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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데이터 발자국’ 줄여라

자녀의 ‘데이터 발자국’ 줄여라

“부모가 동의 없이 아이들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는 것은 프라이버시 권리 도용 행위”
부모는 자녀에 관한 정보나 사진을 온라인으로 얼마나 공유할지를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 사진:GETTY IMAGES BANK
할리우드 스타 귀네스 팰트로가 소셜미디어에서 십 대인 딸과 갈등을 빚었다. 팔로워가 530만 명인 팰트로는 이혼한 가수 크리스 마틴 사이에서 난 딸 애플 마틴(14)과 함께 스키장에서 찍은 사진을 최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러자 딸이 “엄마, 우리 이 이야기했었지. 내 동의 없이는 아무것도 올리지 마”라는 댓글을 달았다. 애플 마틴은 스키 고글을 쓰고 있어서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자신의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올려져 수많은 사람이 보는 게 싫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팰트로는 딸의 댓글 아래 “네 얼굴은 보이지도 않는데!”라고 썼다.

팰트로 모녀의 이런 댓글 다툼이 알려지면서 소셜미디어에서 누가 옳은지 논란이 벌어졌다. 애플 마틴이 지나쳤다는 사람도 있고 팰트로가 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반박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느 쪽 편을 들든 이 일은 더 넓은 논의를 촉발한다. 온라인에서 부모는 자녀의 삶을 어느 수준까지 나눌 수 있을까?

흔히 아이들은 프라이버시를 중시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건 편견일 뿐이다. 대개 우리는 자녀가 자신의 사생활을 너무 많이 드러내거나 프라이버시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단정하지만, 상당히 잘못된 전제다. 어쩌면 부모는 자녀를 그처럼 걱정할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아이들은 프라이버시 문제를 책임 있게 다루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라인 활동을 더욱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는 쪽은 자녀보다 부모인 경우가 많다.

소셜미디어는 참여를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다. 우리 일상생활이 점차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이제는 SNS를 피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참여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격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학교도 갈수록 아이들의 삶과 데이터를 온라인으로 밀어 넣는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방안도 어린이 보호, 진척 상황 관찰, 학생 경험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쉽게 수용된다. 그러나 거기에 사용되는 데이터는 적절한 동의 절차 없이 수집되고 저장된다.

또 최근 영국 청소년위원회는 많은 양의 개인정보가 어린 시절 수집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거기에는 부모의 역할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아이가 자신의 정보를 과도하게 드러낸다고 지적하는 것은 부당하다. 세계의 디지털 사회 전체가 동의와 참여를 유도해 데이터를 수집하기 때문에 어린이나 소외된 집단도 그런 추세를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사회적인 배경에다 부모가 자녀에 관한 데이터를 공유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아이들이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우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단지 우려의 방향이 다를 뿐이다. 성인은 기업이나 정부, 해커, 온라인 스토커로부터 자신의 데이터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은 거기에다 자신의 정보를 부모가 과도하게 공유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있다. 그래서 특히 아이들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과 사진을 학교와 부모가 못 보도록 하려고 신경 쓴다. 게다가 자신이 원하는 특정한 형태의 프라이버시를 얻기 위해 더욱 혁신적인 방법을 찾는다.

