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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경제 대예측 | 2020년 한국 부동산은] 규제 일변도 강공에도 서울 집값 오를 듯

[2020 경제 대예측 | 2020년 한국 부동산은] 규제 일변도 강공에도 서울 집값 오를 듯

2020년 상반기까지는 주춤할 전망… 아파트 공급 주는데 유동성은 넘쳐
이쯤 되면 총체적 난국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주택 거래 자체는 적지만 서울·수도권 집값은 조용히,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는 대통령과“(부동산 정책이) 마지막 고비에 다다랐다”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부동산 안정화를 자신하는데, 집을 알아보는 실수요자들은 전혀 체감을 못한다. 2019년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에 육박한 가운데 전체 가격 중간값인 9억을 웃도는 아파트는 2017년 말 대비 65.1%나 늘어났다. 부동산114가 서울 아파트 125만2840가구의 시세를 조사한 결과다. 9억원 이상 아파트는 총 44만2323가구로 2년 전 26만여 가구보다 18만여 가구가 증가했다. 2018년 말 26만7937가구보다는 15% 이상 증가했다. 집값이 ‘하향 안정화’로 가고 있다는 정부 설명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크고 작은 대책을 18번 내놨다. 그중 10번 정도가 규제였고, 나머지는 규제와 공급을 동시에 하겠다는 대책이었다. 18번의 대책 중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등이 참여한 ‘정부 합동’ 대책도 4번 있었다. 이렇게 많은 대책을 내놨지만 주택시장은 안정화하지 못하고 되레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자 정부는 2019년 12월 16일, 유례없는 초강력 규제책을 내놨다.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 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강화하고, 시가 15억원 초과 초고가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시중 통화량(M2)은 2017년 2471조2000억원, 2018년 2626조9000억원에 이어 2019년 9월 현재 2853조3000억원으로 확 늘었다. 시중 유동성이 불과 9개월 만에 200조원 넘게 늘어난 것이다. 시중 유동성 유입에 더해 저금리로 자금조달 비용이 줄었고, 전세대출 등을 이용한 ‘갭투자’가 늘어난 것이 주택시장의 ‘국지적 과열’을 이끌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12·16 대책 중 금융 규제는 이 같은 갭투자자와 다주택자 투기 수요 유입을 차단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에 따라 강남 고가 주택 진입 자체부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단순하게 시세차익을 노린 갭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따라서 2019년 6월 이후 활발하던 매수세도 당장은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상반기까지는 다주택자의 매물이 나오면서 가격을 끌어 내릴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시장 누를수록 가격 더 올라
하지만 이번에도 ‘확실한’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은 매수세를 묶어 뛰는 집값을 잡을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시장 혼란만 가중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격이 상승하면 공급을 늘리거나 수요를 분산하는 정책을 펴야 하는데, 정부는 가격 규제 정책으로 일관해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2019년 말 시행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다. 분양가 상한제는 정부가 신규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정부는 2019년 말 서울의 고분양가 논란을 잠재우겠다며 37개 지역을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선정하고, 12·16 대책에서 과천·광명·하남 등지를 추가해 322개 지역으로 확대했다. 상한제를 확대하면 공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당장 상한제 확대 시행 이후 서울에서의 주택 인·허가 물량은 급감했다. 2019년 11월 서울의 주택 인·허가 물량은 2987가구로 전년보다 49% 감소했다. 서울에서는 새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사업이 재개발·재건축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가 민간택지로 상한제를 확대하겠다고 한 이후 서울의 새 아파트 값은 급등하기 시작했다. 상한제가 공급 축소를 불러와 기존의 새 아파트값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입주물량은 줄어든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2015년 27만4241가구로 2014년과 비슷했지만, 2016년부터는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5년 초과이익환수제 연기,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전면 폐지 등 규제 완화 영향으로 주택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2016년 입주물량은 30만656가구, 2017년에는 39만3667가구, 2018년에는 45만8628가구로 증가했다. 하지만 2019년에는 39만6398가구로 줄었고, 2020년에는 32만6746가구로, 2021년에는 21만6016가구로 급감할 전망이다. 특히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서울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한 2015년 2만2437가구에서 2018년 3만7243가구로 늘고 2019년에는 4만2892가구로 정점을 찍었지만, 2020년에는 4만1512가구, 2021년에는 2019년의 절반 수준인 2만644가구에 그친다.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 총선, 건설 공사…
