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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반퇴의 정석(4)] 노후 월급은 현역 시절에 만들어라

[김동호의 반퇴의 정석(4)] 노후 월급은 현역 시절에 만들어라

인구 고령화가 시작되기 전에는 노후가 두렵지 않았다. 현역 시절 성실하게 살았다면 노후에 퇴직금을 받아 생활자금으로 활용하는 데 별문제가 없었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국내에서도 사상 초유의 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다. 저금리는 돈의 오랜 상식을 뒤집고 있다. 돈에는 이자가 붙는다는 상식 말이다.

지금도 이자가 없어진 건 아니다. 하지만 쥐꼬리만큼 밖에 되질 않는다. 세계적으로 고금리 시대였던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1억원을 맡기면 연간 이자가 1000만원에 달했다. 금리가 10%를 넘나들었기 때문이다. 이자가 불어나는 재미가 쏠쏠해서라도 은행에 적금을 드는 사람이 많았다. 노후는 여유를 의미했고 노후 빈곤이라는 단어도 없었다. 노후에는 퇴직금을 받아 은행에 넣어두고 이자를 받아 여유롭게 생활하는 풍족의 시기였다. 이런 배경에서 ‘이자생활자’가 나올 수 있었고, 노후는 여유와 풍요를 의미했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 시대
조금 적극적인 투자성향을 가졌다면 주식 투자에도 나섰다. 코스피 지수가 1000을 넘지 못하던 시절이라 증시는 잠재적인 성장주로 가득차 있었다. 며칠 만에 수십%의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증시의 변동성을 이용해 작전이 횡행했던 것도 뒤집어 얘기하면 증시에서 투자 기회가 많았다는 의미다. 지금처럼 성장성이 약화된 증시에선 작전세력도 일을 벌이기 어려워졌다.

이런 고성장·고금리 시대에 연금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은행에만 넣어둬도 이자가 주렁주렁 달리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증시에 투자하면 수익률이 쑥쑥 늘어나는데 나중에 쓸려고 돈을 묶어두는 것은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래 살지 않았으니 20~30년 후에 쓸 돈은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이제는 90세 정도는 너끈히 사는 시대가 됐다. 2014년 기대수명은 82.4세에 달한다. 1970년 61.9세보다 20년 이상 수명이 길어졌다. 평균이 이 정도라면 90세는 수두룩해진다.

환갑 이후 30년을 버티려면 돈 관리하는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퇴직금은 초저금리 때문에 맥을 추지 못한다. 퇴직금 3억 원을 받아도 매달 300만원씩 쓰면 9년을 넘기지 못한다. 2014년 7월 미래에셋 은퇴연구소가 발간한 은퇴리포트에 따르면, 60대와 50대 부부의 적정 은퇴생활비는 각각 약 260만 원과 300만원으로 조사됐다. 1년에 한 번 해외 여행이라도 가려면 300만원도 부족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나긴 노후에 걸어다닐 수 있는 체력이 되는 75세 이전에는 해외 여행 같은 여유도 있어야 노후가 풍족해진다.

이같이 고령화·저금리 시대에는 목돈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서 노후생활 자금의 연금화가 필요하다. 목돈이 있어도 곶감 빼먹듯 하면 오래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금을 노후의 월급처럼 받으라는 얘기다. 어떻게 하면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연금의 출발은 조기 저축에서 시작된다. 종잣돈을 모아야 한다는 건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같은 금액의 노후자금이라도 오랫동안 나눠 쓰는 기술이 필요하다. 마치 다람쥐가 가을에 도토리를 저장해 겨울을 버틸 식량을 마련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비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노후에도 노쇠한 몸을 이끌고 계속 일을 찾아다녀야 할지 모른다.

연금은 현업에 있을 때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 둬야 한다. 당장 생활비가 빠듯한데 언제 연금까지 신경쓸까 싶지만 하기 나름이다. 다행히 회사원과 자영업자는 국민연금이 있다. 공무원·교직원·군인이 받는 특수직역연금보다는 수령액이 적지만 노후 연금 자산의 중요한 주춧돌이 된다. 그런데 국민연금만으로는 풍족한 노후를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국민연금 수급자의 월 평균 수령액은 최저생계비의 절반 수준인 34만6000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20년을 부었다면 80만6000원으로 늘어난다.

이 정도로는 풍요로운 노후를 기약하기 어렵다. 현역 시절 일만 하느라 고생했다면 노후에는 여행을 다니고 취미생활도 하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연금은 많을수록 좋다. 국민연금은 소득에 비례해 납입하므로 수령액도 기존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 결국 조금이라도 젊어서 개인연금을 따로 쌓아나가는 수밖에 없다. 연금은 스노우볼 효과를 대표적으로 실감할 수 있는 저축수단이다. 겨울에 눈사람을 만들 때 처음에는 좀처럼 뭉쳐지지 않는다. 하지만 허리가 아프다 싶을 때쯤 되면 상당히 커지고, 서서히 형체가 커지면서 말 그대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처음에 출발이 어려워서 그렇지 한 번 굴러가기 시작하면 좁쌀이 눈덩이만큼 커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연금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젊어서 빨리 연금 쌓기를 시작하라는 점이다. 처음에는 단 돈 10만원이라도 연금저축 통장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투자 수단은 크게 세 가지다. 은행에 넣으면 알아서 투자해주는 연금신탁, 주로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연금펀드, 보장 기능을 갖춘 연금보험이다. 좋은 투자 수단을 고르려면 기존 투자성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투자성과가 확인된 금융회사에 계좌를 트고 매달 적립식으로 연금을 불입하자.

더구나 연금저축은 연말정산에서 최대 700만원 한도의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는 15% 세액공제를 받고, 5500만원 이상은 12% 세액공제 혜택이 제공된다. 여기에 주민세 10%를 가산하면 실질 세액공제는 각각 16.5%와 13.2%로 늘어난다. 700만원 가운데 400만원은 기존 연금저축이고, 나머지 300만원은 개인연금저축계좌(IRP)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퇴직금을 운영하는 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이 재직 중 퇴직금과 별로도 추가 불입하고 퇴직 후에는 퇴직금을 옮겨놓고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계좌다.

 연금저축은 55세부터 수령 가능
해마다 최대 115만5000원(700만원×16.5%)에 달하는 세액공제를 정년 때까지 받는다면 절세를 통한 소득 확대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부분은 연금저축을 할 때 연말정산 한도에 맞추지 말고 여유가 있으면 연금저축 한도까지 최대한 채우라는 점이다. 연금저축은 연간 1800만원까지 불입할 수 있다. 세액공제를 받는 700만원을 넘어서는 1100만원은 13.2~16.5%(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의 기타소득세를 물고 중도에 찾을 수 있다.

연금저축은 55세부터 수령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퇴직 후 소득은 물론 국민연금도 나오지 않는 은퇴 크레바스를 건널 수 있는 핵심 수단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은 1953년생부터 1년씩 늦어져 69년생부터는 65세가 되어야 수령할 수 있다. 주택연금까지 고려해 주택을 마련하는 것도 노후자산의 연금화를 위해 필요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중앙일보 논설위원 겸 경제연구소장이다(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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