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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진단 AI ‘왓슨’ 빈자리 누가 채우나…치료까지 넘보는 한국 AI스타트업

루닛, 면역항암제 반응하는 환자 AI로 찾아내
美 바이오 기업이 지분 투자, 해외진출 길 열려
‘진단 강자’ 뷰노는 방사선치료 정확도에 집중

 
 
유방암·폐암 진단보조 AI '루닛 인사이트'(왼쪽)와 항암제 반응 예측 AI '루닛 스코프'. [사진 루닛]
“친애하는 왓슨! 격변하는 이 시대에 자네는 변함이 없군.”
 
유명 추리소설 시리즈 〈셜록 홈즈〉는 홈즈가 파트너 왓슨에게 건네는 말로 끝을 맺는다. 현직 의사였던 왓슨은 마지막까지 은근한 비아냥을 받은 셈이다.  
 
이런 처지는 의료계의 ‘왓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11년 IBM이 선보였던 인공지능(AI) 왓슨은 암 진단 정확도를 높일 주역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 기대만 못 한 정확도에 위기를 겪고 있다. 게다가 의료AI 스타트업들이 암 치료에 도전하면서 왓슨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진 모양새다.  
 
대표적인 곳이 국내 의료AI 스타트업인 루닛이다. 지난 19일 루닛은 미국의 바이오 헬스케어기업인 ‘가던트헬스(Guardant Health)’로부터 약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후속 투자를 받았다. 이번 투자로 가던트헬스는 루닛의 2대 주주가 됐다. 국내 의료 분야 스타트업계에선 흔치 않은 투자액이다.  
 
투자액만큼이나 주목받는 건 투자사인 가던트헬스다. 이곳은 암 정밀 분석법인 액체생검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 미국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중 80%가 이곳 제품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업체는 2011년 설립 이후 한 번도 지분 투자를 한 적 없다. 그런데 루닛에 투자한 이유가 뭘까.

 
가던트헬스는 루닛이 개발하고 있는 AI 기반 소프트웨어 ‘루닛 스코프’(이하 스코프)에 주목했다. 스코프는 면역항암제의 반응률을 예측하는 AI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지 않고 주변 면역세포를 자극해 항암 효과를 낸다. 그만큼 부작용을 줄이고, 완치율은 높일 수 있다.  
 
문제는 환자마다 효과가 제각각이란 점이다. 기존엔 암 조직을 떼서 분석한 결과 ‘PD-L1’이란 단백질을 발견했을 때만 면역항암제를 썼다. 그런데 이 방법에 스코프 분석을 더했더니 100명 중 42명에 머물렀던 적합 환자가 62명으로 늘었다. 50%가량 늘어난 것이다.  
 
가던트헬스는 투자와 함께 루닛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스코프의 AI 역량을 자사의 조직검사 기술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루닛 관계자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루닛 스코프의 대규모 유통 및 판매 채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한시적 비급여 적용 등 지원 뒤따라야

지난 13일 열린 뷰노-온코소프트 양해각서(MOU) 체결식. [사진 뷰노]
루닛과 함께 AI 기반 암 진단에서 두각을 드러낸 뷰노도 본격적으로 암 치료시장에 뛰어든다. 뷰노는 지난 13일 AI 기반 방사선 정밀 암 치료 소프트웨어 기업 ‘온코소프트’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암 치료 솔루션 공동 연구·개발하기로 했다. 뷰노는 이번 협력을 위해 온코소프트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한다.

 
암세포에 방사선을 쬐게 해서 죽이는 방사선치료는 주변의 정상 세포까지 죽이는 문제가 있었다. 온코소프트는 방사선 조사량을 미세 조정해 부작용을 최소로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피해를 줄이자면 암의 크기와 위치를 정확하게 측정해야 한다. 이 업체가 뷰노와 손을 잡는 이유다.  
 
의료AI 스타트업의 ‘암 치료’ 공언은 이어지지만, 실제 매출로 이어지려면 건강보험 급여화가 뒤따라야 한다. 국내 병원들이 왓슨을 포기하는 속사정에도 비용 부담이 있었다. 진단 정확도를 높여도 환자나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할 수 없었다. 의료AI 기업의 매출이 100억원 미만에서 맴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도 손 놓고 있진 않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에 대해 한시적으로 비급여 항목에 올리는 등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진 선언 수준에 그친다.  
 
한 의료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를 통틀어도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에 건강보험을 적용한 사례는 없다”면서도 “항암제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여 의료비를 낮출 수 있다면 당국에서도 선제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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