수급 상황만 놓고 보면 2020년 주택시장 가격 상승 요인이 많다. 여기에 외고·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 상한제 등이 전세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총선과 구조변경 확산 등이 집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유동성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로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갈 길을 잃은 부동자금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 선호 및 쏠림 현상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2020년 예산안이 말해주듯 예비 타당성조사 면제 사업 등 각종 건설 공사가 봇물처럼 벌어지게 된다. 여기에 2019년 발표한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풀리는 수십 조원대의 토지 보상금 역시 주택시장을 움직이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에도 부동산 시장 전문가 10명 중 6명은 서울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이 2019년 10월 부동산 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1년 후 서울 주택 매매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응답한 전문가 비율은 61.9%였다. 이 가운데 2.5% 미만의 상승률을 점친 비율이 41.9%로 가장 많았다. 2.5% 이상 5% 미만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은 18.1%, 5% 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예상한 응답은 1.9%였다. 현재와 동일한 수준의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은 23.8%, 하락을 예상한 응답은 14.3%에 그쳤다. 비단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2019년 12월 3~5일 전국 성인 1006명에게 앞으로 1년간 집값 전망을 물은 결과 55%가 ‘오를 것’이라 답했다. 12%는 ‘내릴 것’, 22%는 ‘변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은 당분간 더 줄 것 같다. 주택개발 사업 자체를 막으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정부는 2019년 12월 ‘부동산 PF 익스포저(채무보증·대출)에 대한 건전성 관리 방안’을 내놓고 2020년 2분기부터 증권사에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채무보증 한도를 100%로 제한키로 했다. 여신전문금융회사에는 부동산 PF 대출과 채무보증의 합계를 여신성 자산의 30% 이내로 제한했다. 부동산 PF는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기법이다. 이번 조치는 앞으로 신규 주택 건설 등 부동산 개발을 위한 자금조달이 더욱 깐깐해진다는 의미다. 정부가 PF까지 규제하고 나선 건 부동산 PF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증권 업계의 부동산 PF 유동화증권 발행 잔액은 2014년 4조1000억원에서 2018년 말 13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부동산 PF 대부분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 사업에서 발생했다. 공동주택 관련 발행잔액은 2조6000억원에서 8조원으로 늘며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오피스텔도 2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으로 9배로 늘었다. 이 돈은 대부분 자금력이 약한 시행사나 중소형 건설사, 소규모 자금조달이 필요한 오피스텔 등을 짓는 데 쓰였다. 시행사나 중소형 건설사는 대부분 부동산 PF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결과적으로 부동산 PF에 규제를 가하면 시행사나 중소형 건설사가 주택을 공급하기 어려워진다. 그동안 특히 부동산 PF가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가뜩이나 매물 잠김 현상을 겪고 있는 수도권 주택 공급난을 부추길 수 있다. 2018년 말 기준 부동산 PF 발행 잔액은 수도권이 9조6000억원, 비수도권이 4조2000억원이다. 경기도가 5조6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서울과 인천이 각각 2조3000억원과 1조7000억원이었다.
 강력한 대책 예고에 주택 수요 다소 줄 듯
하지만 잇단 규제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면 더 강력한 규제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12·16 대책 발표 때 정부는 “이번 대책 발표 이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이르면 2020년 상반기 중 주택 수요, 공급 측면에 걸쳐 2차 종합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총선 전에 또 다시 대책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총선 전까지 ‘집값을 확실히 잡았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이 같은 강력 규제 영향으로 2020년 전국 집값이 0.08%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 주택시장이 최근 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의 각종 규제 정책으로 주택 수요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과거 50대 이상이었던 주택소비 주력 계층이 최근 30∼40대로 이동하며 신규 주택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며 “주택시장의 이런 소비 패턴이 당분간 유지되겠지만 30∼40대는 소득 대비 금융부채가 많아 서울지역 주택수요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지방은 미분양 주택 누적으로 어려움이 지속되겠지만 수요보다 공급이 빠르게 줄면서 올해보다 시장 상황이 소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2020년에도 특정지역과 다주택자를 겨냥한 핀셋 규제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며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하락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중장기 정책을 확인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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