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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 CHECK | 황정일 기자의 ‘돈 된다는 부동산 광고’ 다시 보기(2) 철거민용 장기전세주택] 개발될 것이란 소문만 믿고 투자하는 격

[FACT CHECK | 황정일 기자의 ‘돈 된다는 부동산 광고’ 다시 보기(2) 철거민용 장기전세주택] 개발될 것이란 소문만 믿고 투자하는 격

시프트 입주 관련 광고 넘쳐 … 철거 예정 지역 실제로 개발구역 될지 알 수 없어



신문이나 잡지·인터넷 등에는 ‘돈이 될 것 같은’ 부동산 관련 광고가 넘쳐난다. 어떤 광고는 실제로 재테크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이 있다면 광고도 유심히 봐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포장만 그럴 듯한 광고가 상당수다. 과대·과장·거짓은 아니더라도 그 뒤엔 무시무시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예도 많다. 이런 광고를 액면 그대로 믿었다간 시쳇말로 ‘폭망(심하게 망했다는 의미의 인터넷 용어)’할 수도 있다. 돈 된다는 부동산 광고, 그 이면을 들여다본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서울 성동구 왕십리에 지어 공급한 주상복합형 장기전세주택(큰 사진). 철거 예정 주택을 사면 이 같은 장기전세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는 유인물 등이 유포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작은 사진).
‘자격 제한 없는 장기전세주택 입주’. 서울에서 전세나 월세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혹할 만한 문구다. 장기전세주택은 무주택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주변 임대료의 80% 선에서 최장 20년간 살 수 있는 주택이다. 서울시는 이 장기전세 주택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를 통해 2007년부터 시프트(SHift)라는 이름으로 공급하고 있다.

시프트는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영구임대주택과 달리 일반 분양 아파트에 섞여 있어 공공·영구임대주택에 비해 주택 품질이 좋고 거부감도 없다. 쉽게 말해 서울시가 일반 아파트를 매입해 무주택자에게 시세보다 싸게 전세를 놓는 형태다.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싼 데다 주변 임대료가 아무리 많이 올라도 보증금 인상 폭이 2년간 5% 이내로 제한된다. 또 한 번 입주하면 20년간 살 수 있으니 자녀가 있다고 해도 이사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분양만 하면 수천 명씩 몰린다. 입주 경쟁률은 평균 10대 1을 넘기기 일쑤다. 무려 2000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한 적도 있다.
 철거 예정 지역 주택 사라고 유도
그런데 시프트는 장점이 많은 만큼 입주자격이 까다롭다. 당연히 세대원 모두가 무주택이어야 한다. 소득이나 차량 등 자산에 대한 기준도 있다. 예컨대 2000만원이 넘는 승용차를 소유하고 있으면 안 되는 식이다. 서울시는 “무주택 서민을 위해 공급하는 주택인 만큼 입주자격도 까다로운 편”이라고 설명한다. 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입주할 수 있는 집은 아닌 셈이다. 그런데 이 집을 자격 제한 없이 누구나 입주할 수 있다면? 그것도 1억~3억원을 투자해 입주할 수 있다면? 전세 난민들의 눈길을 확 잡아끌 만하다.

