공식 폐지를 선언했다.

그때가 1995년 11월이었다. 메이는 직장을 잃었다. 평생의 연구가 물거품이 되면서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당시 55세였던 그는 학계로 돌아가거나 은퇴하지 않고 ESP 연구에 더 몰두했다.

메이는 어린 시절부터 특이한 소년으로 알려졌다. 보스턴에서 태어났지만 제2차 세계대전 후 애리조나주 투손 부근의 목장에 정착했다. “난 애리조나주의 유대계 헝가리인 카우보이로 자랐다.” 그는 러시아어에 푹 빠져 독학으로 키릴 문자를 익혔고 물리학을 좋아해 뉴욕주 로체스터대학에 진학했다.

1962년 대학을 졸업한 뒤 박사과정을 시작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첫 대학원에서 낙제생으로 중퇴했다. 공부는 제쳐 두고 날렵한 간호사들의 꽁무니를 좇고 백파이프를 배우느라 바빴다.”

시절도 좋지 않았다. 베트남전이 치열해지면서 입대해야 할 형편에 놓였다. 가까스로 징집을 면한 그는 피츠버그대학에 들어가 4년만에 핵물리학 박사학위를 땄다.

메이는 캘리포니아대학(데이비스 캠퍼스)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으며 입자가속장치로 실험에 매진하려 했다. 그러나 서서히 실험실 밖의 문화가 그의 삶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난 전문직에 종사하는 히피로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했다.” 그는 대학을 그만두고 베이 에어리어에서 초심리학에 관한 강연을 듣고 마약을 즐겼다. 그 후 기적을 행하는 도사를 찾아 인도로 떠났다. 메이는 “정신이 물질을 지배하는 대발견으로 노벨상을 탈 생각”이었지만 결국 빈손으로 귀국했다고 말했다. “거리의 고행자든 힌두교나 불교 성직자든 내 과학적 틀에 들어맞는 심령술사는 한 명도 찾지 못했다.”

1975년, 그는 멘로파크에 있는 스탠퍼드연구소(SRI)에서 염동력(psychokinesis, 정신으로 물체를 움직이는 것)을 실험하는 일을 맡았다. 그 프로젝트 중 다수는 1급 비밀로 CIA가 재정을 지원했다.

CIA는 1972년 소련의 초심리학 연구에 자극 받아 초능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처음엔 CIA 요원이 박스에 감춘 물체를 심령술사에게 알아 맞추도록 하는 등 시시한 실험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곧 진지해지면서 SRI에 5만 달러를 지원하며 연구를 맡겼다. 심령술사가 실험실에 앉아 원거리 투시력을 사용해 샌프란시스코 주변의 대형 표적을 스케치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 했다.

스탠퍼드대학 박사학위를 가진 레이저 물리학자 해럴드 퍼토프가 그 프로그램의 초대 책임자였다. 그는 “CIA 요원이 심령술사로 가장해 원거리 투시자와 함께 연구에 참여하며 속임수가 있는지 감시했다”고 돌이켰다.

얼마 후 한 심령술사가 미국 대륙의 서부 끝인 캘리포니아주에 앉아서 동부 끝인 웨스트버지니아주의 국가안보국(NSA) 비밀 감청소 내부를 스케치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 내부에 보관하던 파일 폴더의 글자까지 정확히 알아냈다고 퍼토프와 CIA 관리가 돌이켰다. 그러나 퍼토프는 완벽하진 않았다고 평했다. 그곳의 암호명과 시설 외관은 정확했지만 직원의 이름은 틀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 정보계의 관심이 부쩍 커졌다. 그 후 같은 심령술사가 좌표와 지도만 갖고 소련이 비밀 핵무기 시설에 숨겨둔 거대한 건설용 기중기와 새 건물을 정확히 묘사하자(하지만 다른 세부 사항 대부분은 틀렸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초능력 연구에 달려들었다.

