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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 코로나19에 가려진 암 환자의 눈물] 전직 교수도 부인 암 투병에 차 팔고 아들 결혼까지 포기

[단독 | 코로나19에 가려진 암 환자의 눈물] 전직 교수도 부인 암 투병에 차 팔고 아들 결혼까지 포기

“한약·감기약보다 목숨 오가는 병 보장 먼저 해야”
사진:© gettyimagesbank
“몰고 다니던 그랜저는 팔고, 제 아들 결혼 때 쓰려고 모아둔 적금도 모조리 치료비로 썼어요. 아들이 희생해 줘서 고맙고 가슴이 아픕니다.”

60대 직장인 임성균(가명)씨의 인생은 지난해 10월 배우자가 폐암 진단을 받은 뒤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정보통신(IT) 전문가인 임씨는 IT 업계에서 종사하다가 공무원으로 임용됐고, 공직 생활을 마치고는 대학교수로 강단에 섰다. 식구들끼리 때때로 해외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배우자가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난 뒤부터는 돈이 될 만한 걸 내다 팔고 치료비를 구하러 은행을 들락날락해야 했다.

임씨는 “식구들이 행복했지만, 돈이 있을 때 써야 한다는 낭비적 생각이 지금 상황을 만들었다. 건강보험도 썩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암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찾아온다”며 지난해 일을 회상했다.

평소 건강하던 부인이 갑자기 몸이 쇠약해지고 머리가 쑤시듯 아프다며 통증을 호소해 급히 병원을 찾았다. 뇌 검사를 마친 전문의가 이상 증상이 보인다며 폐 X레이 검사를 했더니, 폐암이 발생해 뇌척수로 전이된 상황이었다. 부인이 암 진단을 받자 뒤늦게 인덕션을 장만하고, 세탁건조기와 공기청정기를 두 대나 구매했다.

임씨는 1년 가까이 치료를 하며 경제적 문제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타그리소라는 폐암·뇌전이 표적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는데, 문제는 비급여라는 점이다. 그는 현재까지 타그리소를 사는 데만 약 7000만원을 썼다.

임씨는 “처음에는 의사도 타그리소 처방을 안 했다. 인터넷에서 효과가 있는 약을 모조리 찾아봤고, DNA 분석 결과 의사도 적합한 약이라고 판단해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내는 지난해 11월부터 타그리소 복용을 시작해 3개월 만에 암 세포의 60%가량이 사라지는 등 상태가 크게 호전됐다. 그는 “1차 치료를 받다가 더는 약 효과가 없으면, 2차 치료에서야 타그리소를 처방한다. 1차 치료 때 이 약을 사용하면 내성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많은 사람이 내성이 오기도 전에 사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타그리소의 경우 미국·일본 등지서 1차 치료제로 승인됐고, 영국·일본·호주·대만 등지에서는 급여적용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1차 치료제로 승인됐지만, 비용문제로 급여가 되지 않는다. 효과·효능을 입증해 판단해야 할 분들이 가격 등 부차적 문제를 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공무원들은 만약 문제가 생기면 당신이 책임질 거냐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생명과 큰 관계없는 감기나 한방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예산 부족으로 암 치료제를 사용 못 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평생 먹어야 할 수도 있는 표적치료제를 급여화하는 게 먼저”라고 주장했다. 이어 “약 값 때문에 사람이 죽는 일이 생겨서 되겠는가. 건강보험재정이 엉뚱한 데 쓰이는 경우가 없는지부터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암 환자의 고통이 더욱 극심해졌다고도 했다. 임씨는 “식구 중 누군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자칫 아내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고, 외부인 접촉이 두려워 재택을 하다 보니 근육퇴화가 왔다”며 “병원에 오갈 때도 자비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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