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데이터센터와 AI데이터센터, 뭐가 다르지?"…특별법 남은 숙제들
- [AI 데이터센터, 4개의 벽 넘어라]⑥
내년 3월 AIDC 특별법 시행…인허가 일괄처리·전력 특례
이달 중 하위법령 확정되지만 AIDC 인정 범위와 세제 문제 등 산적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김정훈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지만 이를 돌릴 AI 데이터센터(AIDC) 하나를 새로 짓는 데는 약 3년이 걸린다. 부지를 확보한 뒤 전력 공급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전력계통영향평가(대규모 전력 사용시설이 기존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 건축·개발행위, 소방 등 여러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AI 반도체의 변화 속도는 훨씬 빠르다.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용 차세대 아키텍처를 1년 주기로 내놓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사이 반도체는 몇 세대가 바뀔 수 있는 셈이다. 정부가 지난 6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을 만든 것도 이런 시간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내년 3월 10일 특별법이 시행되면 인허가 절차가 간소화되고 비수도권 AIDC에는 전력계통영향평가 특례도 적용된다. 다만 어떤 시설을 AIDC로 인정할지, 전력 특례를 어디까지 적용할지 등 핵심 기준은 아직 하위법령에 남아 있다. 건축 등 다른 법률과 얽힌 규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인허가 빨라지지만…‘주민 반대’ 문제 여전
특별법의 핵심은 AIDC를 짓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기업들의 법률자문도 대부문 인허가 문제에 쏠려 있다. 현재 특별법에서는 AIDC 사업자가 신청하면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비롯해 에너지 관련 협의, 건축·소방 관련 절차 등을 일괄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처리기한도 전력계통영향평가는 150일, 에너지 관련 협의와 각종 심의는 90일, 건축·소방 관련 절차는 4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했다. 다만 실제로 법 시행 시 사업기간이 얼마나 단축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임형주 법무법인 율촌 AIDC센터장은 “AIDC 특별법이 시행되더라도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관련 개별법에 따른 인허가와 절차가 여전히 주요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수도권 전력계통 포화로 신규 접속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전력계통영향평가, 전기사업법상 접속 절차, 발전설비 관련 환경영향평가 등이 연쇄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전력망 확보와 관련한 절차를 보다 신속하고 일관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법에 따르면 비수도권 AIDC에는 전력계통영향평가 특례가 적용된다.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집중되면서 전력망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절차가 전력 여유가 있는 지방 사업에도 일률적으로 적용돼 사업 속도를 늦춘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하지만 주민 수용성 부분은 풀어야 할 과제다.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경우 주민들이 전자파와 소음, 대규모 전력시설 등을 우려해 반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사업자가 주민 반대로 인한 인허가 거절 처분에 대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에 나서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부담이다.
김용길 법무법인 지평 AI인프라센터 변호사는 “문제는 결국 시간”이라며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고 자기자본만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인허가가 불확실성에 빠지고 법적 분쟁이 장기화되는 것 자체가 사업자에게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적 대응은 가능한 선택이지만 사업자가 선뜻 선택하고 싶은 방법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돈도 문제다. AIDC는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세제 지원 여부도 사업성을 좌우한다. 현재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일부 전력·냉각·공조설비 등은 요건을 충족하면 국가전략기술 사업화시설 투자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대기업의 기본공제율은 투자금액의 15%다.
문제는 코로케이션·임대 방식이다.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공간과 전력·냉각 인프라를 구축해 다른 기업에 제공하면 시설 투자자와 실제 AI 연산을 수행하는 사업자가 달라진다. 이 경우 어떤 설비를 국가전략기술 사업화에 직접 사용한 투자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다.
SK텔레콤도 지난 8월 국회 토론회에서 코로케이션 등의 사업구조에서는 AI 전용 사용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워 실제 세액공제를 받은 AIDC 사업자가 아직 없다는 취지의 문제를 제기했다.
AIDC 특별법 자체에는 모든 AIDC 사업자의 법인세나 취득세를 일괄 감면하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대신 AIDC 특구에는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지원과 일부 부담금 감면 근거가 마련됐다.
어디까지가 AIDC일까...범위 논쟁
내년 3월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하위법령은 10월 중 발표될 것이 유력하다. 현재 하위법령 마련 과정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 가운데 하나는 어디까지를 AIDC로 인정할 것이냐다.
특별법은 AIDC의 설비와 규모 등에 관한 세부 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했다. 어떤 시설이 AIDC로 인정되느냐에 따라 지원과 특례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특별법 하위법령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송도영 법무법인 지평 AI인프라센터장은 “AIDC를 정의할 때 전력밀도 등 구체적인 수치를 놓고 산업 범위를 넓혀 많은 사업자가 진흥 대상에 들어와야 한다는 입장과, 지나치게 넓히면 실제 산업 기여가 크지 않은 시설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며 “현재 이를 조정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기존 데이터센터를 AIDC로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AI용 GPU는 기존 서버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쓰고 열도 많이 낸다. 장비 무게도 늘어나 기존 건물의 전력·냉각설비는 물론 바닥 하중이나 층고까지 문제가 될 수 있다.
송 센터장은 “새로 AIDC를 짓는 것은 큰 문제가 없지만 기존 데이터센터를 전환할 경우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며 “전력과 장비 무게, 높이 등의 문제로 기존 시설을 고쳐 쓰기보다 철거하고 새로 지어야 한다는 의견과 전환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함께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법이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AIDC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력·냉각·IT 장비를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형 데이터센터다.
문제는 기존 법체계가 이런 시설을 전제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듈형 데이터센터를 건축물로 볼지 설비로 볼지에 따라 적용되는 규제가 달라지고, 시행령만으로 건축법 등 다른 법률의 문제까지 해결하기도 어렵다.
송 센터장은 “모듈형 AIDC나 엣지 형태의 소규모 데이터센터를 어떻게 포섭할지도 앞으로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법 시행과 동시에 개정 작업도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특별법 시행 이후에도 AIDC 수요 기업들의 법률 자문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진석 율촌 AIDC센터장은 “데이터센터 개발에 관한 자문뿐 아니라 전력 확보, 부지 선정, 인허가, 투자 및 사업구조 설계 등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종합적인 법률 검토를 요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현재 운영중인 데이터센터에 대한 지분투자 거래 및 인수합병(M&A) 거래도 늘고 있으며, GPU 구매를 위한 금융조달이 활성화되는 등 자문 분야도 보다 세분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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