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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해외 건설] 트럼프 리스크에 내년에도 ‘글쎄’

[위기의 해외 건설] 트럼프 리스크에 내년에도 ‘글쎄’

올 수주액 작년의 반 토막 수준... 트럼프 1조 달러 투자도 ‘그림의 떡’
▎사진:중앙포토

▎사진:중앙포토

국내 건설사의 해외 건설 사업이 기로에 섰다. 한 때 국내 대형 건설사 매출의 60%를 차지하며 효자로 꼽혔지만 글로벌 경제위기와 장기 저유가 여파에 실적이 급감했다. 여기에 트럼프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가뜩이나 올해 해외 건설은 ‘수주절벽’ 상황이다. 수주액은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12월 1일까지 국내 건설사가 수주한 해외 건설 수주액은 234억 달러다. 지난해 동기(410억 달러)의 57% 수준이다. 수주 건수는 50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27건에 비해 19% 줄었다.
 올해 해외 건설 수주액 10년 이래 최저

업계에서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최대 350억 달러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NH금융연구소는 올해 해외 수주액이 전년 대비 29.4% 감소한 326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해외 건설 수주액은 2006년 160억 달러 이후 최저 수준이 된다. 710억 달러로 최고 수주액을 기록한 2010년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해외 수주 침체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저유가 상황이 맞물린 결과다. 여전히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 의존도는 높은 상황. 전체 수주액 중 39.4%가 중동 물량이다. 하지만 저유가로 자금이 줄어든 중동에서 발주물량을 줄이면서 올 들어 현재까지 중동지역 수주액은 9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47억 달러)의 62%로 줄었다. 국내 주택시장이 회복하자 건설사들이 해외 건설 입찰에 보수적으로 입찰에 참여한 것도 원인이다.

내년 반등이 예상된 해외 건설의 당초 전망은 나쁘지 않았다. NH금융연구소 올해 건설수주는 지난해에 비해 30% 감소한 326억 달러에 그치겠지만 내년에는 39.6% 증가해 455억 달러 수준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승민 NH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국제유가가 올해부터 꾸준히 배럴당 50달러선을 지켜주고 있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등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예상돼 해외 발주처들이 내년을 발주를 낼 수 있는 적정 시점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워낙 안 좋았던 기저효과도 있어 수주액이 소폭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동 발주처도 단순 원유 외 석유화학 가공산업으로 전환하면서 관련 플랜트 발주 증가 가능성도 있다. 내년 국내 주택시장 꺾이면서 기업들이 탈출구를 찾기 위해 해외 진출에 다시 속도를 낼 수도 있다. 해외 건설이 전체 서비스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려는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설 거란 예상도 나온다.

그러나 국내 정치의 혼란에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으로 내년 부동산 시장과 해외 건설 시장은 불확실성이 커졌다. 트럼프의 에너지 증산 공약으로 유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 대중동 강경 정책과 보호무역으로 중동과 아시아의 경제 여건이 어려워질 경우 이 지역 발주가 감소할 거라는 우려도 있다. 트럼프가 발표한 10년 간 1조 달러를 인프라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호재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내 업체가 이 사업을 수주해 반등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해외에서 교량 건설 기술력을 인정받은 국내 업체들이 사업에 참여해 30년 이상 운영권을 받아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국내 업체가 미국 시장으로의 직접 진출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현지에서 가장 중요하게 따지는 자국 내 트랙레코드(과거 실적)가 부족하다. 지난 50년 간 국내 건설사가 미국에서 수주한 건설사업은 318건. 수주액은 87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국내 기업이 계열사에 맡긴 현지공장 건설사업이 대부분이다. 미국 사업자가 본토에서 발주한 사업을 국내 업체가 단독 수주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해외 업체 M&A로 돌파구 찾아야
부족한 기술력도 걸림돌이다. 해외 현장에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는 하지만 속내를 뜯어 보면 다르다. 사업이 단순 시공에 치우쳐 있어서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엔지니어링 역량은 부족하다. 엔지니어링은 건설 프로젝트 중 기획·조사·설계·감리·유지·보수 등 시공을 제외한 사업 영역을 말한다. 더구나 최근 미국 발주자들은 관리의 편의를 위해 엔지니어링·시공을 통합발주 하는 추세다. 사업을 따내려면 시공뿐 아니라 프로젝트 전반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중동과는 달리 가격 경쟁력만 가지고는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못한다. 현실적인 제약도 많다. 미국은 시공규정이 까다롭다. 도량형도 다르다. 노동 규정도 촘촘하고, 기능인력에 대한 대우가 좋아 인건비도 비싸다. 이를 극복하려면 오랜 기간 현지 네트워크를 만들고 경험을 쌓아야 했다. 하지만 국내 업체의 준비는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보다 내년 해외 건설의 동향을 주목하는 이유는 국내 건설경기가 받쳐주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대규모 적자 이후 다행히 국내 주택사업의 호황으로 건설사들이 안방에서 겨우 버텨왔지만 이제는 이를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건설시장은 민간 부동산 시장, 공공 SOC의 하향세가 불가피해 건설 전반에 걸쳐 수주 감소가 예상된다”며 “건설사에게 2017년은 ‘준비’와 ‘점검’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기감을 느낀 건설사도 대응이 한창이다. 계약 규모가 큰 시공에서 벗어나 수익성 좋은 개발로 사업구조를 전환한다는 전략이다. 동남아·남미·아프리카 등 중동 외 지역으로 시장을 다변화 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희대 건설산업 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체적인 연구·개발(R&D)과 인력 확보만으로는 전략선회를 위한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효과가 떨어진다”며 “현지 업체를 인수·합병(M&A)하거나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신시장을 개척하고 고부가가치 사업영역에 진출하는 데 필요한 트랙레코드와 기술력을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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