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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 선점 속도 올리는 SK…'본격 베팅 나섰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만 약 8000억원 투자
왓슨 2대 주주 이어 솔리드에너지시스템 3대 주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SK그룹]
SK그룹 지주회사이자 투자전문회사인 SK가 전기자동차 분야에 약 8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신(新)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꼽히는 동박 글로벌 1위 제조사인 중국 왓슨을 비롯해 전기차 초(超)급속 충전기 제조사,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개발사 등에 지분 투자를 이어가면서 전기차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SK는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평가받는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사인 솔리드에너지시스템(이하 솔리드에너지)에 400억원을 투자했다고 11일 밝혔다. 2018년 300억원 투자에 이은 후속 투자로, SK는 이번 투자로 솔리드에너지의 3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2012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소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솔리드에너지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미국 보스턴과 중국 상하이에 연구소와 시험 생산 시설 등을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리튬메탈 배터리 시제품 개발에 성공하는 등 독자 기술력을 갖춘 회사로 알려져 있다.  
 
지난 3월엔 글로벌 자동차업체인 GM과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해 리튬메탈 배터리 상업화에 가장 근접한 개발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솔리드에너지와 GM은 2023년까지 보스턴 인근에 리튬메탈 배터리 시험 생산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최종 상용화 목표 시점은 2025년이다.  
 
배터리업계 등에 따르면 리튬메탈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용량 성능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 용량이 10배 정도 크고 높은 전류량을 송출·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배터리 부피·무게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데다, 주행 거리는 2배 이상 늘릴 수 있는 장점도 있어 차세대 음극재 신소재로 꼽힌다. SK 측은 “주요 배터리 개발사와 완성차 기업들이 리튬메탈을 사용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솔리드에너지의 핵심 경쟁력은 자체 기술 개발로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의 난관으로 거론된 안전성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이다. 리튬메탈은 에너지 용량은 높지만 충전 시 리튬이 음극 표면에 쌓여 배터리 성능을 저하시키고 분리막을 훼손하는 등 이른바 덴드라이트(Dendrite) 현상이 발생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솔리드에너지는 리튬메탈에 고체 형태의 폴리머코팅을 입히고 리튬의 덴드라이트 형성을 억제하는 고농도의 전해질을 사용해 안전성 문제를 해결했다. 배터리업체들이 덴드라이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고체 배터리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여러 기술적 난관 등으로 상용화는 물론 시제품 출시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예측이다.  
 
솔리드에너지는 고체보다 구현이 용이한 액체 전해질과 고체 코팅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의 리튬메탈 배터리를 상용화해 관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솔리드에너지의 리튬메탈 배터리가 전기차 배터리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드론 등 각종 기기에 적용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SK 안팎에선 “솔리드에너지의 미국 증시 상장 추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돼 상장 이후 솔리드에너지 지분 가치도 대폭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배터리 개발사인 미국 퀀텀스케이프의 경우, 지난해 9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는데, 당시 약 33억 달러(약 3조7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글로벌 첨단소재 기업으로 입지 구축

 
배터리 시장은 전기차 수요 증가 등의 흐름과 함께 향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는 전 세계 배터리 수요가 2019년 219GWh(기가와트시)에서 2030년 3612GWh로 17배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외 주요 배터리업체들이 공장 증설, 차세대 배터리 개발 등에 나서는 이유다.  
 
첨단소재, 그린, 바이오, 디지털 등 4대 핵심 사업을 추진 중인 SK는 이번 솔리드에너지 투자를 포함해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만 약 8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했다. 가장 대표적인 투자가 전 세계 1위 동박 제조사인 왓슨 지분 투자다. SK는 2019년과 2020년 등 두 차례에 걸쳐 동박에 37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다. 올해에는 전기차 초급속 충전기 제조사인 한국의 시그넷 EV를 2930억원에 인수했으며, 국내서 유일하게 실리콘카바이드(탄화규소) 전력 반도체를 양산하는 기업인 예스파워테크닉스에 268억원을 투자했다.  
 
김양택 SK 첨단소재 투자센터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글로벌 1위 동박 제조사 왓슨과 차세대 전력 반도체 기업인 예스파워테크닉스 투자 등을 통해 전기차 핵심 소재와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데 주력해왔다”며 “향후 배터리 양극재·음극재 분야에서도 차세대 신소재를 선점해 글로벌 첨단소재 기업으로의 입지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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