몇 년 뒤 한 뉴질랜드 대학의 심리학자 2명이 과학잡지 네이처 기고문에서 CIA 실험의 보고서 원본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그들은 NSA 비밀 감청소와 소련 핵시설 내부 깊이 들여다본 그 심령술사가 수년에 걸쳐 요원들로부터 많은 단서를 제공받았으며 그 능력을 재현하기는 불가능했다고 폭로했다. “단서가 없는 조건에서 원거리 투시에 관한 실험은 그런 결과를 한번도 얻지 못했다.” 퍼토프는 그들의 주장을 일축하며 1985년까지 초능력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또 그는 숟가락을 구부리는 이스라엘 마술사 유리 겔러가 염동력을 가졌다고 선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CIA는 1977년 초능력 연구 지원을 중단했지만 공군과 육군, 국방정보국(DIA)은 그 연구에 계속 자금을 댔다. 매릴랜드주의 포트미드 육군 기지에 ‘스타게이트’의 비밀 본부가 설치됐다.

1995년 의회는 CIA에 원거리 투시 기술을 평가한 뒤 그 프로그램을 다시 떠맡든지 완전히 취소하든지 판단하라고 지시했다. 당시엔 원거리 투시 연구가 DIA의 지휘를 받고 있었다. 의회는 수년 동안 예산을 지원하며 그 프로그램을 보호했다. 찰리 로즈 하원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원거리 투시 기술을 러시아가 갖고 있는데 우리에겐 없다면 우리가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때도 지금도 초능력을 믿는다”
정부가 ESP 연구를 중단한 뒤 메이는 백만장자 후원자를 만나 연구를 계속할 수 있게 됐다(왼쪽). 유리 겔러의 숟가락 구부리기가 염동력이 아니라는 것을 한 경연에서 보여주는 레이 하이먼 교수(오른쪽).
메이를 높이 사는 사람들은 그를 정통 초심리학자로 생각한다. 반면 비판자들은 말도 안 되는 표현이라고 지적한다. 메이는 1985∼95년 미 국방부 초능력 프로그램의 연구를 담당했다.

메이는 원거리 투시를 ‘마술’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발끈했다. “자신이 뭔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회의론자들과는 상대하지 않겠다. 그들의 주장은 헛소리요 과학이 아니다. 하지만 난 과학자다.” 그는 인터넷에서 사이비과학을 팔거나 외계인과 지구종말을 경고하며 돈을 챙기는 ‘스타게이트’ 출신 심령술사들도 혐오한다. “그건 사기다. 주류 과학자들을 설득하려면 그런 사기극을 배격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과학적 증거는 뭘까? 1995년 CIA가 ‘스타게이트’ 재검토를 준비할 때 메이는 10건의 실험 결과를 제시했다. 그는 “원거리 투시 현상을 뒷받침하는 가장 유력한 증거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CIA 검토 위원 중 1명은 그의 말을 믿었다. 그는 “메이가 내린 결론은 믿음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과학적 기준에 기초한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최근 메이는 초능력이 “입증됐다”고 확언하며 증거와 일화를 들려줬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미군의 원거리 투시 프로젝트 담당자 브라이언 버즈비 중령이 1984년 상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지적했다.

기밀 해제로 온라인에 올려진 그 보고서에 따르면 육군 정보보안사령부는 여러 정부기관을 위해 1979년 이래 초능력을 사용한 ‘100건의 정보수집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그중 여러 건은 육군 심령술사를 동원해 1979년 이란에 인질로 잡힌 미국인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보고서에는 ‘임무의 85% 이상이 정확한 표적 정보를 제공했다. 더 중요한 점은 760건의 임무 중 약 50%가 실제 사용 가능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적혀 있다.

메이는 그 보고서를 보면 게이츠 전 CIA 국장이 ABC 뉴스의 ‘나이트라인’에서 원거리 투시가 미국 정보활동에 “중요한 기여를 못했다”고 한 것은 CIA를 보호하려는 의도였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가 거짓말했다. 더는 말할 필요도 없다.”