요즘 아이들은 복수의 아이디를 관리하고 SNS에서 주고받는 대화를 숨기는 데 뛰어나다. 물론 누구나 직장에서, 가정에서, 또 친구에게 보여주는 자신의 모습이 각각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을 활용하면 가짜 프로필이나 암호화로 온라인 활동을 숨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친구 대상 콘텐트와 가족 대상 콘텐트를 분리하기 위해 ‘평행 계정’을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당수의 Z세대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두 개씩 만들고, 각 계정에서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흔히 하나는 ‘린스타(real Instagram account, 진짜 인스타그램 계정)’, 다른 하나는 ‘핀스타(fake instagram account, 가짜 인스타그램 계정)’로 부른다. ‘린스타’에서는 세련되고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을 노출하고 ‘핀스타’에서는 보다 자연스럽고 있는 그대로 모습을 드러낸다. Z세대는 아주 어릴 때부터 디지털 문화를 접했기 때문에 당연히 기술 사용에서 적응이 빠르고 혁신적이다.‘데이터는 새로운 석유’라는 말이 유행한다. 예전엔 석유 다국적기업이 세계를 지배했다면, 지금은 데이터를 가진 기업이 최고다. 2007년 시가총액 톱10은 대부분 석유 관련 기업이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2017년이 되자 그들 기업 대부분이 데이터를 그러모으는 IT 기업으로 대체됐다. 따라서 이제 모든 업계는 데이터를 새로운 상품으로 사용하려 한다. 그러나 어린이와 청소년, 그 외에 인종·나이·성적 취향으로 인해 소외된 집단 등 사회 약자를 생각할 때 그런 사업모델은 상당히 불합리하다. 그보다 우리는 데이터를 신원과 신분의 측면에서 보는 쪽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데이터를 수집할 때는 적절한 절차에 따른 동의가 필요하며, 그런 규정을 어길 때는 신원도용으로 봐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프라이버시를 이해한다면 팰트로가 사진을 게재한 일을 두고 딸아이가 비판한 게 옳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 활동을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는 쪽은 자녀보다 부모인 경우가 많다. / 사진:GETTY IMAGES BANK
법과 규정도 서서히 이런 사고방식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이 대표적이다. GDPR의 핵심 내용은 EU 거주자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모든 기업이나 단체가 프라이버시 보호와 관련된 광범위한 규정들을 지키도록 하고, 심각한 위반 시 유럽이 아니라 전 세계 매출의 4%와 2000만 유로(약 255억원) 중 높은 쪽을 과징금으로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GDPR은 개인정보가 수집되고 사용되는 방식과 시기와 관련해 사용자에게 동의·통제권을 되돌려주는 쪽을 지향한다.

하지만 부모가 자녀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실제로 자녀의 사진과 행사를 가족이나 친구와 공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먼저 자녀에게 온라인 활동과 데이터, 프라이버시에 관해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교육에서 부모는 자녀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

자녀의 일상을 온라인에 올리는 ‘셰어런츠(sharents, ‘공유’를 뜻하는 share와 ‘부모’를 의미하는 parents의 합성어)’가 늘어나면서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커진다는 보도가 연일 나온다. 셰어런츠가 남기는 디지털 흔적 때문에 아이들이 미래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모가 무심코 올린 SNS 아기 사진들이 훗날 ‘범죄 표적’의 정보로 이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친지에게 자녀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서 감시와 프라이버시 침해를 정당화하는 시스템에 보탬을 줘선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그런 시스템이 넘쳐난다. 부모는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라도 아이의 데이터와 신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인상을 줘선 안 된다. 어쩌면 아이들은 평생 대규모 데이터의 일부로 자신의 정보가 온라인에서 사고팔리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에게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 새로 부모가 됐다면 자녀에 관한 정보를 온라인으로 얼마나 공유할지를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비밀로 하라는 뜻은 아니다. 어떤 정보를 언제 누구와 공유할지 합의하고, 부주의로 더 널리 사진을 퍼뜨릴 수 있는 가족이나 다른 사람에게 그 결정 사항을 주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도 일찍 시작할 수 있다. 나는 최근 세 살짜리 아들에게 친구나 가족과 사진을 공유해도 좋은지 묻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아들에게 이 글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언급하는 것이 괜찮은지도 동의받았다. 이처럼 사소한 일도 전부 교육에 도움이 된다.

영국 청소년위원회도 자녀의 ‘데이터 발자국(data footprint)’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자녀의 생년월일이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과 글을 피하고 자녀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관이나 업체를 파악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이유를 확인하는 것 등이 거기에 포함됐다. 또 온라인 행동과 습관을 개선하려는 사람에게 유익한 정보와 조언을 제공하는 닷에브리원(Doteveryone), 카네기 영국 재단, 전자프런티어재단(EFF) 같은 단체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자녀에게 ‘동의’에 관해 가르치는 것은 삶의 모든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온라인 프라이버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 가필드 벤저민



※ [필자는 영국 솔런트대학 미디어아트·기술대학원의 박사 후 과정 연구원이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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