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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프로의 환율 돋보기] 자산시장의 복병과 심리적 편향

미국 연준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회복 시기도 달러화 경로에 영향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연방준비은행 [신화=연합뉴스]
유동성 효과와 글로벌 경제 회복이 맞물리며 대부분의 자산 가격이 올랐다. 코스피는 연초 이후 주춤하지만, 다른 국가들의 증시를 압도한 전년도의 눈부신 랠리 이후 상대적 부진으로 볼 수 있다. 미국 나스닥(NASDAQ)지수도 전년도의 랠리 탓에 올해는 상승세가 다소 뒤처졌지만,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 등은 고공행진 중이다.
 
중국 주식시장도 2월 춘절 연휴 이후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이다. 올해 정책 기조가 부양을 자제하는 상당히 보수적인 방향인 탓이다. 또 알리바바, 텐센트를 포함한 핀테크(fintech) 기업에 반독점 규제를 엄격하게 들이대는 것도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산가격 랠리에 온도차 존재

 
원자재 가격도 자산 종류별로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 방향이 같다. 구리나 철광석 등 산업 수요를 반영하는 원자재 뿐 아니라 농산물, 목재 등 안 오르는 게 없다는 말이 지나치지 않다. 사실 농산물 가격은 기술 발전으로 인해 생산 효율이 향상되면서 지난 오랜 기간 장기적으로 하락해 왔다. 하지만, 지난 여름부터 가격이 대폭 상승하고 있다. 중국의 왕성한 수입 수요가 농산물 가격을 지탱하는 가운데, 온난화로 상징되는 기후변화로 인해 식량 시스템이 붕괴될 리스크 역시 점차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다만, 국제 금 가격과 은 가격은 랠리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미 랠리를 펼친 탓이다.  
 
그나마 채권 가격은 올 들어 하락했다. 경제 정상화 및 인플레이션 기대를 반영하여 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국채 금리는 실질 금리와 인플레이션 기대로 나눌 수 있는데, 실질 금리 상승은 제한된 반면 인플레이션 기대가 많이 상승했다. 다만, 4월에는 미국채 금리도 상승세를 멈추고 흘러내렸다. 향후 미국의 백신 접종률이 더욱 높아져 집단 면역에 도달하고 경제 정상화가 이뤄지면 미국의 실질 금리 상승이 다시 미국채 금리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금 가격은 미국의 실질 금리 상승과 역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미국의 실질 금리가 상승한다면 국제 금 가격은 상방보다 하방 리스크가 커진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실질 금리와 원달러 환율 추이 [자료=Refinitiv]
  
그런데, 이러한 자산 가격의 랠리에 가장 큰 복병은 미국 달러화다. 달러화 가격이 강하게 상승하면 자산시장 전반에 부담을 가하게 된다. 특히, 주식시장과 원자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래서 시장의 시선이 향하는 곳이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준(Fed)이다. 연준의 전폭적인 완화정책은 달러화 신용을 통해 전세계 자산시장의 가격을 밀어 올리는 경향이 있다. 연준이 태도를 바꾸면 시장 전체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은 금년 말이나 내년 초에 테이퍼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이퍼링에 앞서 시장에 신호를 보내겠다는 연준의 계획을 볼 때 미국의 집단면역 달성 시점인 여름 전후로 연준의 메시지에 더욱 이목이 집중될 것이다.
 
그런데, 1분기 미국 GDP 성장률(6.4%, 잠정치)이 1984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덕분에 차기 FOMC 회의(6/15~16일)에서 테이퍼링 신호가 나올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연준은 8월 글로벌 중앙은행가들의 연례 행사인 잭슨홀(Jackson Hole) 미팅을 다시 소통의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  
 
연준이 전년도에 평균인플레목표제(AIT : Average Inflation Target)로의 통화정책 프레임 변화를 공식화한 것도 잭슨홀 미팅이었다. 연준이 테이퍼링 소통에 나서는 상황은 미국 경제의 회복 전망이 아니라 그들의 공언대로 현실적 증거를 확인한 이후가 될 것이다. 이는 여전히 마이너스 영역에서 맴돌고 있는 실질 금리의 상승을 수반할 수 있는 만큼 달러화 매력을 다시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경제 회복 모멘텀은 긍정적 시그널

 
하지만, 연준이 완화정책을 축소하거나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서 환율이 반드시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그 반대 사례로 대표적인 시기가 2013년 하반기와 2017년이다. 2013년에는 연준이 5월에 테이퍼링을 언급하면서 미국 실질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화가 한 달 남짓 상승했다. 그러나 2013년 하반기에 들어서자 원달러 환율은 크게 하락했다. 다른 신흥국과 달리 한국 경제의 대외 건전성 지표가 부각되며 원화 매력을 높였던 때다. 반면, 2017년은 반도체 호황기 등 글로벌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한국의 수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덕택에 환율이 1년 내내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국의 수출이 증가하는 국면에서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즉,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어 수요가 증가하면 한국의 수출이 덩달아 호조를 보이면서 한국 기업 이익은 증가하고 기업 주가의 상승과 원화 가치의 상승, 즉 원달러 환율 하락이 동반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미국 연준의 행보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수출 모멘텀을 좌우할 글로벌 경제의 회복 시기와 강도 역시 중요하다. 연초 주춤했던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3월부터 다시 상승하는 것은 긍정적 조짐이다.  
 
연준이 자산시장에 단기 충격조차 없이 장기간에 걸친 유동성 흡수 과정을 원만하게 진행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따라서,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을 언급하며 시장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부정적 뉴스를 앞으로 자주 접하게 될 것이다. 경각심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명심할 것이 있다.  
 
우리는 부정적인 정보가 나타나면 다른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것에 더 비중을 두는 부정성 효과(Negativity effect)에 빠지기 쉽다. 부정적 자극에 위협을 느껴 생리적, 심리적으로 각성되면 부정적인 정보에 끌려 더 부정적인 정보만 받아들이는 악순환에 빠지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실제 기울여야 할 경계심보다 지나치게 자주 금융시장을 부정적으로 보기 쉽다. 부정적인 의견을 접하고 자산을 팔았다가 다시 오르는 것을 보며 되샀던 경험이 있거나 그런 충동을 느꼈다면 유념할 필요가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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