현재 컨설팅업체 임원인 게이츠 전 국장은 논평을 거부했다. 그러나 육군의 1984년 보고서를 작성한 버즈비 중령(현재 앨라배마주에서 은퇴 생활을 하며 이번에 처음 언론과 이야기했다)은 원거리 투시에 관한 자신의 보고서가 옳다고 주장했다. “당시에도 믿었고 지금도 믿는다. 실제로 원거리 투시 현상을 목격했다.” 그는 원거리 투시 프로그램이 군이나 민간인 분석가의 검토를 위한 추가 정보를 생산하는 저비용 도구였다고 주장했다. “CIA가 프로그램을 폐지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실망이 컸다.”

메이는 원거리 투시 프로그램의 추가적인 증거로 ‘요원 001’을 들었다. 국방부에서 일한 첫 심령술사 조셉 맥모니글 준위를 가리키는 암호명이다. 1978년 그 일을 시작한 맥모니글 준위는 어린 시절 텔레파시로 쌍둥이 여동생과 생각을 주고 받았으며 베트남전에서 치명적인 공격을 모면하면서 초능력을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메이는 맥모니글 준위가 5개의 대안이 제시될 경우 표적을 알아 맞추는 정확도가 50%에 약간 못 미치며, 대안이 없을 경우 최고 정확도는 20% 정도라고 밝혔다.

메이는 한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들었다. 1979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소련 북극권 부근의 미확인 산업건물 내부를 ‘투시’해달라고 요청했다. 맥모니글 준위는 “상상으로 그 건물 속으로 흘러 들어갔는데 거기서 쌍둥이 선체를 가진 거대한 잠수함이 보였다”고 돌이켰다. 그는 그 잠수함을 자세히 스케치해 NSC에 제공했다. 맥모니글은 2002년 펴낸 회고록에서 나중에 미국 정찰 위성의 사진으로 쌍둥이 선체의 거대한 타이푼 잠수함을 건조하는 소련 비밀 조선소 세베로드빈스크의 존재가 확인됐다고 적었다. 그 잠수함은 미국 국가안보에 새로운 위협이었다.

맥모니글은 1984년 퇴역하면서 공로훈장을 받았다. 공적서에는 ‘정보계에 혁신을 일으키는 특이한 첩보 프로젝트에서 헌신했다’고 적혀 있었다. ‘합참본부·DIA·NSA·CIA·경호국에 다른 곳에선 얻을 수 없는 중대한 첩보를 제공했다.’

미국 정부가 초능력 프로그램을 폐지한 지 수년 후 메이와 맥모니글은 그 프로그램을 부활시키려 했다. 그들은 미국 정부기관의 우호적인 인사들에게 접근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를 철저히 외면했다”고 메이는 말했다. 그러다가 자금이 바닥났을 때 백만장자를 만났다.

거대 제약사의 3세대 소유주인 루이스 포르텔라였다. 그의 조부는 1924년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자신이 일하던 약국 위에 작은 실험실을 차렸다. 그 사업이 성장해 현재 포르투갈 최대 제약사 비알이 됐다. 비알의 제품은 4대륙 50개국 이상에서 팔린다.

포르텔라는 어려서부터 초자연적 현상에 매료됐다. 그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나는 인류와 종교가 미스터리나 기적 같은 현상을 아주 쉽게 받아들이는 반면 과학자들은 그런 현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유를 이해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그 결과 1994년 초능력과 “육체적·정신적 측면 모두에서 존재하는 인간”을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비알 재단이 설립됐다.

보수적인 제약사로선 아주 급진적인 개념이다. 예를 들어 존슨 앤드 존슨이 ‘수정 요법(수정으로 병을 치료하는 것)’에 자금을 댄다고 생각해 보라. 비알 재단은 25개국에서 500개 이상의 프로젝트에 연구비를 지원한다. 거기엔 초능력만이 아니라 유령 목격과 UFO에 대한 믿음을 연구하는 것도 포함된다. 메이는 ESP 관련 프로젝트 연구비로 지금까지 약 40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포르텔라는 메이가 “인류의 이해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믿는다.

메이는 자신의 최신 연구가 “이 분야 역사에서 최상의 실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거리 지역에서 일어나는 열역학적 엔트로피의 변화가 변칙적 인지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지 여부를 시험하는 것이 목표다.” 쉽게 말해 로켓 발사나 냉장 장치 속의 액화질소 분출 같은 열에너지의 갑작스런 방출이 수천㎞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인지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메이는 “그런 게 전부 첩보작전의 수단이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지하 핵시설, 입자가속기, 전자기파 장치 등에서 열역학적 엔트로피의 큰 변화가 나타날 때 원거리 투시의 효과가 훨씬 크다는 점을 발견했다.”

