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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투자에서는 승률보다 배당률!

[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투자에서는 승률보다 배당률!

빈도 높이는 것보다 큰 결정 한두 번 잘 하는 게 중요
미국 역대 재무장관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 중 한 명인 로버트 루빈은 “의사결정은 곧 확률 평가”라고 말했다.
“만약 무언가가 다음 몇십년 동안 1000만명 이상의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아마 그것은 아주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일 것이다. (중략) 그러나 우리는 전염병 확산방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 너무 적게 투자하고 있다. 우리는 준비되어 있지 않다.”

2015년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TED 강연에서 앞으로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팬데믹일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 그의 말처럼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인류는 바이러스라는 거대한 적과 맞서 싸우고 있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그의 통찰력(insight)과 선견지명(foresight)에 경의를 표하는 글들이 적지 않다.

“개인용 컴퓨터(PC)의 메모리는 640K면 충분하다.” 1981년에 이 말을 한 주인공은 누구일까. 바로 빌 게이츠다(물론 본인은 이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 논란이 있지만 말이다). 640K 용량이면, 지금 젊은층은 전설로만 들은 PC 초창기 프로그램 MS-DOS 시대의 얘기이다. 팬데믹에 대한 선견지명과 PC 메모리에 대한 그의 예측에는 도저히 같은 사람이 한 얘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간극이 놓여 있다.
 비관론이 시장에서 더 인기 있는 이유
빌 게이츠도 신이 아닌 인간인지라 늘 정확한 예측을 할 수는 없다. 본인도 자신의 예측이 틀린 적이 여러 차례라고 밝힌 바도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나 기업은 잘못된 예측을 하더라도 시장에서 살아남는데, 어떤 이들은 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일까. 개인으로 시각을 좁혀(상속이나 증여와 같은 이전 소득을 제외하고) 몇 번의 의사결정으로 재산이 불어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투자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할 때, 우리는 매번 올바른 결정이길 바란다. 자신이 투자한 주식이나 부동산이 모두 오르길 원한다. 예를 들어 주식 열 종목을 매입했는데, 다섯 종목은 오르고 나머지 다섯 종목은 가격이 하락했다. 그런데 어떤 사정으로 주식을 팔아야 할 일이 발생했다. 오른 종목을 팔까, 내린 종목을 팔까. 대부분 오른 종목을 팔 것이고, 실제 실증적 연구 결과도 그렇다고 한다.

이런 행동 양태를 설명하는 개념이 ‘손실 회피 감정’이다. 인간은 같은 금액이라도 수익보다는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손실 회피 감정에 더해 자신의 판단이나 예측이 틀린 것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인간의 마음도 생각해 봐야 한다. 보통의 사람은 자신의 잘못은 상황이나 다른 사람들 탓으로 돌리고, 성공은 자신에게 돌린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귀인편향(歸因偏向, attribution bias)’이라고 한다.

다시 주식 얘기로 돌아가자. 개인 투자자들의 매매를 추적한 조사에 따르면, 오른 종목을 팔고 내린 종목을 판 경우보다 반대로 한 경우가 수익률이 더 좋았다고 한다. 손실 회피 감정이나 귀인편향 등이 투자에서 올바른 결정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개인투자자들이 올바른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접근법을 지녀야 할까. 먼저 지극히 당연한 얘기지만 이 세상에 완벽한 예측이나 예언가는 없다고 믿어야(?) 한다.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인간의 본성상 예측이나 예언은 ‘확언(確言)’ 형태가 많다. 예를 들어 주가가 여러 변수에 따라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는 말보다 ‘내일 주가가 오르니 사라’는 말이 더 호소력이 있다. 사이비 교주, 히틀러와 같은 괴물 정치인, 투자 예언가 등은 대부분 매력적인 확언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투자란 본질적으로 불확실한 것이다. 투자의 아이러니는 모든 투자 행위가 미래를 향한 것이지만 그 미래를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리고 아무리 뛰어난 투자자나 예측가라 하더라도 미래예측이 형편없을 때가 많다.

닥터 둠이라고 불리는 뉴욕대 루비니 교수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필자는 단 한 번도 루비니 교수가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는 늘 비관론을 설파한다. 종말론의 교리가 더 강렬한 것처럼 비관론이 시장에서는 더 매혹적이다. 리스크를 피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루비니 교수의 얘기처럼 주식시장은 종말을 맞이한 적도 없고, 설사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하더라도 다시 올랐다. 예측을 믿느니 시간의 힘을 신뢰하는 게 낫다.

또한 투자에서는 빈도보다 분포가 더 중요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열 번 모두 이기는 것 보다 아홉 번 지더라도 한 번 크게 먹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마의 표현을 빌자면, 관건은 승률이 아니라 배당률(승률×예상 배당금)이다. 작게 여러 번 자주 승리하는 것도 좋지만 한 번 제대로 크게 승리하는 게 돈을 더 많이 버는 길이다.

한 사람이 평생 동안 버는 돈의 크기는 모든 결정을 잘 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몇몇 시기에, 몇 차례의 결정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투자에서는 작은 결정을 여러 차례 잘 하는 것보다, 다시 말해 빈도를 높이는 것보다는 큰 결정 한 두 번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인생과 자산의 크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 예를 들어 주택 구입이나 노후자금 투자 같은 것을 결정할 때는 최대한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고 결정해야 한다. 자동차 구입하는 것 보다 더 적은 고민으로 집을 사거나 연금 투자를 하는 사람들을 필자는 많이 보았다.
 “자존심을 세우려 하지 말라”
좋은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전체적 관점도 필요하다. 우리는 대부분 투자 성과를 대상별로 평가한다. 5개의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면, 개별 종목 하나하나의 수익률을 따진다. 전체보다는 부분에, 포트폴리오보다는 개별 종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는 전체 자산의 크기를 늘려나가는 게임이다. 잃은 것도 있고 딴 것도 있지만 결국 합해 플러스 수익이 나면 결론적으로 투자라는 게임에서 이긴 것이다. 미국의 유명 투자가인 켄 피셔는 “자존심을 세우려 하지 말고 전체 실적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투자은행가 출신으로 미국 역대 재무장관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 중 한 명인 로버트 루빈은 1999년 펜실베이니아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의사결정 4원칙을 제시했다. 이 원칙에 대해 저명한 투자전략가인 마이클 모부신은 “특히 금융계에서 유용하다”고 평가한다. 원칙 4가지는 다음과 같다. 괄호 안은 필자의 의견이다.

첫째, 세상에 확실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사실이다(우리는 분명한 미래를 원하지만 그런 미래는 없다). 둘째, 의사결정은 곧 확률 평가이다(모든 투자결정을 다 잘할 필요는 없다. 승률보다 배당률이 더 중요하다). 셋째, 불확실하더라도 선택해야 한다(선택 없는 삶은 불가능하다. 투자는 선택의 게임이다. 자신이 투자하든 남에게 맡기든). 넷째, 의사결정을 평가하려면 결과는 물론 과정도 보아야 한다(일류 운동선수에게 루틴이 있듯이 자산운용에 있어서도 자신만의 루틴이 있어야 한다).



※ 필자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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