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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업계가 AI 신약 개발에 빠진 이유…시간과 자본 획기적으로 줄여줘

'제약·바이오산업 진단과 이해' 웨비나에서 AI 신약 개발의 현재 설명
제약사와 테크 스타트업의 오픈 이노베이션 활발하게 진행 중

 
김화종 AI신약개발지원센터 센터장이 '제약·바이오산업 진단과 이해'라는 주제의 웨비나에서 '인공지능 신약개발, 어디까지 왔나'를 발표했다. 사진은 김화종 센터장의 발표 장면. [사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지난 26일부터 27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제약·바이오산업 진단과 이해'라는 주제의 웨비나(Webinar,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웨비나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김화종 AI신약개발지원센터장이 발표한 '인공지능 신약개발, 어디까지 왔나'라는 주제의 세미나였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제약사뿐만 아니라 대학병원, 연구소, 정보통신기술(ICT)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통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이 한창이다. AI를 활용하면 막대한 연구비용과 시간이 드는 신약개발 단계에서 리스크를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발행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 국내·외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전통적인 신약개발은 평균 약 15년이 소요되며, 약 5000~1만여 개 중 1개만이 최종 신약개발에 성공한다.
 
이에 반해 신약개발 관련 사전지식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에 활용하면 신약개발 방법을 빠르게 제안할 수 있게 된다. AI를 신약개발에 도입하면 기간과 비용, 인력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후보물질 도출 단계에서 제약사가 전통적인 방법을 적용하면 신약개발 대상 질병을 정하면 관련 논문 400~500개를 필터링해 후보물질을 탐색해야 한다. 
 

통신사 SK텔레콤도 AI 활용 신약개발에 뛰어들어 

AI 기술을 활용하면 인공지능은 한 번에 100만 건 이상의 논문 탐색과 1010개의 화학물 탐색이 가능하다. 연구자 수십 명이 1~5년간 해야 할 일을 하루 만에 진행할 수 있다. 임상시험 단계도 마찬가지다. 화합물 구조의 정보와 생체 내 단백질의 결합능력을 계산해 신약 후보 물질들을 먼저 제시할 수 있다. 또 병원 진료 기록을 토대로 연구하고 있는 질병과 관련성이 높은 임상 대상 환자군도 찾을 수 있다. 유전체 변이와 약물의 상호작용을 예측해 임상 실험 디자인 설계 및 맞춤형 약물의 개발 단계에서의 시행착오를 현저하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 방식과 AI를 활용할 때를 비교해보면 1개 신약개발에 드는 시간이 평균 13년에서 9년으로, 비용은 1200억 엔에서 600억 엔으로 각각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예측된다. 후보물질발굴에서 임상까지는 통상 4.5년이 필요한데, AI를 활용하면 그 기간을 무려 12개월로 대폭 단축할 수 있다.
 
이미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사노피 등 30개 이상의 글로벌 제약사들은 인공지능 신기술에 대하여 투자하고 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사 등 글로벌 IT 기업들도 신약개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구글은 2019년 9월 사노피와 함께 AI 활용 신약개발을 위한 ‘이노베이션 랩’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사, 대형병원, 연구소 등도 AI 신약개발을 위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체 중에는 한미사이언스, 유한양행, SK케미칼, 대웅제약, 보령제약, JW중외제약, 한독 등이 현재 AI 플랫폼을 이용해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SK케미칼은 지난 1월 AI 신약 개발 업체 스탠다임과 공동 연구로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 물질을 발굴하고,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이는 SK케미칼이 AI 신약 개발 업체와 공동 연구로 이뤄낸 첫 성과다. SK케미칼은 지난 2019년 오픈 이노베이션 T/F를 신설했다. 내부에 축적된 신약 개발의 역량을 기반으로 더욱 다양한 후보물질을 효과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국내 유수의 빅데이터 연구진 및 AI 전문업체와 손잡고 신약 개발을 추진했다.
 
SK케미칼은 스탠다임 외에도 디어젠, 닥터노아바이오텍 등 국내외 다수 AI 플랫폼 업체들과 신약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이중 디어젠은 지난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치매융합연구센터장)와 협약을 체결하고 AI 기술을 활용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발굴에도 나섰다. 양사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통합 데이터베이스 구축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타깃 후보군 발굴  ▶선도물질 개발 ▶신약 발굴 등의 범위에서 공동연구를 진행한다.
 
JW중외제약은 국내 제약사 최초로 유럽 최대 AI 활용 바이오신약 클러스터와 제휴를 맺고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바이오벤처 보로노이와 양사의 핵심 기술을 접목한 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해 ‘STAT3 Protein Degrader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JW중외제약이 개발 중인 STAT3 타깃 저분자 항암신약 후보물질에 보로노이의 독자적인 단백질 분해 기술인 Protein Degrader(프로탁·PROTAC)를 적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차세대 혁신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로노이는 화합물 설계, 합성부터 임상 후보물질 도출까지 신약개발 전 과정에 AI를 접목해 개발기간을 경쟁사에 비해 단축하고 있다.
 
ICT 기업 SK텔레콤도 AI로 인간 유전체(게놈)를 분석해 신약 개발에 나섰다. SK텔레콤은 AI를 활용해 인간 유전체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신약을 적용할 목표 유전자(타깃)를 발굴하는 협약을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 지니너스와 체결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SK텔레콤은 분야별로 적합한 AI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는 AI 자동화 플랫폼 ‘메타러너’를 활용한다. 메타러너가 지니너스가 제공하는 유전체·임상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해 유전체 분석 AI 알고리즘을 짠다. 지니너스는 알고리즘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신약 타깃을 선별해 신약 개발을 위한 후보물질을 정할 계획이다.
 
김화종 AI신약개발지원센터 센터장은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에 대해 “혼자 다 하는 시대는 끝났다. 심지어 경쟁사. 고객, 정부 기관과 제약사 같은 경우 병원, 연구소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유할 수 있는 협력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시장 규모는 연 평균 40%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오는 2024년 40억 달러(4조 47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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