ESP 향상 실험을 위해 메이는 옛 팀을 끌어모았다. 맥모니글과 ‘스타게이트’ 연구자 출신으로 심리요법사인 네빈 란츠, ‘스타게이트’ 심령술사이자 DIA 정보 분석가였던 앤절라 델라피오라 포드가 그들이다. 포드는 스스로 “영적 인도자와 연결해주고 사망한 가족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영매”라고 말했다.

포드는 ‘스타게이트’ 원거리 투시 실험에서 ‘영적 안내자’ 3명의 도움을 받았는데 뚱보 천사와 소년 같은 천사, 그리고 자신을 통해 말하는 17세기 영국 교수가 그들이라고 주장해 군인 동료들의 조롱을 받았다. 또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2010년 자택 밖에서 UFO를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비행접시를 탄 외계인들이 모선을 호출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동하지 않고 한곳에서 맴돌다가 금세 사라졌다.”
 사이비과학 폭로자의 등장
한 심령술사는 소련의 비밀 조선소 세베로드빈스키에서 건조 중인 타이푼급 잠수함을 원격 투시로 그려냈다(왼쪽).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있는 스탠퍼드연구소(SRI). 메이는 이곳에서 ESP 프로그램을 담당했다(위).
그런 비정통적 방식과 믿음에도 팬이 있다. 상원의원과 국방장관을 지낸 윌리엄 코언도 포드의 팬이다. 그는 국방부가 흥미를 잃었을 때도 ‘스타게이트’에 예산을 지원한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활동하던 시절 포드를 알게 됐다.

코언 전 장관은 이메일 인터뷰에서 “난 스타게이트 프로그램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우리 주변에 의식의 다른 차원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포드가 그중 한 명이다. 그녀가 과거와 미래를 들여다보거나 잃어버린 정보를 복구할 수 있는 심령력을 가졌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인상적인 원거리 투시 실험이 여러 건 있었다.”

옛 팀을 불러모은 메이는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인지과학실험실을 차리고 ‘ESP 2.0’ 실험에 들어갔다. 첫 단계로 규약을 만들고 실험 장소로 베이 에어리어의 22곳을 골랐다. 그 다음 랩톱 컴퓨터로 표적 장소 하나를 임의로 선정했다. 메이와 심령술사들은 그곳이 어딘지 몰랐다. 컴퓨터가 메이의 조수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어디로 가서 액화질소 가스를 분출시킬지 지시했다. 그 정보 역시 메이와 심령술사들에게는 전달되지 않았다.

메이는 조용한 방에 심령술사를 한 명씩 불러 눈가리개를 씌운 뒤 “반 시간 정도 지난 후 눈가리개를 벗을 때 처음 보이는 것을 묘사하라”고 주문했다. 긴장을 풀고 가수상태에 들어간 뒤 그들은 베이 에어리어 표적 장소에서 무엇을 봤는지 정확히 묘사했다. 메이는 그 묘사를 컴퓨터에 입력한 뒤 컴퓨터로 정확도를 판정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실험실에서 수천㎞ 떨어진 곳도 실험에 포함시켰다.

그들은 72건의 실험을 완료했다. 그중 메이의 조수가 액화질소 가스를 분출시킨 실험이 36건이었다. 메이는 비알 재단에 제출한 최종 보고서에서 승리를 선언했다. “실험 가설을 뒷받침하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메이는 갑작스런 에너지 분출이 어둠 속에서 신호로 작용해 심령술사들이 먼 거리의 장소를 투시하고 심지어 미래도 볼 수 있다고 믿는다. “아주 중요한 발견이다. 입증된다면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오리건대학 심리학 명예교수 레이 하이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초자연적 현상에 관한 미국의 주요 회의론자로 과학적 회의주의위원회의 창설 회원이다. 논란 많고 특이한 주장의 진실 여부를 과학과 이성에 기초해 탐구하는 단체다.

