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자신에게 얼마나 필요한지 몰라… 무리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소득의 일정 비율을 은퇴 자금 계좌에 넣는 것이 첫 단계 나이가 들수록 신체 활동이나 여행 등 좀 더 젊었을 때는 쉽게 했던 일을 할 수 있는 능력도 떨어진다. / 사진:GETTY IMAGES BANK호주의 간호사 브로니 웨어가 쓴 책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The Top Five Regrets of the Dying)’는 2012년 발간되면서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웨어는 그 책에서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말기 환자가 죽음을 앞두고 무엇을 가장 후회하는지 살펴봄으로써 우리 인생을 관통하는 공통적인 주제를 찾아내려 했다.
그 후회 다섯 가지 중 두 번째가 ‘일하느라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웨어에 따르면 그녀가 돌본 모든 남자 환자가 그런 느낌을 표현했다. 생의 막바지에서 그들은 자녀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하고, 배우자와 소중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웨어는 “내가 돌본 남자 말기 환자는 모두 자신의 삶 중 너무나 많은 시간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돈벌이하는 데 썼다는 사실을 크게 뉘우쳤다”고 말했다. 따라서 “생활방식을 단순화하고 계속 의식 있는 선택을 하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소득이 실제로는 필요 없어질 수 있어 돈벌이에 그처럼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그녀가 얻은 결론이다.
열정에서, 아니면 목적의식 때문에, 또는 사회적인 의무로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 대다수가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이유는 원하는 것을 사고 생활 비용을 대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다. 물론 그런 현실을 벗어나DOWNTIME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웨어가 발견한 것은 재정적 안정을 추구하는 우리의 노력에 따르는 부정적인 효과를 잘 보여준다. 일하느라 바쁘고, 돈 버는 데 신경 쓰다 보면 인생의 더 중요한 순간을 놓치기 쉽다는 뜻이다.
개인 금융에 관한 일반적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대다수는 돈과 관련해 지극히 퇴폐적이다. 신용카드 빚을 잔뜩 지고, 순간적인 쾌락을 위해 자제하지 못하고 돈을 펑펑 쓴다. 실제로 평균적인 미국 가계는 약 7000달러의 신용카드 부채를 갖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미국인의 상당수는 저축을 과도하게 한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합리적인 재정 목표를 뛰어넘어 돈을 모으는데 몰두한다는 뜻이다.
디번 프라이스는 그런 과잉 저축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묘사했다. “아주 필수적인 것에라도 돈을 쓸 때마다 죄책감과 자괴감으로 몹시 괴롭다. 그럴 때면 나의 모든 소유가 잿더미가 되고, 실업자로 병에 시달리고, 애써 모은 모든 돈이 사라진 끔찍한 미래가 떠오른다.” 프라이스는 상당한 돈을 모을 수 있었지만 자신의 웰빙과 마음 상태는 그만큼 피폐해졌고 고백했다.
그 같은 과잉 저축자에게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저축 그 자체가 반드시 어렵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절약하고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일은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진짜 어려운 것은 돈을 모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바람직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너무 적게 저축해도, 또 너무 많이 저축해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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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미래
시간 계획을 잘 세우는 것이 사실 더 어렵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어서다. / 사진:GETTY IMAGES BANK인터넷을 검색하면 은퇴 생활을 위해 저축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에 관한 조언이 끊임없이 뜬다. ‘안락한 은퇴 생활을 하려면 100만 달러도 충분치 않은 이유’ 같은 제목의 글이 좋은 예다. 그런 글을 읽으면 자신과는 아주 멀어 보이는 그 많은 금액을 저축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좌절하고 실망하기 쉽다.
그러나 노후 대비 자금을 모으기가 그토록 어려운 다른 이유가 있다. 앞으로 자신에게 노후 자금이 얼마나 필요한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웨어나 프라이스가 주는 교훈에 따르면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에 시간과 돈을 쓰기보다 지나칠 정도로 열심히 일하고 과도하게 저축하는 데 따르는 실질적인 부작용이 아주 크다.