실제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직장인 김모(41)씨는 최근 ‘자격 제한 없이 장기전세주택 입주’라는 문자 한 통을 받았다. 1억~3억원만 있으면 철거민 특별공급 대상이 돼 서울 마곡·장지지구 등의 59㎡(이하 전용면적)형이나 84㎡ 형 시프트에 전세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특별한 자격 없이 주변 시세보다 싸게 전세를 살 수 있다고 해 상담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강남구 대치동 다세대·연립주택 촌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장기전세주택 입주’라는 유인물(전단)이 배포되고 있다. 내용은 김씨가 받은 문자와 유사하다. 1억~2억원으로 낡은 주택을 사두면 시프트에 입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집이 있어도(유주택) 가능하고, 소득이 높아도 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재건축 이주 수요 증가 등으로 전셋값이 치솟자 과거 성행하던 ‘철거민 특별공급’ 거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철거민 특별공급 거래는 과거와는 다소 다르다. 과거엔 철거민의 장기전세주택 입주권(이른바 ‘철거민 딱지’)을 거래하는 형태였다면 요즘은 중개업체들이 철거 예정 주택 매입을 유도하는 식이다. 도로·공원 등의 개발 사업지 내에 주택을 갖고 있으면 철거민 특별공급 대상자가 되기 때문이다. 특별공급 대상자는 소득제한 등 특별한 제한 없이 장기전세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철거민임대주택특별공급제도). 중개업체들은 바로 이 점을 노린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철거민 딱지 거래는 엄연히 불법”이라며 “하지만 개발 사업지 내 철거 예정 주택은 합법적으로 거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체 측은 “현재 서울의 전용면적 40㎡ 이하 철거 예정 주택의 가격은 1억 1000만~2억원 선”이라며 “40㎡ 이하 철거 예정 주택을 갖고 있으면 서울 주요 택지지구 내 59㎡형 아파트 장기전세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발 계획만 믿고 주택 거래 하는 것 피해야”
이들 업체들은 “합법적이고 100% 입주할 수 있다”며 수수료로 4000만~5000만원을 요구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업체가 중개한 주택을 매입한 투자자가 향후 철거민 특별공급 자격을 가질 수 있느냐 것이다. 서울시는 과거에도 이 같은 편법 거래가 성행하자 철거민 특별공급 대상 자격을 강화한 바 있다(2012년 8월). 시는 당시 장기전세주택 특별공급 규칙상 특별 공급 대상 기준을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에서 ‘최초 주민열람 공고일’로 개정했다. 때문에 최초 주민열람 공고일 이후 철거 대상 주택을 매입했다면 특별공급 대상 자격이 안 돼 장기전세 주택에 입주할 수 없다. 주민열람 공고일 이후 철거 대상 주택을 거래하는 것 자체도 불법이다.

하지만 최초 주민열람 공고일 이전 거래는 가능하다. 그렇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주민열람 공고일 이전이라면 개발 사업 시행 자체를 알 수가 없다. SH공사 관계자는 “사실상 개발되더라는 식의 소문만 믿고 투자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개발이 된다고 하더라도 해당 주택이 개발구역에 포함될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투자금이 상당기간 묶일 수밖에 없다. 현재 서울엔 사업 부지로 지정됐지만 무기한 사업이 연기된 곳도 적지 않다. 행여 장기전세주택 공급 대상자가 됐다고 해도 언제 어느 장기전세주택에 입주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택지 부족 등의 이유로 장기전세주택 공급 물량도 줄고 있다(박스 기사 참고). 서울시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사무실을 옮기는 중개업체들이 많아 책임을 묻거나 수수료 환불이 쉽지 않다”며 “확정되지 않은 개발 계획을 믿고 주택 거래를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스기사] 시프트 얼마나 남았나 - 올해 1000가구 공급 남은 물량도 321가구뿐
서울시가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인 시프트 물량이 확 줄고 있다. 주거지로 개발 가능한 땅이 부족한 데다 자금 사정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SH공사에 따르면 올해 새로 공급되는 시프트는 1000여 가구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다. 이미 4월 송파구 거여동 등에서 공급된 704가구를 빼면 그나마 남은 물량은 고작 321가구뿐이다. 인기가 많은 시프트의 공급 축소는 SH공사가 자체 사업을 축소한 영향이 크다.

SH공사는 그동안 천왕·마곡지구 등 대규모 택지개발을 통해 대규모로 시프트를 공급해 왔다. 하지만 부채 증가 등으로 신규 택지개발은 사실상 중단했다. 박근혜 정부가 더는 택지개발사업을 하지 않기로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SH공사 관계자는 “일정 물량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선 택지를 꾸준히 개발해야 하는데 재원 부족 등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새로 개발할 땅도 마땅치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용주차장 등 시가 보유한 땅에 시프트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지역 주민 반대 등으로 무산된 예가 많다”고 말했다. 개발 가능한 일부 유휴지는 이미 박근혜 정부의 행복주택이 차지했다.

그나마 시프트의 또 다른 공급처인 아파트 재건축은 착착 진행 중이다. 하지만 대개 강남권에 몰려 있어 서민에겐 그림의 떡이 될 공산이 크다. 주변 임대료가 워낙 비싸 시프트라고 해도 임대료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공급된 서울 서초동 래미안서초에스티지 전용면적 59㎡형 시프트의 전셋값은 5억4400만원이었다. 서울시는 “시프트뿐 아니라 장기안심주택·의료안심주택 등 임대 수요층을 세분화해 이들에게 맞는 맞춤형 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확대 공급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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