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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국가별 주가는 종목 구성에 따라 다르다

[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국가별 주가는 종목 구성에 따라 다르다

미 나스닥의 ‘대형 기술주’ 한계 도달한 거 아닌지 의심
▎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미국 주식시장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반면 다른 선진국 시장은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가 양극화가 보다 더 심해진 것이다. 독일과 일본이 그나마 사정이 나아 3월 코로나19 확산 이전 주가에 근접하고 있지만, 영국은 하락의 절반밖에 회복하지 못했다. 유럽 전체 시장도 영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차별화는 주식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핵심 종목이 국가별로 다르기 때문에 발생했다. 미국은 애플, 테슬라 같은 대형 기술주를 가지고 있는 반면 유럽은 그런 주식이 없어 상승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시장은 다행히 미국과 비슷한 형태로 움직이고 있다. 이미 주가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는데, 언텍트에 바이오가 가세하면서 성장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게 동력이었다.

앞으로 시장 전망은 과거와 다른 형태로 접근해야 한다. 과거에는 경기가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경제 순환주기를 잘 분석하는 게 중요했지만 앞으로는 산업구조 분석이 더 중요해질 것 같다. 과거에는 특정 산업의 호불황에 따라 주도주로 부상이냐 탈락이냐를 결정했다면, 앞으로는 해당 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느냐에 따라 주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 변화는 종목에도 영향을 준다. 업황 사이클이나 업종 간 연관성이 낮아지는 대신, 같은 산업에 속한 기업이라도 신기술에 대한 준비 정도에 따라 주가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애플, 아마존을 통해 ‘돈 버는’ 성장주가 실제로 있다는 걸 보았기 때문에 나온 반응이다. IT버블 때와 달리 지금은 플랫폼을 통해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존재하는데 주식시장은 이들을 모델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틀에서 보면 대형 기술주는 실적이 꺾일 때까지는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여기에 가격이라는 변수 하나를 더 넣어야 한다. 주가가 일정 단계를 넘으면 사람들의 기대가 현실보다 더 빨리 움직여 가격이 자기 실력보다 더 높아지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는 가끔 일어나는 게 아니라 거의 예외 없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시장에서는 이 때를 ‘버블’이라 얘기하는데, 주가가 대단히 높기 때문에 이익이 늘어도 주가는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 지금 미국 대형 기술주가 그 단계에 도달한 게 아닌지 의심받고 있다.
 나스닥,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상승 중
나스닥이 어디까지 상승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과거 역사를 한번 살펴보았다. IT버블로 끝난 1990년대 상승은 1990년 10월에 시작됐다. 출발 당시 주가는 340 정도였다. 2000년 4월 5050까지 올랐으니까 10년에 걸쳐 15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 된다. 당시 IT는 엄청난 변화가 시작되던 시점이다. PC보급이 본격화돼 정보화 시대가 열렸고, 인터넷이 도입됐으며, 이동전화까지 나와 일상생활이 혁명적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그 변화가 얼마나 컸던지 세상에서는 1990년대를 3차 산업혁명이라고 얘기할 정도다. 주가도 유리했다. 나스닥 지수가 낮은 수준에서 출발해 충분한 상승 여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승은 2009년 3월 1200에서 시작됐다. 지금까지 10배 정도 올랐는데 기간 중에 스마트폰 보급이 이루어졌고, IT 성장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뀌는 등 성장 축의 변화도 있었다. 이런 점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이번 IT 호황은 1990년대보다 약하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기보다 1990년대 만들어진 기술을 한 단계 개선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런 제약 요인 때문에 대형 기술주의 영향이 집중된 나스닥의 추가 상승이 제한될 수 있다.

주가 상승 사이클을 비교해 봐도 비슷한 결론이 나온다. 금융위기 이후 나스닥은 네 번의 상승을 거쳐 현재가 됐다. 첫 번째는 1300에서 시작해 2년간 117% 상승한 후 끝났다. 두 번째는 2300에서 시작해 4년간 120% 올랐다. 세 번째는 4300에서 시작해 8100까지 88% 상승했다. 그리고 지금 네 번째 상승이 진행 중인데 올해 3월 6800에서 시작해 12000을 넘보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70% 가까운 상승으로 앞의 세 번에 비해 충분한 상승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스닥이 한번 상승하면 출발점에서 100% 가까이 올랐던 과거 사례를 따를 경우 14000까지 상승도 가정해 볼 수 있다. 지금보다 18% 더 오를 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승 여력 20%는 큰 숫자가 아니다. 이번 나스닥 상승이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됐다. 과거에는 나스닥 주가가 2배가 될 때까지 최소 2년 길면 5년이 걸렸는데 지금은 불과 6개월 사이에 70% 상승했고 지금 속도라면 100%까지 1년도 걸리지 않을 것 같다. 급등하는 과정에 매물 소화와 여러 여건 변화를 제대로 소화했는지 의문이다. 만약 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않았다면 주가가 하락하는 와중에 다시 등장할 수도 있다.
 연준, 정책 목표를 물가에서 고용으로 이전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이 ‘유연한 형태의 평균물가목표제(Flexible Form of Average Inflation Targeting)’ 도입을 공식화 했다. 물가상승률 2%라는 목표를 정해 이 수준을 넘으면 금리를 올리는 대신, 올해 물가상승률이 2%를 넘더라도 내년에 2% 밑으로 내려와 몇 년간 평균이 2%가 안 될 것으로 전망될 경우 굳이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정책이다. 이에 따라 선제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현재 선진국 중앙은행은 인플레보다 물가가 계속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을 더 걱정하고 있다. 이는 2% 물가를 목표로 정했지만 물가가 여기까지 오를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가 된다. 이럴 상황에서는 물가 목표를 1년 단위로 잡든 5년 평균으로 잡든 달라질 게 없다.

연준은 앞으로 물가보다 실업률을 염두에 둔 정책을 펼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정부가 대규모로 발행한 채권 인수에 나설 것이다. 중앙은행이 직접 정책에 끼어들기보다 정부를 지원하는 형태로 나갈 텐데 한국은행을 비롯한 다른 나라 중앙은행도 비슷한 형태로 정책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이 정책은 주식시장에 두 가지 영향을 준다. 고용회복을 통해 경기 활성화에 기여하는 건 긍정적이다. 반면 정부의 국채 발행 확대가 시중금리를 끌어올리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동력인만큼 이의 훼손은 주가에 부담이 될 것이다. 연준에서 평균 물가 목표제를 내놓은 후 미국 금리가 일제히 상승한 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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