운이 좋아서 꾸준한 소득이 들어오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있고 퇴직 연금도 들었다면 은퇴 생활을 위해 돈을 모으는 것은 비교적 어렵지 않은 일이다. 적어도 자신의 재정적인 미래의 일정 부분은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부러운 입장에 있다고 해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저축해야 할지, 또는 저축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자신의 재정 생활에서 답을 알 수 없는 미래에 관한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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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언제 세상을 떠나게 될까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면 노후 자금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기 어렵다. 노후 지출은 수명과 직접적인 상관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78.6세, 평균 은퇴 연령은 63세다. 따라서 평균적인 미국인은 약 15년의 은퇴 생활을 기대할 수 있다. 사회보장국(SSA)은 평균으로 볼 때 지금 65세인 남자는 84.3세까지, 여자는 86.6세까지 살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기대수명에는 편차가 상당히 크다. 90대까지 사는 사람도 많고, 은퇴를 즐기기도 전에 사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자신의 기대수명이 어느 정도인지 아는 시기가 되면 그때는 너무 늦어 저축 계획을 세울 수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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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건강하게 은퇴 생활 누릴 수 있을까
미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이 78세라고 하지만 기대수명이란 게 죽는 날까지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나빠질 뿐 아니라 신체 활동이나 여행같이 좀 더 젊었을 때는 쉽게 했던 일을 할 수 있는 능력도 떨어진다.
예를 들어 많은 은퇴자는 자신이 꿈꾸던 여행이나 다른 경험을 좀 더 젊었을 때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때로는 자신의 질환, 또는 가족을 돌봐야 하는 상황, 아니면 다른 어떤 중대한 인생 사건이 원대한 은퇴 계획을 방해할 수 있다. 노후 의료 비용의 추정치는 상황에 따라 큰 차이가 나지만 최근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계산에 따르면 지금 65세인 미국인 부부의 경우 은퇴 생활을 하면서 직접 부담해야 할 의료비가 약 29만6000달러(약 3억5000만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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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상치 못한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게 될까
소득이 충분해서 꿈꾸는 은퇴 계획을 실행할 준비가 됐다고 해도 인생은 흔히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학술지 미국내과저널(AJM)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암 환자의 42%는 진단받은 후 2년 안에 평생 모은 노후 자금을 다 쓰며, 절반 이상은 파산한다. 또 사고당할 수도 있고, 주택이 심하게 파손될 수도 있으며, 자신이 아니라 자녀나 배우자가 병에 걸릴 수도 있다. 그런 사건은 미리 저축해야 할 이유도 되지만 미래의 자금 수요가 얼마나 불확실한지 잘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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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건 돈만이 아니다
신중한 재정 관리는 부족한 자원을 관리하는 기술이다. 그 자원이란 일반적으로 돈을 가리킨다. 그러나 시간도 재정 계획에서 고려해야 할 희소 자원이다. 시간 계획을 잘 세우는 것이 사실 더 어렵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언제 수명이 다할지 모를뿐더러 배우자가 언제 세상을 떠날지, 또 원하는 체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지구 반대편의 오지 여행,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 관람, 클래식 자동차 소유 등이 그런 체험에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시간과 돈을 어떻게 쓸지와 노후를 대비해 얼마나 저축해야 할지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아주 개인적인 선택이요 자신만의 결정이다. 보편적인 정답은 없다. 아름다움처럼 가치도 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 달라진다. 노후 재정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는 자신이 가진 가치와 기대, 희망과 두려움에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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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삶이 예측 불가할뿐더러 은퇴 생활에 대비하는 완벽한 방법은 없다고 해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조치가 있다. 우선 예측하지 못하는 위기에 대비한 비상금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대다수 전문가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3~6개월 치 생활비를 비상금으로 모아두라고 권한다. 물론 금액은 자신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지금 20대로 직장을 잃는다면 다시 홀로 설 수 있을 때까지 부모의 집으로 들어가 살 거나 친구와 함께 지낼 수 있다. 1만 달러 이상을 비상금으로 모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나이가 더 많고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다면 그런 선택이 비현실적이다. 따라서 자신의 안전망을 스스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제 경력을 시작하는 청년이라면 은퇴 생활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노후 자금을 모으는 쉬운 방법은 무리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소득의 일정 비율을 떼어 퇴직 연금이나 은퇴 자금 계좌에 넣는 것이다. 월급의 5%라고 해도 세월이 흐르면 목돈으로 불어난다. 투자 경험이 없다면 저비용 인덱스 펀드(index fund, 주가지표의 변동과 동일한 투자성과의 실현을 목표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노후를 위한 재정 계획 세우기를 끔찍이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미국인 4명 중 3명은 그런 계획이 아예 없다. 하지만 자신의 노후에 대비한 재정 관리가 반드시 끔찍한 일이 돼야 할 이유는 없다.
웨어의 저서가 일깨워주듯이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어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그 균형을 적절히 맞출 수 있는 재정 계획을 세우는 것이 재정 안정과 함께 마음의 평화를 얻는 최선의 길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자신의 삶에 진정으로 중요한 문제에 몰입할 자유가 생긴다.
- 제러미 보우먼
※ [필자는 투자 전문 매체 ‘모틀리 풀’의 기자다. 이 글은 웹사이트 www.fool.com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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