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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주택시장은 어디로] 악재 투성이지만 서울 집값 소폭 오를 듯

[새해 주택시장은 어디로] 악재 투성이지만 서울 집값 소폭 오를 듯

정부의 전방위 규제, 입주 물량 증가, 금리 인상 … 집값 불패 믿음 강하고 서울 자가 점유율 낮아
내년 서울 집값 전망이 불투명하다. 아파트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권 일대의 거래가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2012년 7월 시작된 6년여 간의 기준금리 인하 릴레이가 1년 전인 지난해 11월 끝났다. 3.25%까지 올라갔던 금리가 1.25%로 떨어졌다가 0.25%포인트 올랐다. 정부가 역대 최강 대책으로 꼽은 8·2부동산대책이 3개월 지난 시점이었다. 주택시장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듯 더 달아올랐다. 11월 0.43%이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12월엔 0.84%로 2배로 높아졌다. 이어서 올해 1, 2월엔 1.3%가 넘는 급등세를 이어갔다. 폭등 수준이던 2000년대 중반 집값을 잡기 위한 2005년 8·31대책 두 달 후인 10월 5년 간의 인하 뒤 기준금리가 3.0%에서 3.25%로 상승했다. 8·31대책 영향으로 그달 ‘반짝’ 하락세를 보였던 서울 아파트값은 11월 상승세로 돌아섰고 그 뒤는 서울 아파트값이 23.46% 치솟은 2006년이었다. 2005년과 2017년 기준금리 인상은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집값 상승을 더 자극한 셈이다.

지난 11월 말 1년 만에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올랐다. 앞선 경우들과 마찬가지로 집값이 다시 오를까.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지난 9·13대책 이후 현 주택시장 상황이 어느 때 못지않게 가라앉아 있고 집값 악재가 금리 인상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호재는 보이지 않고 각종 악재가 사면초가처럼 주택시장을 둘러싸고 있다. 하지만 악재를 버텨낼 시장 ‘체력’도 만만찮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 실장은 “내년 주택시장은 시장을 누르려는 악재와 버티려는 ‘체력’ 간 힘겨운 겨루기가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주택시장 상황은 악화돼 있다. 11월까지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만 ‘-‘이고 매매가격은 ‘+’를 유지했으나 12월엔 매매·전세 모두 동반 하락세를 나타낼 게 확실하다. 주택가격 공식 통계기관인 한국감정원은 중순 기준으로 월간 동향을 조사한다. 서울 아파트값은 11월 중순 하락세로 돌아서 4주 연속 내렸다. 12월 둘째 주 들어서는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 ‘-‘나 보합세를 나타냈다. 전주 상승세를 나타냈던 종로·중구도 보합세가 됐다.
 12월 서울 매매·전세 동반 약세 예상
매매·전세 동반 약세는 2014년 5월 이후 4년 7개월 만이다. 매매거래도 얼어붙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11월 잠정 집계로는 3500여 건이다. 지난해 11월의 절반 수준이고,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11월 거래량으로 금융위기 발발 직후인 2008년 11월(1344건)을 제외하고 가장 적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주택시장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들이 한결같이 악재 투성이다. 역대 최강의 정부 규제, 금리 인상, 입주 쓰나미, 경기 침체 등이다. 이전에는 이들 악재가 한꺼번에 등장한 적이 드물었다. 2003년 10·29대책 뒤 약세가 이어진 2004년에만 해도 금리는 내렸고 경제성장률은 높아졌으며 아파트 입주물량은 줄었다.

이와 달리 현재 정부는 대출·세제 등 전방위적으로 수요를 억누르고 있다.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며 돈줄도 막히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줄곧 집값이 뛰면서 구매력도 뚝 떨어졌다. 지난 3분기(7~9월) 국민은행 서울 아파트 PIR(연 소득 대비 집값 비율)이 10.1로 나타났다. 조사를 시작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10을 넘기며 최고치다. 경기도 어렵다. 올해 2.8%로 예상되는 경제성장률이 내년엔 2.6% 정도로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2500을 돌파했던 코스피 지수가 2100 정도로 내렸다. 새 아파트는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연평균 2만7000가구 정도인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내년 5만2000가구, 2020년엔 4만1000가구로 급증한다. 집값이 뛰어오를 전셋값 지렛대는 약해졌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한때 70% 넘게 올라갔다가 11월 65.9%로 2014년 말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셋값 비율이 낮으면 매매가격과 전셋값 격차가 커져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가 어렵다.

해외 주택시장도 하락세다. 11월 국민은행 부동산시장 보고서는 미국 주택가격지수가 22개월 만에 하락했고 일부 대도시 집값은 전년 대비 18%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홍콩에선 집값 버블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런던·밴쿠버·시드니 등도 이미 상승세가 꺾였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같은 경제위기 말고 악재는 다 모인 셈인데, 경제위기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서울 집값이 쉽게 꺼질 것 같지 않다. 서울 집값의 ‘불패’ 믿음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주택산업연구원도 내년 서울 집값을 최종 ‘플러스’로 내놓았다. 현재 ‘마이너스’를 조정국면으로 보고 언제든 다시 반등할 수 있는 상승압력 요인이 강하게 남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아파트 공급 부족, 새 주택에 대한 선호, 풍부한 시중 유동성, 낮은 자가 점유율,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학습효과 등을 꼽았다.

내년부터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늘지만 금융위기 이후 줄어든 공급량을 고려하면 넉넉한 편이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연간 5만~6만가구이던 입주물량이 금융위기 이후 3만~4만 가구로 뚝 떨어졌다. 서울 주택 보급률도 아직 100%에 못 미친다. 2016년 기준으로 96.3%로 일반가구수보다 주택이 14만 가구가량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주택 중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 비중이 작다. 2017년 기준으로 아파트에 사는 일반가구 비율이 전국 평균 49%인데 서울은 42%다. 그러다 보니 ‘신상(새 아파트)’ 인기가 높다. 아파트 분양권 시세가 뛰고 준공 시점 시세가 분양가보다 수억원 오르기가 예사다. 서울에서 자기 집에 사는 자가 점유율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낮다. 그만큼 주택 매수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먼저 주택을 가진 소유율을 보면 서울이 49.2%로 전국 평균 55.9%보다 낮다. 서울 자가 점유율은 더 낮다. 전국 평균이 57.7%이고 서울은 42.9%다. 아무리 규제가 강하고 정부 대책 등의 영향으로 서울 집값이 내리더라도 결국 다시 오른다는 ‘학습효과’ 심리도 시장에 강하게 퍼져 있다.
 집값 조사한 1986년 이후 서울 집값 2.3배 올라
1986년 1월부터 집값을 조사한 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1986년부터 올해까지 33년 가운데 연간 기준으로 서울 집값이 하락한 해가 10번 있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엔 13.24%나 내렸다. 10번의 하락에도 서울 집값은 1986년 1월 대비 현재 2.3배 올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주택산업연구원은 현재까지 악재보다 체력 쪽의 손을 들어줬다. 내년 서울 집값 전망치를 ‘+’로 내놓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시장 여건이 나쁜 건 분명하기 때문에 섣불리 움직이기보다 시장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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