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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부동산 대책 약발 먹힐까] 수요 누르고 공급 늘리는 ‘투 트랙’

[달라진 부동산 대책 약발 먹힐까] 수요 누르고 공급 늘리는 ‘투 트랙’

매물 부족 해결은 쉽지 않아…“집값 안정에 역부족” 평가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일관해온 수요 억제책에서 한발 물러났다. 그동안 주택이 충분하다며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던 공급 확대책을 꺼냈다. 지난 8월 27일 발표한 대책 제목인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추진 및 투기지역 지정 등을 통한 시장 안정 기조 강화’에서도 달라진 정책 방향을 알 수 있다. 이번 대책은 투기지역 지정 등으로 과열 확산을 다소 진정시키고 주택 공급 부족 불안감도 어느 정도 해소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하지만 최근 서울 집값 과열의 주요 원인은 매물 부족은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아 집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을 것 같다.

정부는 급한 불을 끄기기 위한 단기 대책으로 투기지역 등 규제 지역을 확대했다. 서울에서 종로구와 중구, 동대문구, 동작구 등 4개 구를 투기지역으로 신규 지정했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15개 구가 투기지역으로 묶이게 됐다. 투기지역에선 주택담보대출 건수가 세대당 1건으로 제한되고 2건 이상 대출이 있는 경우 만기 연장이 안 된다. 경기도 광명시와 하남시가 투기과열지구로 신규 지정됐다. 투기과열지구는 규제 종류만 19개에 달한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가 40%로 낮아지면서 재건축 등 정비사업도 조합원 명의변경 제한 등 규제를 한다. 기존 투기과열지구는 유지된다. 서울 전역 25개 구와 경기도 과천시, 성남시 분당구, 대구시 수성구, 세종시에 이번에 두 곳이 추가되면서 투기과열지구가 31곳으로 늘었다. 구리시, 안양시 동안구, 광교택지개발지구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새롭게 지정됐다. 조정대상지역이 되면 청약 1순위 등 청약 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 세제가 강화되고 주택담보대출 제한도 받는다.

정부는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있던 부산 7개 지역을 상대로 검토한 결과 일광면을 제외한 기장군을 조정대상지역 지정에서 해제했다. 기장군은 주택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앞으로 청약과열 우려도 상대적으로 완화됐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서울에서 투기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10개구를 비롯해 성남시 수정구와 용인시 기흥구, 대구시 수성·중·남구, 광주시 광산·남구 등 최근 집값이 불안한 지역에 대해서는 집중 모니터링을 벌이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에 규제 지역 조정 외에 규제 강도를 높이지는 않았다.
 투기지역 지정 후 노원구만 상승세 꺾여
집값이 많이 오른 서울에서 꺼낸 투기지역 카드로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서울은 25개 구 모두 이미 지난해 8·2부동산대책 때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활용할 수 있는 규제지역이 투기지역뿐이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가장 강도 높은 규제를 받는다. 투기지역 규제가 강해서라기보다 투기지역이 되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규제까지 모든 규제를 다 받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8·2대책 때 3가지 규제 지역을 도입하면서 규제 강도를 3단계로 나눴다. 조정대상지역을 가장 넓게 정하고 거기서 투기과열지구를 정했다. 이어 투기과열지구에서 투기지역을 선별했다.

투기지역 지정 효과는 의문스럽다. 지난해 8·2대책 때 지정 후에도 투기지역의 집값 기세가 꺾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8·2대책 전 1년 간 아파트값 상승률 상위 10위에 투기지역이 7곳이었다. 8·2대책 후 지난 7월까지 1년 간 상승률 10위권에 들어간 투기지역은 7곳이다. 개수는 같지만 상승률은 더 높아졌다. 8·2대책 전 투기지역 평균 상승률이 5.73%인데 8·2 대책 이후엔 9.72%로 올라갔다. 상승률 10위권 내 8곳이 투기지역이다. 서울 투기지역 내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서울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2대책 전 1년 간 59.3%에서 대책 후 1년 간 56.4%로 별 차이 없다. 노원구만 투기지역 지정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8·2대책 전 1년 간 아파트값 상승률이 5.34%로 6위였는데 대책 후 1년 간 상승률이 1.67%로 제일 낮다.

투기지역이 큰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투기지역 주요 규제인 주택담보대출 건수 제한이 효과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투기지역 주택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더라도 기존 대출은 2년 이내에 갚으면 된다. 사실상 2년 간 건수 제한 효력이 없는 셈이다. 투기지역 주택으로 대출을 받지 않고 기존 주택 담보대출을 늘리는 방법도 있다. 기존 담보대출을 한도까지 늘리는 것은 건수에 상관 없다. 최근 몇 년 간 집값이 많이 올라 기존 담보대출 증액으로도 꽤 많은 돈을 대출받을 수 있다. 전세를 끼고 사는 ‘갭 투자’의 경우 실제 필요한 금액이 많지 않아 이런 방법을 쓰면 된다. 시중에 부동자금이 워낙 많아 대출 의존도가 떨어지기도 했다. 현재 시중 단기 부동자금은 1100조원으로 역대 최대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으로 비교해보면 8·2대책 전후 주택 매매거래량은 별 차이가 없는데 대출증가액은 많이 줄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투기지역 지정이라는 심리적 효과는 다소 있겠지만 대출 규제를 통한 수요 억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24만여 가구 추가 공급
정부는 수도권에 14개 이상의 신규 공공택지를 추가로 공급하기로 했다. 앞서 국토부는 7월 5일 신혼희망타운 조성 계획 등이 포함된 신혼부부 주거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신혼희망 타운을 공급하기 위해 전국에 43∼44곳의 신규택지를 확보하고, 이 중 70%인 30곳은 수도권에 입지를 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도권에 14곳이 더해지는 것이니 정부가 2022년까지 지정을 추진하는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는 총 44곳 이상이 되는 셈이다.

신규로 추가된 14곳 이상의 택지에서 공급되는 주택은 공급 대상이 신혼부부로 제한되지도 않는다. 현재까지 국토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통해 수도권에 신규택지 지구지정을 했거나 지정이 임박해 언론에 공개한 곳은 성남 서현, 금토·복정, 구리 갈매역세권 등 14곳(6만2000가구)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추가로 30곳의 신규 공공택지를 수도권에서 지정하고 공표하게 된다. 신혼희망타운 조성을 위해 수도권에 조성되는 신규 택지 30곳에서 공급되는 주택은 총 12만 가구다. 이 중 7만 가구는 신혼희망타운, 5만 가구는 일반 주택이다. 이번에 추가가 결정된 14곳의 택지에서 나오는 주택 물량은 24만2000가구가 될 것으로 정부는 추산한다. 이렇게 되면 2022년까지 수도권에서 새롭게 조성되는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주택은 총 36만2000 가구 이상이 된다. 국토부는 현재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통해 수도권 신규 택지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으며, 이르면 9월 중 후보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수도권의 입주물량이 풍부하고 택지도 충분히 확보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2022년 이후 택지 부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택지를 확보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의 재고 물량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에 나오는 공급량인 매물을 늘리는 게 급하다고 말한다. 최근 서울 집값 급등의 근본 원인이 매물 부족에 따른 초과 수요여서다. 최근 거래가 줄었는데도 집값이 오르는 것인 매물이 드물어 한두 건 거래로 가격이 뛰고 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에 매물이 늘어 수요를 흡수해야 주택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며 “투기적 수요는 규제해야 하지만 매물을 늘려 시장 숨통을 틔워야 한다”고 말했다.

-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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