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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사업 키포인트] 지속가능 기업은 시스템 매뉴얼에서 태어난다

[가맹사업 키포인트] 지속가능 기업은 시스템 매뉴얼에서 태어난다

소규모 때부터 운영 프로세스 구축 필요… 사업 초기에 만들어 경영효율성 꾀해야
사진:© gettyimagesbank
창업에 성공해서 영원히 지속하는 완벽한 창업 성공 프로세스를 세우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창업 성공의 프로세스는 일시적으로 성공하는 창업 수준을 넘어 영원히 지속할 위대한 기업으로 나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다. 수익 실현에 창업 프로세스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창업 프로세스 없이도 수익성 좋은 창업을 벌일 수 있다. 많은 수익을 올리면서도 창업 프로세스 즉 매뉴얼 없이 창업했던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수익 실현 이상의 것을 원한다면 즉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기업을 세우고자 한다면 매뉴얼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성공한 프랜차이즈 기업, 예를 들어 월마트·맥도날드·KFC·메리어트호텔 등의 역사적 발전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초창기 창업 시 기업 규모나 활동 범위는 기존 경쟁사에 비하면 비교적 작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점에 이르러 핵심 리더들이 거부할 수 없는 운영 프로세스 매뉴얼을 세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월마트처럼 초창기부터 창업 운영 프로세스 매뉴얼을 세우는 기업들이 있는가 하면, 창업자가 특정한 필요에 따라 이후 추가로 창업한 기업들은 어느 정도 성장한 뒤에야 비로소 광범위한 프로세스를 세우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선 햄버거가 우리나라의 떡볶이나 어묵 같은 식품이었다. 쓰고 남은 소고기를 갈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식당에서는 팔지 않았고 공장 주변의 좌판에서나 팔았다. 옛날 서울 영등포 공장 벽에 아줌마들이 ‘구루마’를 대고 큰 프라이팬에 떡볶이를 만들어 모습을 생각하면 된다.
 운영방식을 간단·명료화해 생산 체계화
첫 햄버거 체인으로 기록되고 있는 화이트캐슬(White Castle)은 1920년대 햄버거에서 불량식품의 이미지를 걷어내는 데 주력했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직접 그릴에 고기를 구웠고 고기는 하루에 두 번 배달되는 신선육이라고 선전했다. 이미 그때부터 종업원의 외양에 대한 기업의 통제가 시작됐다.

1931년 화이트캐슬이 정한 23가지 종업원 수칙 프로세스는 ‘첫째, 모자가 항상 머리를 덮어야 한다. 둘째,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손질해야 한다’에서 시작해 ‘여섯번째 이를 닦아야 한다. 아홉 번째 구취를 없애야 한다. 열세번째, 체취가 나지 않아야 한다’를 거쳐 ‘스물세번째, 바지 자락이 길 때는 끝을 접어 올려야 한다’로 끝난다.

햄버거가 급속히 퍼진 배경에는 자동차 보급의 대중화가 큰 역할을 했다. 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자동차 여행 중 간단히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의 수요가 증가했다. 특히 자동차가 대량 보급되는 시기에 개발되기 시작한 드라이브인(Drivein) 식당이 로스앤젤레스와 캘리포니아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생겨났다. 1940년대에 로스앤젤레스에는 이미 100만대의 차가 운행됐다. 이 수치는 41개 주 전체의 차량 보유 대수보다 많은 것이었다.

요즘 미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식당이 건물 창구를 통해 손님의 주문을 받는 것과 달리 드라이브인 식당은 손님들이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으면 종업원들이 찾아와서 주문을 받고 음식을 배달했다. 드라이브인 식당은 손님을 끌기 위해 주로 짧은 치마를 입은 10대 소녀들(carhops)을 종업원으로 고용했다. 햄버거 맛 때문인지, 10대 소녀들 때문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드라이브인 식당은 한때 번창했다. 하지만 10대 소녀들을 꼬드기러 온 소년들의 푼돈을 노리며 장사를 지속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맥도날드 형제도 1937년 캘리포니아주 파사디나에 이런 식당을 열었다. 하지만 그렇게 11년쯤 장사를 하고 난 뒤인 1948년 식당 문을 닫았다. 한 식당에 오래 붙어있지 않는 10대 소녀들에 빌붙어서 장사하는 것에 싫증을 느낀 것이다. 3개월 뒤 식당을 새로 열었을 때는 새로운 운영 프로세스를 개발했다. 즉 10대 소녀들 대신 남자 종업원만을 채용했다. 그리고 손님들이 차를 세우고 창구로 와서 주문을 하도록 했다.

이런 변화에 처음엔 손님들이 적응하지 못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여종업원이 오지 않는다며 클랙슨을 크게 울려댔다. 그럼에도 맥도날드 형제가 손님들한테 당당할 수 있는 배경엔 새로운 운영 프로세스 시스템이 받쳐줬기 때문이다. 그들은 조리 속도를 높이고 가격을 낮추고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혁신적인 방법을 고안해 냈다. 예전의 메뉴에서 가짓수를 3분의 1로 줄였다. 나이프와 숟가락 포크도 없앴다. 접시와 유리컵도 종이접시와 종이컵, 그리고 종이 봉지로 바꿨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운영 프로세스의 변화는 햄버거를 굽는 사람은 햄버거만 굽도록(일명 그릴맨) 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햄버거에 드레싱을 바르는 사람은 드레싱만 바르도록 했다(드레서). 주문 받는 사람은 주문만 받고 밀크셰이크를 만드는 사람은 밀크셰이크만 만들었다(셰이커). 프라이즈(감자튀김)를 튀기는 사람은 프라이즈만 튀겼다(프라이맨). 대량 생산을 위한 공장형 조립 방식(assembly line)을 식당의 노동 분업에도 처음 적용한 것이다.
 성공 기업 공통점 ‘사업 초기 매뉴얼 구축’
모든 경우에 있어, 다시 말해 창업할 때든 아니면 몇 년이 지난 후든 성공한 기업의 프랜차이즈 리더들은 기업을 위한 운영 프로세스 매뉴얼을 명료하게 세우고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예비창업자들 중 일부는 어쩌면 ‘난 이제 퇴직했고, 나이도 많고, 창업도 안 했고, 또는 아직 회사가 작아서’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또는 ‘아무래도 이런 창업 운영 프로세스 매뉴얼은 맞지 않아. 나는 월마트도 맥도날드도 KFC도 메리어트도 아니야. 나는 그런 회사들을 그저 벤치마킹하면 되는 거야’라고도 생각 할 수도 있다.

옳은 생각일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기업들 중 맥도날드의 창업자 레이크록은 52세의 나이에 맥도날드를 인수해 창업했다. 그는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고 늘 강조해왔다. KFC 창업자인 샌더스도 나이 65세에 창업했다. 그는 미국 켄터키주 당국이 치킨을 캔터키주의 대표적인 요리로 승화하도록 만든 주인공이다. 그는 세계 82개국에 1만1000여개가 넘는 점포를 운영 중이다.

성공한 기업은 어떤 기업이든 규모가 작을 때 운영 프로세스 매뉴얼을 세웠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규모가 커진 후 멋진 프로세스 매뉴얼을 만든 것이 아니다. 즉 운영 프로세스 매뉴얼을 세운 다음에 위대한 기업으로 발전하는 것이지, 위대한 기업이 된 뒤에 프로세스 매뉴얼을 세우는 것이 아니다.

- 이창용 프랜차이즈M&A거래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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