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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

블록체인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

페이스북의 리브라와 관련된 논쟁은 블록체인의 내재적인 위험보다 미래 경제가 탈중앙화된 대안 받아들여 투명성·효율성 향상할지 조명해야
공공·사설 블록체인의 공존 가능성을 인정하고 상호운용성을 최대한 확장할 수 있는 세계를 건설하는 데 힘쓰는 것이 상책이다. / 사진:PETRAS MALUKAS-AFP/YONHAP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리브라를 공개한 뒤 세계 각국의 당국자들이 우려를 표명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7월 하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위나 신뢰성을 거의 얻지 못할 것”이라며 그 프로젝트를 비판했다. 이 같은 역풍은 암호화폐 시장 전반을 둘러싼 규제당국의 불안과 유사하다. 어쨌든 암호화폐에서의 사기나 절도와 관련해 좋지 않은 소식이 많았다. 게다가 은행들이 수 세기 동안 구축해 놓은 사업방식을 뒤엎을 만한 암호화폐의 잠재력을 가늠하는 데는 대단한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다.

페이스북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이용해 통제를 회피하고 정부 당국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 사설 통화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는 우려에 규제 당국, 금융가 그리고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들의 초점이 맞춰졌다. 이런 통제와 관련해 격렬한 다툼을 예상할 수 있지만 이 같은 논쟁은 근본적으로 긍정적인 신호다. 수구 진영과 혁신 진영의 주장을 토대로 훨씬 더 탈중앙화될 수 있는 미래 경제의 잠재력에 대한 대중의 의식이 높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앙집권 당국이 불안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같은 트렌드는 멈출 수 없는 대세다.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저항하는 대신 어떤 미래가 닥치는지 이해하고 어떻게 하면 이런 혁신으로 사람들이 혜택을 보도록 도울지 배우는 편이 더 유리하다.

블록체인이 갈수록 탄력을 받고 있다. 인터넷이 정보이동에 혁명을 가져왔듯이 이런 신흥기술은 요즘 가치의 이동과정에서 투명성과 안전을 확대하고 종종 효율성도 높여준다. 블록체인은 광범위하지만 특유한 2개의 공공·사설 항목으로 대별된다. 간단히 말해 공공 블록체인은 어느 한 그룹도 네트워크를 통제하지 않는 탈중앙화 방식으로 가치이동을 관리한다. 반면 사설 블록체인은 중앙의 주체가 구성한다. 페이스북의 리브라나 미국 은행 JP모건이 계획 중인 암호화폐의 경우처럼 전 세계에 분산됐더라도 마찬가지다. 이들 두 가지 블록체인의 배경을 이루는 철학과 열성적인 지지자들이 서로 충돌하는 듯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상 각각에 맞는 시기와 장소가 있으며 어느 쪽도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우리의 미래 경제에 대비하는 최선의 방법은 양쪽의 공존 가능성을 인정하고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두 시스템이 정보를 원활히 교환할 수 있는 능력)을 최대한 확장할 수 있는 세계를 건설하는 데 힘쓰는 것이다.

현재의 경제 시스템은 진실의 결정권자 역할을 하는 막강한 중앙의 권위적 존재에 크게 의존한다. 은행·신용평가기관·다국적기업 같은 게이트키퍼(결정권을 가진 문지기)들은 막대한 영향력으로 누가 누구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평가하고 판단한다. 이런 시스템이 존속하는 동안 페이스북의 리브라 같은 돌연변이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지만 탈중앙화는 시스템 전체를 와해 시키지 않고 다수의 경제·상업적 기능을 최적화하는 수단을 제공한다.

규제당국은 투명성과 보안 같은 블록체인의 장점을 이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또한 공공 블록체인이 도래하도록 후원해야 한다. 특히 현재의 경제 인프라는 대마불사로 간주되는(다시 말해 너무 중앙집중된) 은행들이 기우뚱거리기 시작할 때 주기적으로 위기를 겪기 때문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뿐 아니라 널보스 네트워크 같은 혁신적인 플랫폼들은 이런 탈중앙화한 대안의 제공에 도움을 주는 든든한 토대를 구축했다.

블록체인은 ‘허가받지 않는(permissionless)’ 구조를 갖고 있어 이용자들은 어느 한쪽을 신뢰하거나 따를 필요가 없다. 이용자들의 총의인 네트워크 자체가 최고의 권위를 갖는다. 한 네트워크의 많은 ‘노드’(연결점) 전반의 합의에 의존하는 시스템은 악당이 공격할 만한 단일 약점이 없다. 암호화는 정보를 안전하면서도 익명성으로 만들기 때문에 하나의 포인트를 증명하기 위해 뒷받침하는 정보를 다수 공유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개인의 작업이 더 안전하고 수월해지며 막강한 게이트키퍼가 필요 없어진다.

탈중앙화 시스템은 육중한 철문과 해자를 가진 요새라기보다 거미줄과 같다. 각 노드가 똑같이 전체 구조를 지탱하며 하나의 (또는 심지어 다수의) 노드를 제거 또는 훼손해도 전체가 파괴되지 않는다. 어느 하나의 중추적 실세가 네트워크를 통제하지 않으며 투명성이 지배한다.

페이스북의 리브라에 관해 규제당국이 주의신호를 보내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고객의 개인 데이터를 오용한 전력이 있는 거대 조직이 그렇게 많은 사람의 디지털 통화 흐름을 어떻게 관리할 계획인지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하지만 리브라와 그에 수반되는 논쟁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내재적인 위험보다는 미래 경제가 탈중앙화된 대안을 받아들임으로써 보안·투명성·효율성을 어떻게 향상시킬지 조명할 것이다.

- 케빈 왕



※ [필자는 가치저장용으로 설계된 프로토콜과 공공 블록체인 생태계의 집합인 널보스 네트워크의 공동설립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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