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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도 발 뺐는데”…신세계, 이베이코리아에 ‘올인’

미국 이베이 본사와 ‘프로그레시브 딜’ 추진
‘적자에 성장세도 뚝’…SSG 생존 위해 필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이베이코리아 본사 모습. [연합뉴스]
 
신세계가 ‘이커머스 왕국’을 꿈꾸고 있다. 3년 전 그룹 통합 이커머스 법인 SSG닷컴을 출범한 데 이어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목전에 뒀다. 당초 함께 동맹을 맺었던 네이버는 발을 뺀 상황으로, 비싼 ‘몸값’도 문제지만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시너지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신세계 내부에서도 이베이 인수를 둘러싼 이견이 나오지만, 단독으로라도 인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세계가 2조원 후반대를 제시한 롯데보다 5000억~6000억원을 더 제시한 데는 그만큼 간절함이 작용한 것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 이면엔 SSG닷컴의 성장을 넘어 생존이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에 이베이코리아가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신세계 ‘유력’하지만… 제3자 낙찰 가능성도  

 
IB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단일 후보로 미국 이베이 본사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베이코리아 지분 80%를 3조5000억원에 인수하는 조건으로, 당초 네이버가 맡기로 한 인수 금액의 20%를 뺀 나머지다.  
 
최종 인수 가격과 조건이 얼마인지는 아직 미확정 상태다. 신세계 이마트가 최종 인수자라는 것 역시 공식적으로 밝혀진 상황은 아니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베이 본사와 논의를 진행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전경. [사진 연합뉴스]
 
이번 딜 자체가 우선인수협상대상자가 없는 ‘프로그레시브 딜(경매호가 입찰 방식)’이기 때문. 이 방식은 최종 낙찰자가 나올 때까지 이베이 본사가 인수 희망 기업과 개별 접촉을 통해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쪽과 계약하는 형태다.  
 
인수전 최종 문턱에서 발을 뺀 롯데가 갑자기 더 높은 몸값을 이베이 본사에 제시하면 롯데가 최종 낙찰자가 될 수 있는 딜이라는 얘기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본입찰과 무관하게 계속해서 딜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딜 자체가 공개입찰 성격이라기보다는 좋은 조건과 몸값을 제시한 데에 암암리에 줄 수 있는 방식으로 알고 있다”며 “최종 낙찰자로 도장을 찍기 전까진 신세계뿐 아니라 롯데나 어디에도 다 열려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딜 방식에 변수가 있다고 해도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품에 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인수 자금을 조달하는 데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등 주요 은행 5곳과 증권사로부터 투자확약서(LOC) 및 대출의향서(LOI)를 확보해 놨다. 인수금융 외에도 ▲하남 스타필드 담보대출 ▲회사채 발행 등 자체 신용과 담보를 기반으로 이베이코리아 인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2023년 거래액 10조원, IPO 추진 약정  

업계에선 그만큼 신세계에 이베이코리아가 절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를 품에 안으면 단숨에 이커머스 업계 2위 사업자로 등극하면서 온라인쇼핑의 부진함을 털게 되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SSG닷컴 생존이 달려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SSG닷컴 네오003 물류센터. [사진 연합뉴스]
 
바로 SSG닷컴 상장이다. SSG닷컴은 2018년 10월 해외 투자운용사 ‘어피니티’, ‘비알브이’와 향후 이커머스 사업 성장을 위한 1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확정하면서 조건으로 5년 내 거래액 10조원, IPO(기업공개) 추진 등의 약정을 뒀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은 SSG닷컴에 풋백옵션(환매청구권) 요구할 수 있다.  
 
지난해 SSG닷컴 거래액은 3조9000억원 수준으로, 시장점유율은 2.4%에 불과하다. 문제는 SSG닷컴의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는 점이다. SSG닷컴의 지난해 분기별 거래액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1분기 40%, 2분기 42%로 상승했으나 3분기 36%, 4분기 30%에 이어 올 1분기에는 14%까지 뚝 떨어졌다. 증권업계에서 추산하는 SSG닷컴의 올해 거래액은 4조2000억원 수준. 이 성장률대로라면 2023년 거래액 10조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SSG닷컴의 핵심 시설인 네오 증설이 어렵고 SSG닷컴의 거래액 정체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PP센터(오프라인 할인점) 활용도를 높일 수 있지만 자동화 설비로 가동되는 네오에 비하면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베이코리아는 신세계에 반드시 필요한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베이코리아를 안게 되면 연간 거래액은 23조9000억원. 점유율은 14.8%로 늘어난다. 여기에 이베이코리아가 흑자를 내는 기업인 점을 고려하면 거래액 달성과 동시에 SSG닷컴 상장이 무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강희석 대표가 이마트와 함께 SSG닷컴을 동시에 맡게 된 뒤 티몬에 CFO로 있던 최영준 재무담당 부사장을 영입한 것도 상장을 위한 수익성 개선과 몸집 슬림화 작업 때문인 것으로 안다”며 “그만큼 SSG닷컴 상장이 그룹 내 핵심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SSG닷컴 ‘자체 성장’에 붙는 물음표  

메인플레이어 사업자가 된다는 것도 이베이코리아가 필요한 요소다.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품게 되면 이커머스 시장 2위 사업자로 도약한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12% 수준으로, 네이버(18%)와 쿠팡(13%)에 이어 3위다. 여기에 신세계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 점유율 2.4%를 더하면 이커머스업계 대표 주자인 쿠팡을 앞선다. 말 그대로 네이버, 쿠팡과 함께 이커머스 시장 3강 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셈이다.
 
경기도 김포의 신세계 온라인 물류센터에서 한 직원이 상품을 포장하고 있다. [사진 SSG닷컴]
 
반면 업계에선 SSG닷컴의 단독 성장에 걸림돌이 많다고 보고 있다. SSG닷컴의 경우 식품부분 의존도가 높은 데다 일일 배송능력이 400만건을 넘어서는 쿠팡에 반해 15만건의 미미한 수준을 보여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지 못한다.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가까운 거점 이마트 매장에서 배송해 발생하는 PP센터 거래 특성상 이마트 마진율을 일정 부분 잠식할 수 밖에 없어 수익 구조도 불안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 비중이 높다는 건 직매입 비중이 높다는 건데 코로나19 이후 식품이나 생필품 판매 비중이 낮아지면 이런 구조는 독이 될 수 있다”며 “당장 거래액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진 몰라도 팔면 팔수록 적자를 보거나 재고 비율 부담도 높다”고 말했다. 
 
또 “이베이코리아의 미래가 밝지 않지만 SSG닷컴의 자체 경쟁력도 낮아지는 상황에서 이래나저래나 이베이를 품지 않고 메인플레이어가 되기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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