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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시동 거는 여의도 재건축] 재건축 기대감 고조 “우리도 있다”

[재시동 거는 여의도 재건축] 재건축 기대감 고조 “우리도 있다”

재건축 사업을 재추진 중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아파트촌. 여의도 랜드마크인 63빌딩 주변에 들어서 있다.
1970년대 중후반 고급 아파트촌이 들어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신흥 부유층의 주거지로 급부상했던 이곳은 1980~90년대 들어 강남구 압구정·대치동 등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에 밀리면서 차츰 옛 명성을 잃어갔다. 90년대 후반부터 재건축 바람이 불었지만 대부분의 단지가 10년 이상 제자리걸음이다. 기존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연면적)이 200~250%로 높은 편이라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주민들 입장에선 재건축을 해봐야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거의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여기다 재건축에 따른 기부채납(부지 일부를 도로 등 공공시설로 조성하는 것) 문제도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여의도 자이 재건축 후 8년 만
이런 이유로 주거·교통 여건이 좋고 한강변에 자리잡고 있는데도 그동안 주택시장에서 별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랬던 여의도가 본격적인 아파트 재건축 사업 재개와 함께 부활의 시동을 걸었다. 2008년 최고 39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인 ‘여의도 자이’가 재건축된 이후 8년 만이다. 여의도에 들어선 아파트는 모두 16개 단지로 7787가구에 이른다. 모두 지어진 지 30년이 훌쩍 넘어 재건축 연한을 충족한다. 이 중 재건축 추진 위원회가 설립된 단지는 시범·목화·광장·미성·수정아파트 등 5 곳이다.

재건축 사업에 불을 당긴 건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인근에 있는 서울아파트다. 최근 건축법에 따른 주상복합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여의공영과 GS건설 등 두 곳을 정했다. 오는 7월 입찰을 거쳐 최종 사업자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 단지는 아직 추진위원회도 설립되지 않았지만, 일반 주거지역이 아닌 상업지역에 들어서 있어 지구단위 계획과 상관없이 개별 건축이 가능하다. 상업지역은 용적률이 200%대인 주거지역에 비해 면적을 세 배 가까이 늘릴 수 있다. 인근 공작·수정·초원아파트도 여기 해당된다. 서울아파트는 300가구 미만이어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의한 재건축이 아닌 건축법이 적용된 지주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방식은 신탁사와 주민들이 공동 시행사로 재건축 사업을 벌이는 형태로 조합이 아니라 ‘사업단’이 꾸려진다. 용적률을 일반 재건축과 달리 최대 750%까지 끌어올릴 수 있고 층수 제한도 덜 받아 사업성이 올라간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도정법에 따른 추진위 구성, 조합 설립 같은 재건축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돼 추진절차가 간소화된다”고 설명했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서울아파트는 기존 12층 192가구에서 최고 51층 이상 299가구 규모의 주상복합단지로 탈바꿈된다.

오랜 기간 지지부진했던 여의도 시범·수정·광장·한양아파트도 재건축 사업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시범 아파트가 추진위 재구성을 준비 중이고 수정·한양아파트도 추진위원장을 새로 뽑았다. 다만 목화아파트는 재건축에서 리모델링 쪽으로 사업 방향이 기우는 모습이다. 기존 용적률이 200%가 넘어 재건축으론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서울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자 ‘좀 더 기다렸다가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여의도에 재건축 추진 동력이 다시 생긴 것은 2014년 말부터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을 잇따라 내놓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진 전체 가구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재건축 조합을 꾸릴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2분의 1 이상으로 바뀐다. 예컨대 전체 300가구 중 최소 200가구가 동의해야 조합을 만들 수 있는데, 이제 150가구만 찬성해도 된다는 얘기다. 상가 등 일부 조합원의 반대로 사업이 지연되는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또 기반시설이 풍부한 곳의 경우 기부채납을 땅 대신 현금으로 낼 수 있게 됐다. 조합이 기부채납하지 않는 땅에 주택을 지으면 사업성이 높아진다. 여기다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에 따르면 일반 주거지역 한강변 아파트는 최고 35층으로 층수가 제한됐지만 여의도는 용산·잠실과 함께 주상복합(복합건물)에 한해 51층 이상으로 지을 수 있다.

재건축 기대감 속에 아파트값도 상승세다. 서울아파트 전용 면적 139㎡형은 지난해 말 16억3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19억원 안팎에 매물이 나온다. 5개월 만에 호가(부르는 값)가 2억원 이상 뛴 것이다. 공작아파트 전용 126㎡형은 지난해 말보다 5000만원가량 상승했다. 5월 초 10억7000만원에 팔렸고 현재 호가는 11억원 선이다. 다른 인근 단지도 아파트값이 올 들어 2000만원 전후 올랐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여의도동 H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재건축 시장 분위기가 괜찮은데다, 서울아파트 재건축까지 박차를 가하면서 여의도 일대에 기대심리가 커졌다”며 “집주인이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여 물건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의도 일대 재건축 사업이 완료되면 강남권 못지않은 인기 주거지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낙관하긴 이르다는 의견이 많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입지·교통 여건이 좋기 때문에 금융회사 임원과 연예인 등 수요가 몰릴 것”이라면서도 “아직 재건축 이후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아파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단지가 재건축 속도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업성이 높지 않아서다. 재건축은 기존 용적률과 재건축 후 용적률의 차이가 클수록 사업성이 높다. 사업 후 용적률이 높아져 늘어나는 연면적 가운데 주민 몫을 제외한 나머지 가구를 일반분양해 수입을 벌어들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현재로선 기존 용적률 200%대인 여의도 일반 주거지역 내 아파트가 용적률을 높게 받아 가구수를 많이 늘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사업 진행방식·속도 제각각
주민들의 재건축 의지도 변수다. 여의도동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 추진위조차 구성되지 않은 곳이 많다 보니 사업 자체에 회의적인 주민이 꽤 있다”며 “사업이 오래 걸리고 기대 수익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박합수 위원은 “단지마다 상업·주거지역이 섞여 있어 사업 진행방식이나 속도가 제각각인 것도 한계점”이라며 “사업기간이 최소 7~8년 이상 걸릴 수 있기 때문에 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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