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소극적이던 현대차…정의선호 깃발 달며 확 달라졌다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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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소극적이던 현대차…정의선호 깃발 달며 확 달라졌다

[10대 그룹 10년 M&A 추적 ③] 현대자동차그룹
10조 한전부지 빼면 조단위 전무…보스턴다이내믹스로 ‘시동’

 
 
기업의 M&A는 한국 산업의 변화를 나타내는 이정표다. 대전환의 시기였던 지난 10년 한국 경제를 이끄는 10대 그룹은 M&A를 통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체질개선에 내서며 숨 가쁘게 질주했다. 10대 그룹의 M&A를 보면 기업의 전략과 방향성이 보인다. 이코노미스트가 블룸버그 리그테이블 데이터를 분석해 한국 산업을 이끄는 10대그룹의 10년간 M&A를 해부했다.[편집자]

 
 
블룸버그 리그테이블에 등록된 현대차그룹의 159건의 딜을 분석한 결과 현대차그룹은 2011년부터 올해 3월까지 총 35건의 순수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24번의 인수 딜을 통해 13조7927억원 규모의 자산을 사들였고, 11번의 매각 딜로 약 4000억원 규모를 매각했다. 계열사간 인수합병 거래는 7건이었다.
 
현대차그룹의 M&A 건수는 다른 10대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거래 금액은 컸다. 국내 기업 역사상 가장 '통 큰' 딜이라고 평가받는 2014년 삼성동 한국전력공사(한전) 부지 인수 거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수 금액만 10조5500억원에 달했다.
 
한전 부지 인수를 제외하면 현대차그룹의 M&A 투자는 다른 그룹사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다. 인수 거래 상당수가 부동산이다. 올해 인수를 결정한 르메르디앙호텔(7000억원‧현대건설 및 FI)이 3번째 규모를 기록할 정도다. 부동산 거래를 제외한 주요 딜은 2014년 동부특수강 인수(2943억원), 2011년 녹십자생명(현 푸본현대생명) 인수(2390억원) 등 철강 및 금융사업 경쟁력 확보 등에 집중됐다.
 
부동산을 제외한 현대차그룹의 M&A 금액은 재계순위 2위를 다투는 SK그룹은 물론 4위 LG그룹에 비해서도 확연히 적은 수치다. 그러나 주목할 건 정의선 회장이 그룹의 결정권을 쥔 이후의 변화다.
 
현대차그룹의 인수 중 지난 10년간 두 번째로 컸던 딜은 지난해 말 발표된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건이었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결정하며 평가한 기업가치는 우리돈 1조2000억원에 달한다. 단순 금액으로 보면 1997년 기아 인수와 비견될 정도의 큰 딜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 매출이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한 기술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M&A 역사에도 기록될 만하다.
 
순수 M&A 집계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주목해야 할 딜도 여럿 있다. 미국 앱티브와 설립한 조인트벤처(JV) ‘모셔널’이 대표적이다. 현대차와 기아 그리고 모비스는 이 JV에 20억 달러(약 2조2356억원)을 투자했다.
 
앱티브는 제너럴모터스(GM)의 계열사였던 세계적 차량 부품업체 델파이에서 2017년 12월 분사한 기업이다. 차량용 전장부품과 자율주행 전문업체로 인수 당시 세계 3위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앱티브와 JV는 글로벌 자율주행 분야에서 변방에 있던 현대차그룹의 위상을 단숨에 키워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셔널 외에도 정의선 체제 현대차그룹은 2017년 정 부회장 직속의 전략기술본부를 설립하고, 미래차 및 신사업 분야의 다양한 영역으로 투자를 단행했다. M&A데이터 만으로는 이런 변화가 잘 드러나진 않는다. 다만 투자 건수를 보면 변화상을 짐작할 수 있다.
 

정의선 회장 취임 후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에 대규모 투자  

 
수년간 한자리수에 그쳤던 그룹의 투자 내용이 2018년부터 두 자리로 늘어났다. 투자 건수는 2018년 14건, 2019년 22건, 2020년 16건 등이었으며 올 해 들어서도 쉴 틈 없이 투자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 미국 오로라, 메타웨이브 등에 투자했고 인도 올라, 동남아시아 그랩, 호주 카넥스트도어 등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에도 대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최근에는 자동차 원격조종 분야 스타트업인 ‘오토피아’에도 투자했다. 전략기술본부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 텔아비브, 독일 베를린, 중국 베이징에 연달아 ‘크래들’ 조직을 만들고 각 지역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자산 매각 역시 부동산에 집중된 모습이다. 매각 중 가장 큰 딜은 정 회장의 매형인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부회장)가 최대주주로 있는 서울PMC에서 나왔다. 서울PMC는 2017년 신일산업(현 신일전자)에 서울 영등포 토지와 건물을 66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서울PMC는 중림동 건물 매각(540억원)으로 네 번째로 큰 매각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2015년 현대카드‧캐피탈 홍대사옥 매각(570억원), 지난해 현대제철 신사동 사옥 매각(483억원) 등이 주요 매각 딜이었다. 두 번째로 큰 매각 딜은 2015년 진행된 현대모비스의 중국 합작사 경영권 매각이었는데, 인수자가 현대차그룹의 협력사인 덕양산업이었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M&A·지분투자·JV 등의 투자 시계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견된다. 현대자동차 법인 한 곳에서만 오는 2025년까지 60조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중 전략투자는 10조1000억원 수준으로,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적극적인 M&A를 전개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전략투자 계획만 하더라도 현재 현대차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2020년말 기준 9조8621억원)을 상회한다.
 
그룹 전체로 보면 투자 여력은 훨씬 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보유한 현금 보유액(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은 83조6986억원에 달한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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