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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는 왜 유통업체 주차장 모니터할까

헤지펀드는 왜 유통업체 주차장 모니터할까

요즘엔 위성 이미지, 휴대전화 위치정보 등 뛰어난 컴퓨터 성능으로 모델화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매우 많아졌다
요즘엔 무인기, 고고도기구, 기상 데이터, 자동차 원격측정 시스템까지 주차장 모니터에 동원된다. / 사진:GETTY IMAGES BANK
금융업계에선 예로부터 정보에서 가치를 뽑아내는 작업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오늘날 다른 점이라면 과학자들이 뛰어난 컴퓨터 성능으로 모델화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엄청나게 많아졌다는 점이다. 요즘엔 전통적 데이터로 불릴 만한 가격 정보부터 위성 이미지나 휴대전화 위치정보 같은 더 이색적인 데이터 집합까지상당히 다양해졌다.

미국 뉴욕에서 뉴스위크 주최로 ‘자본시장에서의 인공지능과 데이터 과학’을 테마로 한 컨퍼런스 첫날은 일부 ‘대안적인’ 새 데이터 공급원 그리고 기업의 거래 전략에 이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의 고찰로 시작됐다. 이는 월스트리트에서 한동안 지속된 관행이며 “각종 데이터 공급원의 모자이크”를 통해 벤치마크를 능가하는 이 같은 전략은 철저하게 비밀로 유지된다. 통념에 따르면 그 비결이 일단 월스트리트에 알려지면 그 전략은 껍데기만 남게 된다.

기업이 낙오되지 않으려면 이 기술과 데이터 과학의 멋진 신세계로 뛰어들어야 한다. 일찍 발을 들여 놓을수록 유리하다고 테이소스의 그레그 스키비스키 CEO는 말한다. 걸러내는 작업이 힘들지만 가치 높은 위치정보 데이터 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그는 “일찍 뛰어들어 큰돈을 벌면서 자신들의 새 데이터 공급원에 관해 함구하는 기업이 많다”며 “데이터를 미친 듯이 걸러내 20년 치의 핵심가치를 도출해낸다”고 말했다.

소매유통업 업황을 측정할 때 헤지펀드 업계에선 위성사진을 이용해 주차장을 모니터하는 방법을 많이 활용한다. 그러나 꾸준히 새로운 차원이 더해지고 있으며 요즘엔 무인기, 고고도기구(high altitude balloons), 기상 데이터, 자동차 원격측정 시스템(telemetry systems) 등이 동원된다.

기상 상황이 나빠도 구름을 통과해 지구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합성개구레이더(SAR)를 제공하는 기업도 있다. 주차장 약 26만 개소를 모니터하는 기업 오비털 인사이트의 A. J. 드로사 선임 부사장은 “발신 장치를 끄고 운항해 ‘어둠의 배’로 불리는 선박도 잡아낼 수 있다”며 “무선 신호가 없어도 배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으며 불법조업 등을 색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많은 공개 데이터 세트를 분석하는 이니그마의 하이캠 오우드기리 CEO는 시적인 표현으로 설명했다. “공개 데이터는 경제활동에서 수조 달러가 이동한 흔적을 보여준다.” 공개 데이터인 연방 무선통신 라이선스를 이용해 패스트푸드점의 분포를 확인할 수 있다고 오우드기리 CEO는 설명했다. “차를 탄 채로 이용하는 모든 드라이브스루 시설은 연방 무선통신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알아야 할 4대 필수 분야가 있다고 퀀들의 태머 캐멀 CEO는 말했다. 통계학 원론, 데이터 과학(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을 더하면 금상첨화), 일부 비금융 분야 지식, 그리고 전통적인 자본시장 노하우다. 그는 자신의 회사 퀀들이 취급하는 데이터 집합을 이용해 각 분야를 설명했다.

첫째 비금융 분야 지식 측면에선 자사의 철광석 생산 수준 데이터를 예로 들었다. 항만의 지리공간 지도화에 (철광석을 운반하는) 모든 해상 선박의 위치를 추적하는 데 사용되는 통합자동화시스템(IAS)의 또 다른 데이터 집합을 겹치는 과정을 수반한다. 캐멀 CEO는 “IAS는 전파이며 다루기가 복잡하고 불필요한 정보가 많고 때로는 수집하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헷갈리게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 과학과 인공지능의 위력을 설명하면서 캐멀 CEO는 B2B 결제 방식과 잠재된 위험을 토대로 모든 기업의 금융 건전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과 랜덤 포레스트(random forest, 의사 결정의 ‘트리’ 구조를 다양화하고 임의로 학습하는 방식) 기법이 이 데이터에서 소중한 통찰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통계학 원론의 문제에서 아마존의 판매는 수백만 명의 아마존 고객 관련 기존 데이터에 근거한 추정의 문제로 환원된다고 캐멜 CEO는 말했다. 끝으로 자본시장 노하우는 퀀들이 외환 청산·결제 유틸리티 CLS로 수행한 작업을 예로 들었다. 실시간 외환 거래량과 가격을 토대로 평균회귀(mean reversion, 균형 수준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와 추세추종(trend following) 같은 기법을 채택해 수행하는 작업이다.

모두 그럴싸하게 들린다. 그러나 기업의 실적을 파헤치는 은밀한 고도의 기법이 규제당국의 레이더에 걸릴 수도 있을까? 데커트의 조너선 스트리터 파트너는 대형 헤지펀드 고객으로부터 종종 그런 질문을 받는다. 그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부자 거래 혐의를 받은 라지 라자라트남 갤리언 그룹 소송의 수석 검사였던 스트리터는 현재 곳곳에서 생겨나는 새 데이터 시장은 데이터 프라이버시 우려와 잠재적인 내부자거래의 교차점에 위치한다고 말했다. 내부자 거래 문제를 고려할 때 명심해야 할 3가지 중요한 조건이 있다. 그 정보가 주가 재료인가(어떤 펀드가 그 데이터 비용을 지불한다면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이미 나온 셈이다)? 비공개인가 공개인가? 그것을 손에 넣을 때 수탁자 의무 위반이 있었는가?

예컨대 사람들의 메일 수신함 데이터는 분명 공개 자료가 아닌 반면 차량 수 측정이나 웹사이트 데이터 수집은 그런 문제에 걸리지 않는다. 의무 불이행에 관해 변호사들은 통상적으로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스트리터 파트너는 말했다. “그 뒤 우리는 관련된 모든 계약과 합의를 살펴봐야 한다. 내 데이터를 다른 자료와 함께 묶어 판매할 수 있도록 동의했는가? 옵트인(사전동의) 박스에 체크 표시를 했는가? 판매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데이터를 팔아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는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박스에 체크 표시가 안돼 있으면 증권거래위원회가 분명 위법성 여부를 따져 이 공간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 이언 앨리슨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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