하이먼 교수와 동료들은 초심리학이나 초자연적 현상을 인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벽을 뚫고 지나가거나 투명인간이 되거나 노려봄으로써 동물의 심장을 정지시키는 등의 능력을 가리킨다.

하이먼 교수와 메이는 1970년대 SRI에서 처음 만났다. 처음엔 하이먼 교수도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했다. 국방부의 첨단연구프로젝트국은 그를 SRI에 보내 마술사 유리 겔러를 관찰하는 임무를 맡겼다(그는 겔러를 “매력적인 사기꾼”으로 불렀다). 그는 메이의 과학적인 엄정함과 윤리를 높이 샀다. 그들은 초기 SRI 연구가 “쓰레기”라는 데 동의했다. 심령술사에게 많은 단서를 제공함으로써 결과가 모호해졌다고 하이먼 교수는 말했다.

그러나 그는 메이가 초능력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부터 그 역시 규약적 측면에서 문제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심령술사들이 표적을 정확히 묘사했는지 판단하는 유일한 중재자가 됐다는 얘기였다. 그는 “유일한 판정관이 메이였다”며 “그건 금기”라고 말했다.

따라서 1995년 CIA가 하이먼 교수에게 ‘스타게이트’ 평가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결과는 뻔했다. 초능력 지지자도 참여했지만 하이먼 교수의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했다. CIA의 최종 보고서는 메이가 사실상 모든 초능력 실험에서 판정관이자 배심원 역할을 했다고 비난했다. “모든 실험에 같은 판정관을 활용함으로써 객관성을 잃었다.”

하이먼 교수는 메이를 두고 “유능한 친구”라는 점은 인정했다. 그는 메이 같은 선의의 연구자가 손금 보는 점쟁이, 사기꾼 심령술사, ‘스타게이트’ 출신으로 주식시장을 예측하고 사라진 섬 아틀란티스를 발견하고 케네디 암살의 진실을 폭로한다며 거액을 챙기는 사람이 가득한 분야에서 고군분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아무리 진지하고 정교한 노력을 들여도 초능력의 존재를 입증하려는 시도는 전부 실패했다고 믿는다. “겉치레로 통계를 동원하고 샘플을 제어하고 이중맹검법을 사용해도 그건 과학이 아니다.”
 실패로 끝난 원격 투시 시범
몇 달 전 메이는 버지니아주 샬럿빌에 있는 맥모니글의 집에서 원거리 투시 시범을 보였다. 그는 맥모니글에게 “약 2분 뒤 보여줄 사진을 상상한 뒤 묘사하라”고 주문했다.

맥모니글은 30초 후에 종이에 스케치를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며 “이 사각형은 건물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건물들은 여기에 흩어져 있다. 따라서 산허리에 박혀 있는 셈이다. 도로 상태는 좋지 않다. 오솔길에 가깝다.”

메이가 주문을 추가했다. “300m 상공에 떠서 360도를 돌며 지형을 설명하라.”

잠시 후 맥모니글은 이렇게 설명했다. “넓은 물줄기가 보인다. 섬인 것 같다. 강이 산에서 흐르니 여기 산이 있다. 다리도 두 개 있다. 작은 마을이다.”

메이는 랩톱 컴퓨터에서 사진 2장을 임의로 선정해 표적 A와 B로 이름 붙였다. 그 다음 동전을 던져 윗면이 나오자 표적 A 사진을 골랐다. 거대한 폭포의 근접 사진이었다. 건물이나 오솔길, 섬이나 산, 다리나 마을은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웃었다.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맥모니글은 “난 지금까지 살면서 폭포에 가까이 간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메이는 다른 이론을 제시했다. “통계에서 비정상성으로 불리는 개념이 있다. 어떤 현상이 예측 불가능하게 나타났다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그는 의도와 집중, 기대가 원거리 투시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 실험에서 우린 세 가지 전부를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곤 잠시 멈췄다가 최종 설명을 내놨다. “단지 시범이었을 뿐!”

- JIM POPKIN NEWSWEEK 기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헤이워드 /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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