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단독] 퇴역 예정이던 대한항공 ‘에어버스 A380’...현장 복귀 신호탄
- 대한항공 HL7619 항공기, D체크 이후 인천 7일 복귀
인천~마닐라~인천 향하는 추가 시험 비행도 예정돼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대한항공의 에어버스 A380-800(등록번호 HL7619)이 중정비를 마치고 현장에 복귀할 전망이다. 당초 대한항공은 오는 2026년까지 A380 기종을 순차적으로 퇴역시킬 계획이었지만, 이번 복귀는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에 유연하게 대응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9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대한항공 A380 항공기 HL7619의 시험 비행이 시작됐다. HL7619은 지난 7일 마닐라에서 출발해 한국으로 향하는 첫 시험 비행을 마쳤다. 이어 5월 11일에는 인천국제공항(RKSI)에서 필리핀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RPLL)으로 비행할 예정이다. 5월 14일에는 다시 마닐라에서 인천으로 복귀 비행을 진행할 계획이다.
예정된 11일과 14일의 편명은 KAL2900번대다. KAL은 대한항공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항공사 코드다. 항공관제 및 비행계획용의 경우 KAL이라는 세 자리 코드가 붙는다. 대한항공에서 KAL 2900번대(2901~2999번대) 편명은 정기 상업편이 아닌 특별 비행과 페리(ferry) 비행, 정비·교육 목적의 비정기 운항에 사용되는 번호대다.
D체크는 동체는 물론 엔진과 랜딩기어, 전기·유압 계통 등 기체 전반을 해체해 점검이 이뤄진다. 필요한 경우 부품을 교체하거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이다. 엔진 오버홀(완전 분해 후 재조립)도 포함되며, 기내 인테리어와 항공전자 시스템까지 전면 개보수가 이뤄진다. 단순 정비를 넘어 기체 수명과 기능을 사실상 리셋하는 수준의 리뉴얼 작업인 셈이다.
이처럼 긴 정비 공정을 마친 항공기는 ‘시험비행’을 통해 정상 운항 가능 여부를 최종 점검받는다. D체크는 기체를 부분적으로 해체·분해한 뒤 다시 조립하는 작업인 만큼, 실제 비행 상태에서 각종 시스템의 이상 유무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다. 시험비행 결과가 정상으로 판정돼야 규제기관으로부터 운항 재개 승인을 받을 수 있다.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대한항공
최대 853석까지 수용 가능한 에어버스 A380은 네 개의 엔진을 장착한 초대형 항공기다. 해당 항공기는 인천~뉴욕과 인천~로스앤젤레스 등 장거리 노선에 투입된다.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이 보유한 에어버스 A380 항공기는 총 7대(임대 기종 3대 포함)다. 이 가운데 현재 실제 운항에 투입 중인 기체는 2대(HL7611·HL7612)다. 나머지 기체는 대부분 장기 보관 상태이거나 정비 중이다.
대한항공은 에어버스 A380과 같은 초대형 항공기를 순차적으로 퇴역시킬 계획이었다. 업계에서 언급되는 이유로는 에어버스 A380은 ‘띄울수록 손해’기 때문이다. 에어버스 A380의 경우 운영 비용이 매우 높고, 연료 효율성이 낮다. 이 때문에 좌석 점유율이 높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
또 다른 이유는 항공 시장의 변화다. 최근 항공 시장은 대형 허브 공항을 중심으로 한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모델에서, 중대형 항공기를 이용한 직항 노선 중심의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 모델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A380과 같은 초대형 항공기의 수요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은 에어버스 A380의 퇴역을 유예했다. 그 배경에는 두 가지 실질적인 요인이 자리한다. 첫째는 차세대 항공기의 도입 지연, 둘째는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반등한 국제선 수요다.
대한항공은 A380 퇴역 이후 중장거리 노선을 커버할 신형 기재로 보잉 777-9(777X) 도입을 추진 중이었다. 그러나 해당 기종은 보잉사의 자체 개발 지연과 미 연방항공청(FAA)의 감항성 인증 절차 강화 등으로 인해 최초 인도 시점이 2025년 후반~2026년 이후로 밀린 상황이다.
이는 단순히 신기종 인도 일정이 늦어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노선에 투입할 대체 항공기의 수급이 불가능해지며 A380의 조기 퇴역이 전력 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뉴욕, LA 등 장거리 고수요 노선에는 대형 항공기의 좌석 공급력이 여전히 필요하다.
다음은 국제선 수요 회복이다. 지난 2023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국제선 수요 회복은 2024~2025년 들어 코로나 이전 수준을 뛰어넘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주, 유럽, 동남아 주요 노선은 탑승률이 90%에 육박, 항공사 입장에서는 한 편의 비행에 최대한 많은 좌석을 공급하는 것이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A380은 좌석 수가 400~500석에 달하는 대형 항공기로, 현재로선 단거리 고밀도 노선(타이베이 등) 또는 미주 장거리 노선에 좌석난을 해소하는 유효한 수단이다. 여기에 최근 유가 상승과 항공기 리스료 급등, 중고 기체 수급 한계 등도 맞물리며, 당초 계획됐던 A380 조기 퇴역은 사실상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에어버스 A380의 복귀는 대한항공의 유연한 정세 대응의 일환”이라며 “신기종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틈이 발생했고, 또 코로나19 이후 국제선 수요 회복이 이뤄진 상황에서 에어버스 A380의 퇴역보다 중정비 이후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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