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의 경제학] 뜨거운 감자 … 서울 집값 잡을 묘안?
[그린벨트의 경제학] 뜨거운 감자 … 서울 집값 잡을 묘안?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가 부동산시장을 넘어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정부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서울의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하려고 한다. 서울시의 생각은 다르다. 그린벨트 해제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며 풀 생각을 않는다. 학계와 시민단체도 반으로 갈렸다. 부동산시장에서는 훼손된 그린벨트를 제한적으로 풀어 전량 임대주택으로 공급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이익을 주거약자와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정부가 최근 내놓은 주택공급 대책이 ‘반쪽 대책’이라는 비판이 일면서 국토교통부 장관의 그린벨트 직권 해제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는 필요할 경우 서울의 그린벨트를 직권으로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30만㎡ 이하 그린벨트는 시장이 해제 권한을 갖고 있지만 국토부 장관이 직권으로 해제할 수도 있다. 사진은 그린벨트인 서울 서초구 염곡동 일대. / 사진:연합뉴스
신도시 건설하려면 훼손 불가피

신도시 건설을 위해 보존가치가 없는 그린벨트를 해제하려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정부는 왜 서울시에 그린벨트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걸까.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분당·일산신도시와 같은 수도권 1기 신도시나 판교·동탄2신도시와 같은 수도권 2기 신도시처럼 또 다른 신도시를 건설하면 된다. 수도권 3기 신도시를 건설한다면서 굳이 서울 그린벨트까지 풀겠다는 이유는 뭘까. 이는 수도권 3기 신도시만으로는 서울 집값을 잡기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신도시 건설이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해 집값 안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이미 공공택지를 건설키로 한 성남시 금토·복정·서현지구, 김포시 고촌2지구, 부천시 괴안·원종지구 정도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시흥·화성·양주시 등지는 아직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을 하기에는 교통시설이 부족한 편이다. 그런데 도심이 가까운 성남 금토지구(3400가구)·복정지구(4700가구)의 택지 규모로는 서울 집값을 잡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보전가치가 낮은 그린벨트를 포함해 수도권 내 모든 가용토지를 공공택지 지구 후보로 검토하기에 이른 것이다. 신도시 건설과 함께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어 도심에서도 주택을 공급한다면 굳이 그린벨트를 풀지 않아도 되지만, 정부는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규제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면 집값을 잡기는커녕 폭등할 수 있는 등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수요가 몰려 있는 도심에서 주택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며 “하지만 재개발·재건축을 규제 기조를 바꿀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정부로서도 쓸 카드가 마땅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면적의 25%가 그린벨트

정부와 여당은 보존가치가 낮은 3등급 이하 그린벨트 활용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그린벨트 평가등급은 1~5등급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환경적 가치가 낮은 3~5등급지를 해제해 주택을 공급하면 된다는 것이다. 여당 측 관계자는 “정부가 검토 중인 일부 그린벨트 지역은 훼손돼 녹지라고 보기 어려운 곳이나 이미 비닐하우스촌이 들어선 곳”이라며 “최근 집값 상승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특정 지역에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것인데 그린벨트를 해제해 서울 도심에서 지속적으로 주택을 공급한다는 신호를 보내면 주택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정부가 그린벨트를 마음대로 해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에 따르면 30만㎡ 이하 그린벨트의 해제 권한은 시·도지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강남·서초구 등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를 위해선 서울시의 협조가 필요한 데, 서울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 정책 방향엔 공감하지만 그린벨트 해제는 가장 마지막에 쓸 카드로 남겨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번 해제하면 다시는 녹지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일명 ‘로또 아파트’ 논란도 반대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가 개발한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지구(그린벨트를 풀고 건설한 공공택지)는 도심 접근성이 좋은 곳에서의 주택 공급이라는 긍정적 측면보다는 로또 아파트 논란만 낳았다. 강남구에 건설된 보금자리주택지구인 세곡지구에서 2009년 분양한 LH푸르지오 아파트 84㎡(전용면적)형은 분양가가 3억4000만원대로, 당시 강남구의 인기 아파트 84㎡형보다 60%가량 저렴했다. 당연히 청약 경쟁이 치열했고, 아파트값은 현재 12억원을 호가한다.
이명박 정부의 ‘로또 아파트’ 논란
학계나 시민단체도 반으로 갈렸다. 양측의 주장은 정부와 서울시의 입장과 같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제한적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쪽이다. 이미 훼손이 심한 4~5등급의 그린벨트는 풀어 주택을 짓자는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그린벨트의 경우 도시공원이나 자연공원, 서울시 조례로 지정한 비오톱(다양한 생물종의 공동 서식지), 산지관리법에서 규제하는 보전산지 등은 행위제한이 엄격하다. 녹지가 비교적 잘 보존돼 있다는 얘기다. 반면에 도로 주변이나 위락지, 등산로 주변의 그린벨트는 훼손된 곳이 적지 않다. 규제가 도시공원·비오톱 등지에 비해 덜한 데다 불법·편법까지 동원된 때문이다. 이 같은 4~5등급을 중심으로 주거지로 개발하면 불법·편법을 막고 주택 공급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무분별하게 그린벨트를 훼손해서는 안 되고 녹지가 없는 곳, 농지로써 효율성을 다 하지 못하는 곳, 잡종지 상태로 무분별하게 개발되는 곳 등 지만 제한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PMW도곡센터 PB팀장 “그린벨트 해제 혜택을 일부 사람에게만 몰아주어서는 안 된다”며 “이명박 정부 때의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는 소유권이 이전되는 분양 물량이 전체 물량의 60%가 넘었는데 (다시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주택을 공급한다면) 분양 물량 없이 임대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직권 해제하더라도 여론 설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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